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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도서] 어둠의 눈

딘 쿤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어둠의 눈(The Eyes of Darkness)은 출간된 지 40년이나 지나 코로나19의 팬데믹 유행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고, 절판된 미국에서 오디오북만으로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장르  소설의 대가 딘 쿤츠는 나이 서른다섯에 히트작 어둠속의 속삭임(Whispers)(1980)을 내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그는 올해 일흔다섯, 작가로 산 지 어느덧 사십 년이 흘렀다.

어둠의 눈은 쿤츠 작가가 리 니콜스라는 필명으로 1981년 출간한 것이다. 작가에 의하면 리 니콜스라는 필명으로 여섯 권을 썼고, 이 책은 그 필명으로 낸 여섯 권 중 두 번째 소설이다. 작가가 사용한 필명은 적게 잡아도 열 개 정도 되니, 왕성한 필력과 방대한 작품 세계에 걸맞는 작가의 분신을 다양하게 창조해낸 셈이다.

소설은 시에라산으로 캠핑을 갔다 의문의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크리스티나 에번스가 어느 날 의문의 메시지 "죽지 않았어"와 맞닥뜨리면서 시작된다. 의문의 메시지는 아들 방의 칠판, 아들이 보던 마블 잡지, 식당 주크박스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꿈 속에서 불현듯 나타난다, 모성의 번뜩이는 예감이었을까, 티나는 마침내 죽은 것으로 알려진 아들을 찾아나서기로 결심하는데...

쿤츠의 작품에는 전매 특허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등장인물의 유형을 보자. 남자 주인공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경력이 있는 퇴역 경찰이거나 군인이 많다. 주인공들은 훈련에서 익힌 반사적인 운동 감각으로 멋진 액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자 주인공은 흔히 지적이고 매력적이며 자기주장이 분명한 타입이다. 종종 어려움 속에서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싱글 맘일 때도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남주 앨리엇 스트라이커는 한때 육군 정보부에서 일했던 변호사이고, 여주 크리스티나 에번스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맘으로 전직 쇼걸이다.

 

알렉산더는 지도를 산다는 행위에서 드러나는 냉정하고 체계적인 모습에 격분했다. 이 둘은 대체 누구지? 왜 어딘가 구석에 박혀서 숨어 있지 않는 거지? 왜 무서워 벌벌 떨지 않는 거지? 크리스티나 에번스는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전직 쇼걸이라고! 알렉산더는 쇼걸이 평균 이상으로 똑똑할 수 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스트라이커가 제아무리 육군 정보부에서 일했다 하더라도 그건 아주 오래전 일 아니던가. 그렇다면 대체 저들의 이런 힘과 배짱과 인내심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분명 두 사람은 알렉산더가 알지 못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알 수 없는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뭘까? 그들이 가진 이점이 뭐냔 말이다.” - 399

 

소설에는 액션, 서스펜스, 로맨스 그리고 초자연적 현상이 모두 담겨 있다.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험지가 나오거나, 날씨가 최악으로 치닫는다. 어둠의 눈에서도 주인공들은 시에라네바다 산맥 깊숙이 들어가야 하고, 악당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폭풍눈이 내리는 야밤에 주인공들을 뒤쫓는다.

쿤츠는 작품에서 의문의 사망 원인으로 우한-400’ 바이러스를 설정했다. 우한 외곽에 있는 DNA재조합연구소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먼저 20개월 전 이야기부터 해야 하오. 그때쯤 리첸이라는 중국인 과학자가 미국으로 망명을 했소. 그는 중국에서 10년 만에 새로 개발한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생물무기 정보가 담긴 디스켓도 가지고 왔지. 그 물질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재조합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 435쪽 

 

우한은 후베이성에 소재한 대도시로 인구 천백 만 명에 이른다. 양쯔강(=장강)에 면해 있어 2015년부터 우한-상하이-부산 컨테이너선 항로가 운행되기도 했다. 최신 잠수함도 건조하고 있어 코로나19로 우한이 봉쇄될 무렵인 1월 하순  잠수함을 발주한 태국 해군들이 참관하러 오기도 했다우리 교민 천 여 명이 거주하고,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직항 주 5회 운항하다 지금은 중단됐다. 티웨이 항공은 올해 121일 신규 취항 일정을 잡아놓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소하기도 했다.

소설은 우한-400’이 생물무기로 개발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바이러스는 생물무기화하기 어렵다. 인위적으로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를 만들어 로켓이나 캡슐로 분사했을 때 열이나 상온에 노출되면서 대부분 죽어버리기 때문이다탄저균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탄저균은 포자 형태로 돼 있어 물체나 땅속, 상온에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나는 작품에 등한하는 우한 DNA재조합연구소에 관심이 갔다.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연구소는 1956년에 설립된 중국과기원 우한병독연구소. 이 연구소 소장은 미국에서 공부한 30대 젊은 여성과학자여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한병독연구소는 에볼라 바이러스나 마버그열 바이러스 같이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를 배양하며 연구한다.

 

 중국과기원 우한병독연구소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세계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미 의사작가 로빈 쿡은 이를 소재로 바이러스(Outbreak)를 펴냈고, 몇몇 나라는 고위험바이러스를 위한 연구소를 짓기 시작했다

일본은 1981년 처음으로 BSL-4 연구소를 세웠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고심을 거듭하다 2016년에 이르러서야 가동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한국은 2017BSL-4 연구소를 마련했다. 중국은 우한병독연구소에,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에 두고 있다.

여기서 'BSL'은 생물안전도등급(Biosafety level)으로 가장 낮은 1등급에서 가장 높은 4등급까지 있다. 참고로 러시아의 경우는 반대다, BSL1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4등급은 이중삼중으로 차단벽이 설치돼 있는가 하면,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출입해야 하는 가장 엄중한 시설이다.  

소설 속 우한-400은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와 많이 다르다. 가령 코로나19가 중증 폐렴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과 달리, 우한-400은 뇌간에 들어가 독소를 뿜어 뇌 조직을 파괴한다. 또한 코로나19의 세계 평균치사율은 6퍼센트가 채 안 되지만, 우한-400은 치사율 100퍼센트다. 걸리면 24시간 내 죽는다.

한편 치명적인 감염병을 앓고 난 뒤 초능력이 생긴다는 설정은 이노우에 유메히토가 쓴 마법사의 제자들에서도 볼 수 있다. 신종 플루 드래곤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인공들은 투시력, 염력, 유체이탈 그리고 과거를 보는 눈을 얻는다.

나는 어둠의 눈을 읽으면서 쿤츠의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기시감 같은 어떤 전조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진정한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연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뮌헨대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심연희 번역작가의 능준한 솜씨는 한결 매끄럽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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