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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인문학 : 이탈리아편

[도서] 와인 인문학 : 이탈리아편

배영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탈리아 전역에서 포도나무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4세기 로마 제국 시대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로마가 멸망하고 1861년 통일이 되기까지 천 년 동안의 도시국가 체제는 와이너리에 다양성을 안겨주었다. 지역에서 자라는 고유의 포도 품종으로 전통적인 제조법을 확립해왔다. 현재 이탈리아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 와인 생산국이며, 수출 물량은 세계 최대다.

 

현재 재배되는 포도 품종은 2천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산조베제, 네비올로, 몬테풀차노, 트레비아노, 카나이올로, 말바시아, 모스카토 등이 있다. 물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피노 누아 같은 국제적 품종도 많이 재배되고 있다.

 

 

이탈리아 행정구역은 총 20개 주(레조네)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나, 특히 토스카나, 피에몬테와 베네토 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와인 인문학: 이탈리아 편은 이 중 토스카나, 피에몬테와 시칠리아 와인을 주로 소개한다. 저자 배영달 선생은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부산대과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파리4,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한국프랑스학회장·한국프랑스문화학회장을 역임했다. 그간 보드리야르와 이미지/사유 등에 관한 책을 여러 권 펴낸 바 있다.

 

“나는 프랑스 문화를 공부하면서 프랑스에 갈 때마다 프랑스 옆에 있는 이탈리아를 자주 여행해 왔다. 이탈리아에 가면 호기심이 확장되어 보면 볼수록 알고 싶은 것이 계속 많아졌기 때문이다. 에코의 말처럼 이탈리아는 피에몬테, 베네토, 토스카나, 움브리아, 라치오, 캄파니아, 시칠리아 등 각 주마다 제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나라다.” - 머리말에서

 

 

 

이탈리아 와인 등급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DOCG (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최상의 와인 등급. 현재 15개 지역에서 생산되며, 해당 와인은 24개다. DOCG 등급 와인은 정부에서 보증하는 갈색 띠를 두른다.

DOC (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전체 와인 생산량 중 10~12퍼센트만이 이에 해당된다. 이 등급 와인은 푸른색 띠를 두른다.

IGT (Indicazione Geografica Tipica): 생산지를 표시한 중급 와인이다.

VdT (Vino da Tavola): 일상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테이블 와인이다.

 

일부 와인 제조업자들은 테스트 버전 와인이나 엄격한 DOCG·DOC 규정을 피하고자 일부러 VdT 등급에 질 좋은 와인을 내놓기도 한다. 1980년대 시작된 이 흐름은 오히려 좋은 평가를 얻어 슈퍼 투스카나와인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토스카나(영어로 투스카니) 와인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대표 와인이다. 토스카나는 산조베제를 중심으로 단독 또는 카베, 메를로 등과  블렌딩하기도 한다.

 

이 지역의 핵심은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다. 키안티는 피렌체에서 시에나까지 뻗어있는 구릉을 부르는 이름이다.

 

키안티 클래시코는 현재 가이올레, 라다, 그레베 등을 포함한다. 키안티는 7개 서브존(Rufina, Montespertoli, Montalbano, Colli Senesi, Colline Pisane, Colli Fiorentini, Colli Arentini)으로 나뉜다. 와인 생산량은 키안티가 2/3, 키안티 클래시코가 1/3을 차지한다. ‘클래시코원조라는 뜻이다.

 

 


 

내가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은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와인이다. 베르나차 와인은 산 지미나노 마을에서 만들어내는 화이트 와인으로 오크 숙성한 리제르바 범주에 드는 몇 안 되는 화이트 중 하나다. 중세 시대부터 유명세를 떨쳐 토스카나 출신의 단테가 신곡 연옥편에 베르나차 와인을 언급했을 정도다. 워낙 고가여서 귀족이나 부자들만 마실 수 있었다고 전한다. 저자는 베르나차 와인의 역사와 유래에 관해 한 장을 할애하여 소개한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토스카나에서 100퍼센트 산조베제(브루넬로는 몬탈치노에서 산조베제를 일컫는다)로 만드는 유일한 DOCG 와인이다. 한편 브루넬로는 1980년 와인 등급 결정시 DOCG 등급을 받은 4대 와인 중 하나다(나머지는 몬테풀차노의 노빌레,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토스카나의 남쪽 끝자락 그로세토에는 특이한 와이너리가 있다. 퐁피두 센터, 간사이 공항으로 유명한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직접 설계한 로카 디 프라시넬로가 주인공이다. 이 와이너리에는 마치 공연장처럼 만들어 오크통을 관중석계단에 눕혀둔 이색적인 셀러가 있다. 실제 여기서 공연도 펼쳐진다고 한다.

 

 

“와인과 음악의 조합, 이것은 분위기로도 맞지만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와인 속의 아주 미세한 불순물이 음파에 따라 어떤 일정한 패턴으로 엉겨붙고 무거워져 더 빨리 바닥으로 가라앉아, 와인의 색은 더욱 선명해지고 좋아진다.”

 

오너 파울로 파네라가 한때 지역신문 기자였던 시절 무명이던 렌조 피아노를 대서특필해준 인연으로 둘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역시 사람 일은 모를 일이니 소홀히 할 게 못 된다.

 

피에몬테 지역은 제노바 바로 위에 자리한다. 네비올로를 중심으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 등을 만들어낸다. 네비올로 이름은 안개가 많은 지역이어서 이탈리아어로 안개를 뜻하는 네비아에서 유래했다.

 

 

중심지에 알바라는 미식가의 도시가 있다알바는 특히 송로버섯이 유명해서 러시아의 캐비아, 프랑스의 푸아그라와 함께 유럽의 3대 진미로 꼽힌다.

 

한편 바르바레스코가 세계적인 와인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안젤로 가야 덕분이다. 그는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보르도 와인을 누른 캘리포니아 와인에 주목했다. 가지치기 중시, 계단식으로 수직 심기 그리고 네비올로와의 블렌딩 등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 정신으로 DOCG 규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와인 세계를 창출할 수 있었다.

 


  

끝으로 시칠리아 와인에 대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인상적인 와인이 소개된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건포도가 유명하다. 특히 현지에서 지비보라고 부르는 모스카토를 짚단 위에 널어 말려서(이렇게 말린 포도를 파시토라고 한다) 달콤한 디저트 와인, 파시토 와인을 만든다.

 

나는 이 책과 더불어 매혹적인 이탈리아 와인 투어를 다녀올 수 있었다. 와인을 곁들여 이탈리아의 역사와 인물들을 살펴보고 문학, 미술과 건축의 항연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이 모두  저자의 능준한 필체와 풍부한 감성 덕분이겠다. 

 

데비 워스카가 책임편집한 와인의 세계를 보면 피렌체에서 시에나까지 7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키안티의 와인 투어를 소개하고 있다. 언제 좋은 날 꼭 다녀오고 싶은 여행길이다. 베르나차 한 병 놓고 파스타에 홍합찜을 곁들인다면 꽤 훌륭한 라비나멘토(마리아주)가 아니겠는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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