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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글을 쓰면서 거짓말을 꾸며내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물론 소설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정치가도 거짓말을 한다. 푸줏간 주인, 외교관이나 군 간부도 각자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소설가의 거짓말은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과는 다르다. 그는 거짓을 말한다고 해서 비도덕적이라고 비난당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거짓이 크면 클수록, 거짓이 능숙하면 능숙할수록, 독자들이나 비평가로부터 큰 찬사를 받는다. 거짓말을 잘 하는 것, 즉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소설가는 진실을 들추어내고, 그곳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게 된다. 대개의 경우, 진실의 본디 모습을 파악하여 그것을 그 모습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실이 숨어 있는 장소로부터 그것을 꾀어내어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옮긴 다음,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일을 해내려면 진실이 우리 사이의 어디에 놓여 있는가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좋은 거짓말을 꾸며내는 데 필수적인 자질이기도 하다.

 

소설은 원래 거짓말, 즉 허구의 이야기인데 그것이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이중의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다. 그 거짓말이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독자는 잠 깨어 있으면서 꿈꾸는 것 같은 재미있는 감동을 느끼고 디베르티스망의 자유를 경험한다.

 

거의 모든 것이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설가의 체험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 그리고 소설적 형식이나 방법에 따라 재구성되어 작품에 그대로 표현되는데 이것이 진정한 작가의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107쪽)

 

 

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

최민식 저
로도스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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