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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에 원정목(爰旌目)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어떤 곳을 가다가 길에서 굶주려 쓰러졌다. 호보 땅의 구(丘)라는 도둑이 이를 보고 먹을 것을 내어주며 먹으라 했다. 원정목은 세 입 정도 먹은 뒤 눈을 뜨고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대는 무엇 하시는 분입니까?”

 

도둑이 말했다.

“나는 호보 땅 사람 구라고 하오.”

 

원정목이 말했다.

“아! 당신은 도둑이 아니오? 어째서 내게 음식을 먹여주는 거요? 나는 죽어도 당신 음식은 먹을 수 없소.”

 

그러고는 두 손으로 땅을 짚은 채 먹은 것을 토해내려 했다. 하지만 먹은 것이 나오지 않자 꽥꽥거리다가 끝내 엎어져 죽고 말았다.

 

호보 땅의 구는 비록 도둑이긴 하지만 음식은 도둑이 아니다. 사람이 도둑이라고 해서 그의 음식도 도둑이라고 여기며 먹지 않은 것은, 이름과 실질이 무엇인지 바르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자

열어구 저/정유선 역
동아일보사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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