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사람들은 팬데믹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세우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비관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도래할 가까운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뉴스위크〉 편집장을 지낸 국제정치 전문가이자 ‘차세대 키신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다.
그는 2017년 6월 CNN에서 치명적인 세계보건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견해 큰 반항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예산을 삭감하려고 했을 때 이에 대한 반발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팬데믹이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코로나 다음의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을 ‘빨리감기’한 버전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1990년 이래로 대략 10년에 한 번꼴로 갑작스럽고 어마어마한 ‘꽉 조임’이 온 세상을 연쇄효과로 ‘꽉 붙들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더 생길 것이다. 그것은 의식적인 계획의 산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롯이 우발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구축해 놓은 국가 간 체제에 담긴 고유의 요소로 보인다. 닥쳐올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제대로 보려면, 우리는 그 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 ‘들어가며’에서
이어 저자는 코로나 이후 일상의 복원과 세계의 부흥을 위한 10가지 제언을 들려준다.
Lesson 1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어야 할 때
Lesson 2 중요한 건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능력이다
Lesson 3 시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Lesson 4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전문가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Lesson 5 삶은 디지털이다
Lesson 6 아리스토텔레스는 옳았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Lesson 7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질 터
Lesson 8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다
Lesson 9 온 세상이 양극화하고 있다
Lesson 10 때론 최고의 현실주의자가 이상주의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왜 생겼을까? 저자에 따르면 세계화와 개방, 무계획적인 개발, 그리고 자연서식지 파괴라는 인간 활동의 반작용 탓이다. 이제 성장과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안전벨트’를 매야 할 때이고, 위기상황에서 능력으로 판가름할 ‘질 좋은’ 정부가 중요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 아래 코로나에 대한 대응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미국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또한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면서, 훌륭한 리더십으로 재앙을 견딜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전 세계에서 가속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제시한다. 거대 IT기업들은 더 거대해지고, 고학력자들은 자본과 기술 및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성공할 것이며,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바이러스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확보를 위해 한 치 양보도 없는 선진국의 행태를 보자. 이렇듯 여러 국가들이 자국 중심주의와 민족주의로 선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지구적 문제는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다자주의’가 구축되어야 한다.
게다가 세계가 앞 다투어 국경을 봉쇄하고 있지만,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으며 G2의 ‘양강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는 자칫 또 다른 냉전이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끝으로 저자는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혼자서 행동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고 더 튼튼한 해결책을 찾을 것”(294쪽)이라고 전제한 뒤, “협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황한 꿈이 아니다. 그것은 상식”(295쪽)이라고 말한다.
결국 팬데믹 이후 변화와 개혁을 위한 지혜는 ‘더 많고 더 긴밀한 협력’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통합과 고립 사이의 긴장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머리가 트인 지도자라면, 팬데믹이나 기후변화나 사이버 전쟁 등의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밖으로 (더 많고 더 긴밀한 협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터이다. (중략) 지금은 어느 한 나라가 전 세계의 틀을 짤 수 없다. 그러기를 원하는 나라도 없다. 그러므로 남은 것은 혼란과 냉전이냐 아니면 협력이냐, 두 가지 가능성뿐이다.” (301~302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