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일랜드 출신 정신과 의사가 일 년간 꼬박꼬박 짧은 명상을 한 후 쓴 글과 일기를 모아 엮은 에세이다. “이 일기는 내 마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정을 돌아보는 솔직한 기록이다.”
저자 브렌던 켈리는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대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탈라대학병원 정신과 고문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어느 날 ‘일 년 동안 매일 명상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게 나한테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이 들어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명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매달 말일이면 자신에게 맛난 케이크를 보상하며 마침내 성공해냈다.
“한 달 마무리 기념용 맛난 케이크를 먹을 때다. 이번 달(7월)은 여기 베를린에 있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빵집에서 공수한 굉장히 고급스러운 케이크다. (중략) 오늘 베를린에서 맞이하는 이 마무리는 또 한 달의 일일 명상을 정리하기에 딱 어울린다.” - 229쪽
목차를 보면 구성이 특이하다. 그는 불교에서 영감을 받아 불교 사상의 핵심 원리를 이용해 일기의 틀을 잡았고. 목차도 이를 반영했다. 일 년 열두 달에 불교의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를 따 제목을 붙였다.
사성제는 ‘고집멸도(苦集滅道)’라는 불교의 네 가지 교리를 말한다. ‘고(苦)’는 ‘괴로움’을 말하며, ‘집(集)’은 괴로움의 원인, 즉 탐욕,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컫는다. ‘멸(滅)’은 괴로움을 없애는 것이며, ‘도(道)’는 괴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즉 지혜, 덕과 명상이다.
팔정도는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최선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즉 바른 견해(正見), 바른 결의(正思惟), 바른 말(正語), 바른 행동(正業), 바른 생활(正命), 바른 노력(正精進), 바른 마음챙김(正念), 바른 집중(正定) 등 여덟 가지다.
저자는 2010년 불교에 심취하여 선덜랜드대 원격 과정을 통해 불교학 석사 학위도 취득한 바 있다. 그의 불교 사랑은 책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1년 달라이 라마가 아일랜드에 왔을 때 강연을 들으러 갔던 적도 있다. 파리에 갔을 때 아시아 미술관과 불교 신전 미술관을 찾는가 하면, 집안 곳곳에 수십 개의 불상이 있고 뒤뜰에는 등신대만 한 불상도 있단다.
“불교에서 말하기를 명상은 정신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명상의 이점을 일, 가정생활, 친구 관계 등 모든 영역으로 가져오려면 자신의 삶에 더 폭넓은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명상의 목적은 완벽한 가부좌를 트는 데 통달하는 게 아니라(천만다행!) 자신의 삶을 보다 폭넓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만물의 참모습을 볼 줄 알고, 측은지심을 키우고, 하루의 매 순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 35쪽
그는 일 년간의 명상을 통해 깊이 사유할 수 있게 됐고, 언제든 자신의 정신 상태를 알아차리는 힘이 커졌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변했고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난 한 해 동안 좀 더 반성적인 사람이 되었다. 나의 정신 상태(와 그 상태의 비연속성)를 알아차리는 힘이 향상되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좋아진 것이 증거였다. 특히 좀 더 폭넓은 독서에 필요한 평온함과 집중력을 되찾았다. 이 점은 정말 장하다고 여길 만큼 꾸준하게 발전한 측면이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더욱 큰 능력이 생긴 것이다. 물론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은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여기저기 계속 돌아다니다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보다야 확실히 더 낫다.” - 398~399쪽
말미에 저자는 명상하는 법을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원하는 대로 앉고, 잡념이 사라지지 않는 것에 속상해하지 말고 집중하지도 말고 그냥 앉아보라”면서 “명상은 벌 받는 게 아니며, 잘하지 못해 겁낼 필요도 없다”고 조언한다. 이어 “명상은 기대하는 것이 돼야 하며 따듯하게 마음을 반기는 공간이자 점점 더 안정된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기 중간 중간 부처의 말씀이 인용돼 명상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평온함을 얻는 마음챙김 명상과 인생의 지혜를 구하는 위빠사나 수행법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