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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혹은 2030이란 숫자를 앞세우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10년이나 20년 정도는 '지금, 여기'로부터 추정이 가능하다는 자심감이 깔렸다. 그러나 《미래》(지호)의 저자 수전 그린필드는 "커다란 기술의 진보를 낳는 중요한 과학적 발전을 예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책머리에 던진다. 1943년 IBM 사장 토머스 왓슨조차도 전 세계에서 컴퓨터가 다섯 대 정도 팔릴 것이라는 황당한 예측을 했다는 것이다.

 

그린필드는 디지털 기술이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킬 것인가를 장밋빛으로 수놓는 책들을 향하여 일침을 가한다. "참된 문제는 무엇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우리의 가치관을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가"라고.

 

《미래》를 딱딱한 비평서로 단정 짓지는 마시라. 저자가 처음에는 미래에 관한 소설을 구상했었다고 서문에 밝혀 놓았듯이, 이 책에는 인류의 미래가 전문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미래의 텔레비전을 예로 들어보자. 시청자는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영화나 드라마에 직접 참여하여 카메라의 각도와 드라마의 결말을 음성 명령으로 선택한다. 또한 각자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개별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광고 역시 시청자가 선호하는 상품들로만 따로 준비된다.

 

《미래》가 더욱 빛나는 대목은 미래를 향한 열 가지 물음이 지닌 날카로움이다. 이 물음들은 독자들에게 미래 사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펼쳐 보이는 가교 역할을 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라는 물음에서는 인류에 공헌하는 다양한 로봇들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을 파헤치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에서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 미래의 어린이가 현실 세계 및 가상 세계를 배우고 익히는 새로운 방법과 효과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그린필드는 디지털 문명이 놀랍도록 발전하는 바로 지금이 "개인적인 에고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는 시기"라고 단정 짓는다. '우리는 여전히 자유의지를 가질까?'라는 물음을 따로 설정한 까닭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펼쳐질 미래의 테러가 지닌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경고하기 위함이다. 다산력을 갖춘 나노로봇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악보다는 선을, 독선보다는 협력을 선호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변함없이 지키고 길러나갈 수 있을까.

 

그린필드에 따르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과학기술을 옹호하는 자, 과학기술의 힘을 깔보고 냉소하는 자, 과학기술을 두려워하는 자. 《미래》의 열 가지 물음은 결국 현재 삶의 무게가 버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래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나에게 하여 독자에게 입장을 강요한다. 당신은 셋 중 어느 쪽이냐고. 왜 그 쪽에 설 수밖에 없느냐고.

 

내일의 과학은 우리의 삶과 정신을 어떻게 바꾸어놓을까? 즉답할 자신이 없다면 《미래》부터 읽으며 공부하시기를!

 

2008. 4. 26(토)

김탁환 KAIST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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