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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결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고3 수험생은 성적 통지표를 곰곰이 따지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는 서민은 한 푼 두 푼 저축한 금액을 확인한다. 다이어리 메모를 훑는 이도 있고 개인 홈피 방명록에 글을 남긴 이들에게 때늦은 안부메일을 보내는 이도 있다.

 

1년 동안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장에서 올해 구입한 책들만 뽑아 한 권 한 권 쓰다듬으며 자문자답의 시간을 갖자. 내가 왜 이 책을 샀지? 왜 이 책은 완독하지 못했고 저 책은 첫 장도 넘기지 않았을까? 곱씹어 답한 후 '내 입맛에 맞는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올해 나를 가장 심하게 흔든 책을 가까운 친지나 벗들에게 송년 선물로 안기는 기쁨은 덤이다.

 

연말이면 나는 꼭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청어람미디어, 2001)를 읽는다. 이 무시무시한 독서광은 구입한 책을 보관하기 위해 '고양이 빌딩'이라는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을 올렸다. 그의 책읽기는 저돌적이다.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읽는가를 항상 염두에 두며, 독서를 글쓰기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솜씨는 세계 최강이다.

 

 

그는 스스로도 질릴 만큼 '일본공산당 연구'에서 '우주로부터의 귀환'이나 '뇌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테마로 글을 써왔다. "제너럴리스트다운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택한 길이 바로 독서다.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은 타짜다운 안목과 구체성이 번뜩인다. 도쿄대 학생들을 향해 바보가 되었느냐고 꾸짖은 그답게 마지막 권유는 짧고 통렬하다.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다치바나 다카시는 전자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의 시대가 열려도 종이책이 여전히 경쟁력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종이책은 디지털 콘텐츠보다 일람성과 속독성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하며 책 여기저기에 메모와 필기가 가능하고 사물 그 자체로서의 매력을 지닌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학을 나왔건 나오지 않았건 일생 동안 책이라는 대학을 계속 다니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이라는 대학에 선뜻 들어서기가 겁나는 분들은 2007년이 가기 전에 신입생 축하 강연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부터 읽고, 책이란 대학이 어떤 곳인지 감을 잡으셨으면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신뢰하지는 마시라! 다치바나 다카시도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엇이건 다 믿지는 말아라. 이 책도 포함하여."

 

독자 여러분, 새해에도 아름답고 맑은 책 치열하게 많이많이 읽으소서!

 

2007. 12. 29(토)

김탁환 KAIST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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