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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1

[도서]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1

김탁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번 작품은 김탁환 작가의 서른 번째 장편 소설이다. 군 복무 중 4000매를 쓰고 제대한 뒤 나머지 원고를 완성해 1998년 펴낸 '불멸의 이순신'이 큰 인기를 끌어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이후 평균적으로 매년 책을 한 편 이상 내는 식으로 25년간 무려 30편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간 주로 역사소설과 사회파소설을 오갔던 작가는 이번엔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그렇다고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유다정은 2년 동안 크고 든든한 가방 같은 독고찬에게 한없이 기대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사랑이라는 핑계로 주저하거나 끌려다닐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동안의 결정이 그의 몫이었다면, 그 결정을 단번에 지워버릴 이별을 통보하고, 다정은 자신의 발로 삶의 한가운데로 나아간다.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연극배우, 아이돌 그룹 연습생 등 예술을 꿈꾸었지만 실패를 반복하며 자신의 색을 지워가던 다정은 자신의 꿈이었던 가방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레이스’를 창업한다.

 

예술가와 사업가 기질을 동시에 지닌 다정은 제품을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며 회사의 핵심 가치와 방향을 스스로 결정해 나간다. 점점 입소문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 다정은 더 큰 성장을 위해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가방을 만들어주는 오더메이드 서비스 ‘트로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0억 원을 입금하며 주문해온 첫 번째 손님 '아서'는 다정에서 기회이자 위기를 동시에 안겨다 준다. 첫 고객 아서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 것인가. 하지만 실패는 거듭되고...

 

작가는 세계일보와 나눈 인터뷰(2021. 5. 2자)에서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장편이란 인생과 세상의 큰 주제를 가지고 작업해 나가는 것인데, 이번 작업은 크게 보면 주제가 2개였다. 하나는 꼭 써보고 싶은 주제였던 의식주 가운데 무엇을 어떻게 입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책 제목이 나타내듯이 만남이었다. 사람이 산다는 건 만나는 문제이다. 주인공이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일들이 벌어지며, 그 사람들과 헤어진다.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어쩌다가 이 인간을 만났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만남이란 큰 주제와 의(衣)의 문제가 합쳐져서 이런 형식으로 나온 것이다.”

 

다정의 입장에선 도대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계속 확인해 가는 과정이고, 독자 입장에선 아서라는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가를 추리하게 만든다. ‘1부 아서라는 마음’에선 남녀 이야기가 따로 따로 나아가고, ‘2부 그레이스라는 몸’에선 남녀의 관계가 고객과 회사 대표간 갑을관계로 바뀌며, ‘3부 아서와 그레이스’에선 이야기가 합쳐져 진실을 드러내게 된다.

 

'가방'은 다정에게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리는 곳이자 쉴 수 있는 곳이다. 또 인생의 짐을 담거나 꿈을 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정은 열다섯 살 부모를 잃었을 때도 가방 속으로 들어가 고통을 견뎠다.

 

등장인물들은 다정을 자신의 가방 안에 가두어 보호하려고 하거나 다정의 가방 옆에서 함께 일하며 버팀목이 되어주려 한다. 다정은 이들과 얽히고설키면서 점차 보호막을 깨고 오랫동안 멈추었던 성장을 시작한다.

 

작품을 보면 가방이나 옷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구체적인 브랜드가 나온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1년간 매주 가방회사를 찾았다고 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지하철을 한 시간 넘게 타고 가방회사 ‘아서앤그레이스’를 찾아갔다. 사내 회의에도 참석하고 가죽을 만든 장인들을 만나서 어떻게 만드는 것도 보고, 만든 것이 어떻게 전시되는지도 봤다. 심지어 다음날 오전 백화점이 개장하기 전 매장 세팅하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실제로 서울의 어느 백화점에서 밤샘을 하기도 했다고 하니 작가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새롭기만 하다.

 

이 모든 것은 다정이 몸 담고 있는 가방 회사를 진짜와 같이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다. “현대가 됐던 조선시대가 됐던, 풍속을 제대로 그리는 게 장편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

 

우리는 다정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다정은 피해자로서의 여성에 머물지 않고, 그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현재 전남 곡성에 위치한 (주)미실란 내에 위치한 집필실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미실란 이동현 대표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8월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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