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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리꾀르 (Paul Ricoeur, 1913~2005)

〈의지의 철학Ⅰ·Ⅱ〉 (Philosophie de la volonte, 1950, 1960)

 

 

1.

폴 리꾀르는 데카르트, 베르그송, 마르셀, 메를로 뽕띠로 이어오는 프랑스 철학의 정통적 맥을 계승하고 있는 현존하는 독창적인 철학자이다. 1913년 프랑스 남동부 발랑市의 프로테스탄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살 때 그는 조실부모하고, 고향을 떠나 브르따뉴지방 렌느市에서 성장했다. 렌느에서 리세와 대학을 마친 다음, 파리로 올라간 것은 1935년 철학사 학위를 받기 위해서였다. 파리에서 대학이 아닌 가브리엘 마르셀의 저택에 있었던 세미나에 참가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마르셀과 평생동안 친교를 맺는다(그의 처녀작은 1948년의 『가브리엘 마르셀과 칼 야스퍼스』다). 1950년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한 『의지의 철학』 제1권은 은사인 마르셀에게 헌정되고 있다. 1968년 『마르셀과의 대화』란 저서는 스승과 제자와의 우정어린 학문 고백서다. 그리고 1973년 마르셀이 타계하기 직전에 『마르셀과 현상학』이라는 방대한 논문집을 편집한 바 있다.

 

리꾀르는 1935년 대학교수 자격에 합격한 다음 1939년까지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동원되어 전쟁에 참전하자, 바로 포로가 되어 1945년까지 5년간 스위스의 포로수용소에서 갇힌 몸이 되었다. 그는 전후 3년간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한 다음, 1949년 장 이뽈리트의 후임으로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철학사를 강의하게 된다. 1950년에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 훗설의 『이데엔』 제1권의 번역과 주석한 것을 가지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1952년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리꾀르는 1956년 소르본 대학의 일반철학 담당교수로 옮겼다. 그리고 1966년 파리의 교외에 위치한 낭떼르에 신설되는 대학창립멤버(현재 파리 제10대학교)로 자원하여 갔다. 그는 새로운 대학교육의 이상을 신설되는 대학에서 펼쳐보자는 대학개혁의 아방가르드로 나섰다. 그러나 1968년 5월 사건은 바로 낭떼르에서 도화선이 터졌고, 대학내의 극좌?극우의 대결로 대혼란에 빠지고 만다. 1970년에 리꾀르는 문학?인문학 부장을 사임하였다. 「대학에 있어서 개혁과 혁명」이란 논문은 바로 이 때 쓴 것이다.

 

리꾀르는 무니에와 함께 「에스프리」(Esprit)지의 창립편집위원으로 오랫동안 시사문제를 철학적 입장에서 평론하였다. 『역사와 진실』이란 책은 평론집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또한 프랑스철학회 기관지인 「형이상학?윤리학잡지」의 편집주간으로 1975년 이래 책임을 맡고 있다. 그는 정년퇴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꼴레즈 드 프랑스 교수로 다시 임명되었다.

 

2.

리꾀르는 실존주의, 구조주의,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학, 합리주의 등의 여러 철학의 경향과는 대조적으로 반성적 방법을 철학의 길잡이로 삼아 그의 독창적인 세계를 개척하였다. 즉 의미의 해석 및 해명의 테마가 탐구의 주종을 이룬다. 오늘날 해석학(hermeneutique)이라고 하는 학문의 영역을 현상적학 방법을 동원하여 전개해간 것이다.

 

1950년의 『의지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제1권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Le Volontaire et l'involontaire)을 박사논문으로 제출하였다. 이것이 바로 리꾀르가 평생동안 개척해 나아갈 철학의 이정표가 된다. 만 10년 후인 1960년에 『의지의 철학』 제2권으로 「유한성과 유죄성」(Finitude et culpabilite), 제1책 「오류적 인간」(L'homme faillible), 제2책 「악의 상징」(La symbolique du mal)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로써 리꾀르의 사상체계는 골격을 드러낸다. 제3권에 해당하는 『의지의 詩學』(La poetique de la volonte)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60년대 이후 구조주의 논쟁에 리꾀르는 해석학, 언어의 현상학의 입장에서 참가한다. 이 시기의 주요 논문은 『해석의 갈등』으로 수렴된다. 그것은 당면한 지금 여기라는 현대철학의 중심 문제를 정면에서 대결하는 투사로서의 면모이다.

 

1940년대는 프랑스 철학계에 있어서 현상학의 시도가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진 때이다. 사르트르에 의해 ‘想像力’, 메를로 뽕띠에 의해 ‘知覺’이 다루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50년대에 리꾀르에 의해 ‘意志’의 순수기술로 나타난다. 이것은 베르그송 이래 프랑스 철학의 전통을 충실하게 계승하는 ‘의지의 경험론’에 해당하는 업적이다. 리꾀르는 이 저서에서 ‘심리학은 형이상학에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한다. 그러므로 리꾀르의 철학을 ‘의지의 철학’이라고 한다.

 

『의지의 철학』제1권 서두에서 그는 인간의 지성을 근원으로부터 변질시키는 ‘過失’(faute)의 개념과 주체성의 근원을 내포하는 ‘超越’(transcendance)의 개념을 훗설이 말하는 ‘형상적 환원’에 의해 잠정적으로 괄호 안에 넣는다. 이것은 자연과학에 있어서처럼 여러 형태의 행위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이나 경험주의적 기술이 아닌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과의 상호관계를 대상으로 삼는다.

 

왜냐하면 이 상호성은 두 개의 결합도 분리도 아니며, 일원론과 이원론을 모두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은 의지라고 하는 것에 필요한 구성요소가 된다. 리꾀르는 마침내 의지적 표현을 세 개의 단계로서가 아니라, 세 개의 계기, 즉 결단(decider), 행동(agir), 동의(consentir)에서 파악한다. 결단은 동기에 의한 의지적 행위이며, 행동은 육체를 움직이는 의지적 행위이고, 동의는 필연성을 승낙하는 의지적 행위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비의지적인 것과 함께 ‘身體’가 등장한다.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는 영혼과 신체의 2원론에 의해 분열된다. 거기서 코기토의 회복은 온전해야 한다. 리꾀르는 강조하여 말한다.

 

“우리는 코기토의 한 가운데에서 신체와 신체가 양육되는 비의지적인 것을 재발견해야 한다. 내가 사유하는 완전한 경험은 내가 욕망하고, 내가 가능하고, 내가 생활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신체로서의 실존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데카르트적 코기토의 비판과 온전한 회복은 리꾀르 철학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식으로서의 직접적 의식에 대한 프로이트나 니체의 비판과 대결도 겸하게 된다.

 

1960년에 발표된 『의지의 철학』 제2권 「유한성과 유죄성」에서 리꾀르는 ‘의지의 形相論’을 전개한다. 순수기술의 영역을 한정시키기 위해 ‘과실’ 및 ‘인간적 악’의 모든 경험에 부착되었던 괄호를 벗겨 버린다. 오류적 인간, 즉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인간을 귀납적으로 기술한다. 철학적 인간학의 방법에 의해서는 악이 어떻게 인간과 세계 속에서 발생되는 것인가를 연역할 수 없다. 오류적 인간은 오류성의 개념을 밝히면서 이미 결합되어 있는 자유의지와 예속의지의 수수께끼를 가능한 한 엄밀하게 고찰하려는 시도이다.

 

우선적으로 이미지, 상징, 신화 등에 의하지 않는 순수 반성에 의해 악이 인간적 현실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을 이해 가능하게 한다. 리꾀르는 유한하며 무한한 인간이라는 데카르트적 패러독스를 문제로 제기하면서 플라톤의 혼합된 영혼, 파스칼의 두 개의 무한에 대한 레토릭에 있어서 ‘비참함의 파토스’(le pathos de la misere)를 분석한다. 그리하여 이것에 대한 해명을 ‘초월적 종합’, ‘감정적 종합’, ‘감정적 취약성’이라는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간이 오류적이라는 것은 도덕적인 악의 가능성이 인간 안에 구조화되었다는 것이다. 즉 이것은 인간의 연약함, 취약성이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악의 조정(措定)이 있기 때문이다. 취약성은 악이 삽입되는 ‘장소’가 아니라 ‘능력’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경험론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기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구체적인 신화뿐이라고 리꾀르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3.

신화나 상징의 해석은 경험론적 기술의 도입부가 된다. 이것이『악의 상징』의 주제이다. 이 저서는 철학적 인간학이라고 할 수 있는 앞의 두 저서와는 방법론과 접근법에 있어서 매우 다르다. 상징의 해석을 위해 해석의 규칙, 즉 해석학의 방법이 요청된다. 리꾀르는 『악의 상징』을 전환점으로 의식의 철학에서 상징과 기호의 해석을 통해서 자기이해라는 반성 철학으로 관심을 돌린다.

 

『악의 상징학』제1부에서는 ‘오욕’(souillure), ‘죄’(peche), ‘유죄성’(culpabilite)이라는 1차적 상징들이 분석된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2차적 상징으로 ‘시원과 종말과 신화(les <mythes> du commencement et de la fin)가 해석된다. 악의 문제는 이성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 것’, ‘고백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성의 조명만으로는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리꾀르는 일상적 경험 세계에서 차용한 간접적 표현, 상징적 표현을 빌려서 표현의 양의성과 의미의 이중성을 해석한다. 상징적 언어의 특성은 불투명함에 있으며, 이 불투명함이 상징의 깊이를 형성하여 이것을 해석에 의해 이해시키려 한다. 양의성의 관계를 해명하고 이해하는 ‘장’을 리꾀르는 ‘해석학적 場’이라고 부른다. 해석이 없이는 상징은 존재할 수 없다!

 

「악의 시원과 종말의 신화」는 4가지로 분류한다. 1) 천지창조의 드라마 신화, 2) 비극적 세계관의 그리스 신화, 3) 종말론적 아담의 타락 신화, 4) 추방된 영혼과 구원 신화. 이 신화들은 인간성의 현실을 그의 보편성, 전체성, 구체성에서 인간조건을 표현한다. 이 신화의 의미가 계시하는 것은 해석에 의해 해명된다. 그리하여 해석학에 있어서 상징의미의 증여와 이해의 지적 의도가 결합한다. 리꾀르의 『의지의 철학』은 제3권 『의지의 시학』으로 완결될 것이다.

 

*그밖의 주요 저서 및 논문

〈독일현대철학사〉 Histoire de la philosophie allemande, 1954

역사와 진리〉 Histoire et verite, 1955, 1964

해석학론, 프로이트시론〉 De l'interpretation, essai sur Freud, 1965

해석의 갈등〉 La conflit des interpretations, 1969

살아있는 은유〉 La metaphore vive, 1975

시간과 이야기Ⅰ?Ⅱ〉 Temps et recit Ⅰ?Ⅱ, 1982,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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