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제나라 전씨가 마당에서 길 떠날 때의 안전을 비는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이때 그의 식객이 천 명 있었는데 무리 속에서 어떤 이가 물고기와 기러기를 바쳤다. 전씨는 이를 받아 올리며 감탄했다.

“하늘이 우리를 위해 베푸는 은혜가 두텁도다. 우리를 위해 오곡을 자라게 하고, 또 물고기와 새를 만들어 식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도다.”

 

여러 손님들은 이 말을 메아리처럼 따라 했다.

 

당시 포씨네 아들은 나이가 열 둘이었는데 자리에서 제사를 구경하다가 앞으로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어르신 말씀과 다릅니다. 천지만물은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는 동류입니다. 동류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갓 대소와 지력에 따라 서로를 제압하며 돌아가면서 잡아먹습니다. 결코 어떤 것이 어떤 것의 소용을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 사람은 먹을 만한 것을 구하면 그것을 먹습니다. 어찌 하늘이 본래 사람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겠습니까?

 

모기는 사람의 살갗을 물어뜯고 호랑이나 이리는 사람의 고기를 먹습니다. 그렇다면 하늘이 모기를 위해 사람을 만들어놓고, 호랑이와 이리를 위해 사람의 고기를 준비해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열자

열어구 저/정유선 역
동아일보사 | 2016년 02월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