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요로 선생님 병원에 가다

[도서] 요로 선생님 병원에 가다

요로 다케시,나카가와 케이이치 공저/최화연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요로 다케시 선생은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명예교수이자 해부학자다. 그는 2003바보의 벽에서 타인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내면의 벽에 대해 일침을 가하여 일본 사회를 준엄하게 꾸짖은 바 있다.

 

이번 책은 요로 선생이 심근경색으로 모교인 도쿄대학교병원에 입원하면서 마주하게 된 일본의료시스템의 현 주소, 건강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노화와 질병, 반려묘의 죽음으로 마주하게 된 가까운 존재의 죽음,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의 소중함 등등 저자가 나이 들면서 갖게 된 여러 애환과 이에 대한 상념이 교차한다.

 

특히 작년 국내에 소개된 고양이만큼만 욕심내는 삶18년간 함께 산 애묘 마루를 통해 깨닫게 된 삶의 철학,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었다.

 

책에는 요로 선생을 진단하고 치료한 도쿄의대 출신 제자 의사 나카가와 케이이치 선생이 등장한다. 나카가와 선생은 암 방사선 치료가 전문이다.

 


▲왼쪽부터 나카가와 케이이치, 요로 다케시와 야마자키 마리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됐다. 1장과 3장은 요로 선생이 맡고, 2장과 4장은 나카가와 선생이 맡았다. 5장에서는 만화가 야마자키 마리가 등장하여 세 사람 사이 대담이 이어진다.

 

요로 선생은 20206월 무슨 일인지 1년간 체중이 15킬로그램 빠져 몸 상태에 이상을 느끼고 도쿄대학병원에 예약했다. 선생을 진료한 나카가와는 다급히 말했다. “심근경색입니다. 순환기내과 의사에게 말해 놓았으니 움직이지 말고 계세요.”

 

그렇게 해서 카테터 검사 후 스텐트 시술을 받고 집중치료실(ICU)에 이틀 정도 있다가 내과 병동으로 옮겼다. 이때 2주나 입원한 건 이번이 생전 처음이었다. 나카가와는 선생에게 운이 좋으셨어요라고 말했다. 선생이 조금 더 늦었거나 좌관상동맥 주관부가 막힌 상태였으면 손도 쓰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의료 IT화가 진행되면 노이즈는 철저히 배제되고 통계 데이터에 기초한 확률에 지배받게 됩니다. 병명을 특정할 때는 확률이 더 높은 쪽부터 확인해 나가고 치료법 또한 더 확률 높은 치료법을 택합니다. 이번에 병원에 갔을 때도 나카가와 선생은 우선 15킬로그램 체중 감소라는 증상으로 당뇨병과 암을 의심했습니다. 심근경색이 발견된 것은 혹시 몰라 찍어본 심전도에서 이상파형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심근경색은 보통 극심한 가슴 통증이 있는데, 저는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통계 데이터를 중시하는 의료에서는 확률이 낮은 쪽은 아예 없는 것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 29

 

한편 나카가와는 우리 스스로 치유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음 챙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마음 챙김(mindfulness)에는 두 가지 주요 요소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이든 절대 ‘판단하지 않기’이고 또 한 가지는 ‘지금 이 순간에 의식을 집중하기’입니다.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있을 수 있고 지금 이 순간에 의식을 집중하면 주변의 일들로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암환자는 시간에만 마음이 쏠려 있으므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생활이 필요합니다. 제가 환자에게도 마인드풀니스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140

 

5장에서 나눈 대담은 의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어 코로나 이후의 세계, 동물까지 다양한 화제로 이어진다. 이 자리에서 야마자키는 요로 선생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야마자키: 왜 의료시스템에 들어가기를 그토록 꺼리시나요?
요로: 의료는 이제 통계가 지배하는 세계에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화하는 시스템으로 현대 의료는 발전해왔습니다. 의료의 데이터화, 환자의 정보화가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요? 살아있는 존재로써의 환자 신체보다 데이터가 더 중요해져요.” -173

 

요로 선생은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된 폴립을 제거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폴립이 암이 될 가능성은 10퍼센트이기 때문이라는 것. 즉 데이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여전히 장기 이식을 반대한다. 뇌사 기준을 정하는 건 공동체 일원에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의료시스템에 의지하는 것을 철저히 꺼리던 그가 26년 만에 도쿄대병원에서 심근경색을 진찰받고 스텐트 시술을 하게 되었다. 노학자는 과연 일본의료시스템에서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것을 느꼈을까? 이제 84세 고령에 접어든 저자가 마루의 죽음으로 인간의 생로병사에 어떤 견해를 갖게 되었을까?

 

한때 일본의 지성으로 큰 울림을 던졌던 노학자의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큰 생각거리를 안겨줄 것으로 믿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