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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작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를 낄낄대다가 울다가 또 낄낄대며 하루 만에 끝마친 후 23부작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보고 관련 음반을 구입하여 들으면서 니노미야 토모코의 원작만화 19권을 독파했다.

 

인공인 피아니스트 노다 메구미와 지휘자 치아키 신이치의 클래식 음악을 향한 열정과 풋풋한 사랑을 직설적으로 풀어나간 청춘물이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에 일가견이 있는 만화가 토모코는 두 사람의 스승인 지휘자 슈트레제만을 속물적인 유치함과 대가다운 엄격함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그린다. 가벼움과 무거움, 놀이와 일, 신성과 세속이 뒤범벅된 젊은 날의 모순을 가감 없이 담는 것, 이 정직함이 바로 《노다메 칸타빌레》의 매력이다.

 

토모코의 1996년 작품 《음주가무연구소》(애니북스)는 제목 그대로 술에 관한 만화다. 아기 타다시의 《신의 물방울》이 술의 품격을 알아나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면, 《음주가무연구소》는 술로 인해 망가지는 인생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만화가가 고백하듯이 이 책에는 제목과는 달리 술에 관하여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으며" 오직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하고, 술에 취한 사람과 쓸데없는 행동을 하는" 이야기만 가득하다.

 

25개의 보고서는 술 때문에 무너지는 여주인공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주인공은 "만화가 겸 술주정뱅이이자 음주가무연구소장 니노미야 토모코" 바로 자기 자신이다. 노다 메구미가 클래식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듯, 니노미야 토모코는 술통에 빠져 체면과 염치를 잊는다.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면서 깰 때는 술로 인해 돈과 건강과 일을 잃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잠깐 반성도 하지만 다시 밤이 오면 술 마시러 나간다. 이 만화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인간에게 술보다 좋은 친구가 있느냐고. 술로 인해 잃는 것보다 술을 통해 얻는 친구, 여유, 기쁨이 훨씬 소중하다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무너지는 인간군상을 바라보는 토모코의 시선은 한없이 따듯하고 넉넉하다. 이불에 구토를 하든지 노상에서 잠들든지 화장실 앞에서 엎어져 횡설수설하든지 모두 용서하고 감싼다. 오죽하면 저렇게라도 하겠느냐는 연민과 함께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깨달음이 스며든다. 취하지 않고는 각박한 이 한 세상 어찌 살아가리. 술에 얽힌 이태백의 시들을 읽고 싶게 만든다.

 

정직이 지나쳐 노골적인 추태에 눈살 찌푸려지는 대목이 적지 않지만, 그런 장면마저도 정직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토모코의 힘이자 멋이다. 마감기일에 쫓겨 술에 관한 만화를 그려야하기 때문에 술 마시러 못 가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토모코에게 그리하여 우리에게 술이란 무엇일까. 왜 인간은 술 없이는 살지 못할까.

 

모코는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다투는 모습을 술집에까지 가져오지 말라고. 술집은 눈치와 비난 대신 웃음과 인정과 사랑으로 넘쳐나야 한다고. "알코올 앤드 피스!"

 

2008. 4. 12(토)

김탁환 KAIST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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