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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특이하다. 케이블 방송 ≪어프렌티스≫(Apprentice·견습생)에 나와서 거침없이 "당신은 해고야!"를 외치고, 혼전계약서 없이는 절대로 결혼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사내. 추진력을 잃는 것은 숨쉬기를 멈추는 것과도 같다며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서 돌파하라는 호전적인 사내. 그가 바로 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번 도널드 트럼프다.

 

이 책은 "당신은 부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는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트럼프는 2퍼센트의 부자에 들기 위해선 98퍼센트의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와 함께 이 책을 지은 빌 쟁커는 교육회사 러닝 아넥스의 설립자다. 쟁커는 트럼프를 아넥스의 강사로 초빙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는다. 1회 강연료로 1만 달러를 책정한 쟁커는 부자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승낙을 받아내려 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비서 노마는 쟁커가 100만 달러의 강연료를 부를 때까지 요지부동이며, 트럼프는 한 술 더 떠서 몇 명을 모아올 수 있느냐고 따진다.

 

쟁커가 천 명이라고 답하자 트럼프는 만 명을 모으면 강연에 응하겠다고 조건을 단다. 이렇게 시작한 '러닝 아넥스 웰스 엑스포'의 참가자는 자그마치 3만 명을 훌쩍 넘었고, 쟁커는 100만 달러를 트럼프에게 지불하고도 큰 돈을 챙겼다. 돈보다 더 중요한 소득은 큰 틀에서 사업을 성공시킨 쟁커의 자신감이다. 그때부터 쟁커는 1만 명 이상을 불러 모으는 강연을 연이어 기획했고 러닝 아넥스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트럼프는 권한다, 크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라고. 항상 최고를 노리고 자신보다 큰 사람과 사귀어야 정글의 싸움에서 먹히지 않고 승리한다는 것이다.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트럼프의 성공담은 중단없는 열정과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성공을 행운으로 치부하려는 사람들에게, 키가 무척 작았지만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 아홉 번이나 우승한 게리 플레이어의 명언을 들려준다. "더 열심히 훈련할수록 더 많은 행운을 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희망을 북돋고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집중력과 인내심은 선천적인 재능이 아니라 후천적인 습관이므로 반복해서 노력하면 향상 된다는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추천하는 몇몇 삶의 자세는 치열함을 넘어 섬뜩하다. 부당한 취급을 당했을 때 참고 넘어가면 바보가 되니, 공개석상에서 상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단숨에 반격하여 치명적인 모욕을 주라. 그리하면 주변 사람들까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자제할 것이므로 일거양득이라는 식이다. 똑똑한 사람을 고용은 하되 믿지는 말라는 충고 역시 나 자신 외에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현대 사회의 비정함을 드러낸다. 인간적이면서 품위를 지키는, '나쁘지 않은'을 넘어 '위대한' 부자의 길은 정녕 없는 걸까.

 

2008. 3. 29(토)

김탁환 KAIST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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