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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맷 키시(Matt Kish)는 다양한 이력을 지녔다. 카페테리아 요리사, 전문의 수련의, 서점 매니저, 영어 선생님, 도서관 사서 등. 정민 선생의 말처럼 "미쳐야 미친다!"에 딱 들어맞지 않나 싶다.

미국의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주연한 영화〈
애프터 어스를 보면, 재미난 장면이 나온다.

우주선이 지구에 불시착하는 장면에서 아들이 아빠에게 소리친다
. "아빠 저 모비 딕 읽고 있어요!" 헐~ 그 찰나의 순간에 이런 대사가 흘러나오다니. 윌의 제안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윌의 어머니는 도서관 사서였다고 한다
. 그 영향으로 윌은 어릴 적부터 고전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한다 이제 영원한 고전 '모비 딕'을 광인(狂人) 맷 키시의 작품으로 다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펼치니 독특한 비주얼이 눈앞에 달려든다. 또 헐~

▲자신과 작품 앞에 선 맷 키시, 이 작품은 책 578쪽에서 볼 수 있다.


맷 키시는 1년 반 동안《모비 딕》의 원작에서 페이지당 한 구절씩 따 와서 폐지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원작이 552페이지 분량이었다고 하니 거의 매일 그림 한 점씩 그렸다고 보면 되겠다. 아마 책에 실린 그림도 실제로 헤아려보진 않았어도 족히 그 만큼 될 것이다.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왜 굳이 빼겠는가?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강수정 선생의 옮김으로 나온《모비 딕》과 함께 읽으면 좋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가령 본문에 나오는 빨강과 파랑으로 표시된 숫자는 《모비 딕》(열린책들)의 쪽수와 일치한다. 상권의 경우 빨강, 하권은 파랑(298쪽부터)으로 구분해 놓았다. 이 책의 번역도 강수정 선생이 맡았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저자의 열정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신기하게도 페이지마다 한 구절씩 뽑아낸 것을 그대로 이어놓아도 나름 멋진 이야기 한 편이 되는 게 아닌가. 더욱이 저자의 영감 속에 탄생한 번뜩임의 이미지가 제대로 살아 분수공처럼 뿜어져 나오지 않는가. 별 희한한 일도 다 있지 싶다. 오프라 윈프리가 선정한〈당신이 읽을 줄 몰랐던 하지만 읽자마자 바로 사랑에 빠질 11권의 책〉 중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먼저모비 딕을 보시라. 이 때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니지만, 강수정 선생의 판이어야 한다. 그래야 원작과 그림이 매칭된다. 원작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는 맛이 참 재미롭다. 가령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 이슈마엘(작품속 화자), 타슈테고, 다구, 퀴퀘그, 스타벅, 스터브 등등 작살잡이들의 분투, 바다와 파도의 다양한 이미지, 피쿼드호와 레이첼호의 모습 등등.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압권은 고래의 다양하고 이채로운 이미지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 난 키시의 독창성이 여기에 강렬하게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177쪽과 280쪽에 실린 고래 그림이 좋았다. 한편 475쪽 이미지는 원작 표지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솜씨가 능준하다. 이제 여러분도 모비 딕의 팬이라면 자신만의 이미지를 찾아보자. 아니면 직접 그려보는 것도 좋겠지만, 당분간 어렵다면 이 책 권해 드린다. 고전은 매번 새로운 번역 혹은 새롭게 읽기도 훌륭하지만, 맷 키시 식의 독특한 표현이랄까 이미지를 통한 해석도 반갑기 그지 없다.

뮤지컬 '모비 딕'은 고래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피쿼드 호 선원들의 심층적 내면세계를 파고 드는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1년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모비 딕'이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바 있다. 고전모비 딕을 놓고 여러 장르에서 융합적 교점을 찾는 이런 시도는 원작 속에 인간의 본성(가령 에이해브 선장과 스터브 일등항해사의 갈등, 자연과 인간의 대결 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끊임없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예술적 기법을 통해 오늘과 교감하는 것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넉넉한 복일 지도 모른다.

 

그래픽 모비 딕

맷 키시 저/강수정 역
미메시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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