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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유배지 강진에서 1803년 동짓날에 『역경』을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1804년 여름에 자신의 해석을 쓰기 시작하여 겨울에 마쳤으니 이것이 곧 『주역사전(周易四箋)』 갑자본(甲子本/8권)이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고치고 또 고치어, 을축본(乙丑本/8권, 1805), 병인본(丙寅本/8권, 1806), 정묘본(丁卯本/24권, 1807), 무진본(戊辰本/24권, 1808) 등 개정본을 차례로 냈다. 『주역심전(周易心箋)』이라고도 한다.

갑자본에서 무진본에 이르기까지 무려 4번의 개고를 거친 셈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주역사전』을 다산은 자신의 어떤 저술보다도 소중히 여겨, “하늘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현재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무진본으로 규장각의 필사본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도 소장본이 있다.

그는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 있다. “『주역사전』은 그야말로 내가 하늘의 도움을 얻어 지어낸 문자이다. 결코 사람의 힘으로 통할 수 있거나, 사람의 지혜나 생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이 책에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하여 그 속에 담긴 오묘한 이치를 모두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자손이나 친구가 되는 것이니, 그런 사람이 천 년에 한 번 나오더라도 배 이상 정을 쏟아 애지중지할 것이다.”

『주역사전』 저술 작업에는 두 아들 학연(學淵)·학유(學遊)와 제자 이정이 참여했다. 특히 학연·학유 형제의 설이 많이 반영돼 있는데, 『주역사전』에 나오는 학가(學稼)는 학연을, 학포(學圃)는 학유를 가리킨다.

다산은 자신의 저술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적고 비난하는 사람은 많다는 사실에 대해 개탄하며, 만일 자신이 저술한 책 중에서 『주역사전』과 『상례사전(喪禮四箋)』만이라도 전승해 간다면 나머지 책들은 그냥 없애버려도 좋다고 말했다. 그만큼 다산은 『주역사전』 집필에 심혈을 기울였고, 또한 이를 무척이나 아꼈다.

 

 

1981년 방인 선생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석사학위논문으로 다산 역학사상을 주제로 쓰기로 결심하고, 함재 김재홍(1916~2006) 선생에게 『周易四箋』을 사사했다. 1983년 선생은 논문 「다산 역학사상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태현太賢의 유식唯識 철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방인 선생은 한국연구재단의 동서양학술명저 번역사업에 지원하여 제자 장정욱과 함께 『周易四箋』 번역에 착수했다. 그간 수정과 보완을 거듭한 끝에 2007년 『역주 주역사전』(전8권, 소명출판)을 출판했다. 2009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저술사업에 응모, 선정되어 과제 「다산역의 기호론적 해석」을 진행했다. 2014년 사업 과제 보고서를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周易四箋),  기호학으로 읽다』(예문서원)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책 구성은 모두 4부로 돼 있다. 1부 ‘주역의 기호학적 독해’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기호를 사용하게 된 기원을 밝혔고, 아울러 중점적으로 『주역』의 기호학적 특성을 해명했다. 2부 ‘다산역의 기호학적 체계’에서는 다산역이 갖는 기호학적 특성을 밝혔다. 3부 ‘다산역의 해석체계’에서는 다산역의 해석방법을 논하였다. 4부 ‘다산역의 서사기호학’에서는 서사기호학적 관점을 적용하여 다산역의 스토리텔링을 시도하였다. 여기서 주역에 관련된 다섯 주제를 선정,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냈다.

『주역사전(周易四箋)』에서 ‘四箋’이란 ‘네 가지 주석’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주역 해석을 위한 네 가지 방법론, 즉 ①추이(推移), ②효변(爻變), ③호체(互體), ④물상(物象)을 가리킨다.

추이(推移)는 전통적인 역학방법론인 괘변설(卦變說)을 말한다. 다산은 64괘 중 순환적 자연력을 표현한 14벽괘와 이의 영향을 받은 인간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50벽괘로 나눈다.

효변(爻變)은 다산 역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방법론이다. 다산은 주역의 음양을 그대로 해석하지 말고 음은 양으로, 양은 음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주역의 효사(爻辭)에는 모두 9 혹은 6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는데, 구(九)는 노양(老陽)을 상징하므로 이미 음으로 변화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육(六)은 노음(老陰)이므로 이미 양으로 변화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효변(爻變)은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전통적 역학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혁신적인 것이다. 하지만 다산은 효변(爻變)이야 말로 주역을 완전히 해석할 수 있는 마스터 키로 보았다.

 

 

호체(互體)는 상괘(上卦)와 하괘(下卦) 외에 중간에서 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2·3·4획에서 취하는 것을 하호(下互)라 하고, 3·4·5획에서 취하는 것을 상호(上互)라 한다. 이 둘을 합쳐서 얻는 괘를 호괘(互卦) 또는 호체(互體)라고 한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상하 양괘로만 해석할 경우 너무나 제한된 상(象)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의 근거는 『춘추좌씨전』과 『계사전』의 “雜物선덕”(하편 9장)이다. 왕필은 의리학의 입장에서 호체설을 배격했으나, 주자는 『춘추좌씨전』을 들어 호체설을 옹호하였다.

물상(物象)은 괘사(卦辭)를 해석할 때 철저하게 『설괘전(說掛傳)』에 설명된 괘의 상징에 의거하여 해석하는 것을 뜻한다. 즉 다산은 상의 의미를 분명히 규정한 뒤에야 괘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볼 때 다산은 상수학의 진영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방인 선생이 다산의 『주역사전(周易四箋)』 무진본(戊辰本) 24권을 완역한 데 이어 『주역사전』의 체계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학술서까지 펴냈으니 독자 입장에서는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다산의 『주역사전』을 온전히 해석하기 위한 나침반과 같다. 참고로 이 책은 전자책으로도 나와 있다. 구매는 교보문고에서 가능하다.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 기호학으로 읽다

방인 저
예문서원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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