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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죽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연나라 임금이 사람을 보내 그 비법을 알아 오도록 했다. 그러나 사자가 서둘러 가지 않아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비법을 알고 있다는 자가 죽고 말았다. 연나라 임금은 화가 나서 사자를 처벌하려 했다.

 

이때 왕이 아끼는 신하가 간언했다.

“사람들이 근심하는 것 가운데 죽음보다 더 절박한 것은 없고, 소중히 여기는 것 가운데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비법을 안다는 사람은 이미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 자가 어찌 임금을 죽지 않게 만들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사자를 풀어주었다.

 

제자(齊子)란 사람도 죽지 않는 도를 배우고 싶어 했지만, 비법을 안다고 떠들던 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을 치면서 한탄했다.

 

부자(富子)가 이 말을 듣고 웃었다.

“제자가 배우고자 한 것은 죽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 사람이 이미 죽었는데도 여전히 한탄하고 있으니 무엇을 배우려 했는지 알지 못하는 꼴이구나.”

 

그러자 호자(胡子)가 말했다.

“부자의 말은 틀렸다. 세상에는 술법을 알아도 스스로 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행할 수는 있지만 술법을 몰라 헤매는 사람이 있다. 위나라 사람 가운데 산술에 능한 자가 있었는데 죽을 때가 되어 그 비결을 아들에게 가르쳐주었다. 아들은 그 말을 기록해두었지만 그대로 행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묻자 아들은 자기 아버지가 말한 대로 일러주었다. 그것을 들은 사람이 알려준 대로 행하자 아들의 아버지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이라고 해서 어찌 죽지 않고 사는 방법을 말할 수 없었겠는가?”


이 이야기는 『한서』 「팽의열전(彭誼列傳)」에도 나온다.

 

열자

열어구 저/정유선 역
동아일보사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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