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은 기대 수명, 생활 만족도, 생태 발자국(인간이 자연에 남긴 영향) 등을 종합한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를 2006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발표 첫 해(2006), 우리나라는 178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고, 2012년에는 63위를 차지했다. 2012년 순위를 보면 코스타리카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베트남, 콜롬비아, 벨리즈, 엘살바도르 등이었다. 이번에도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에 랭크되었다.
당시 NEF 측은 “행복지수는 우리 모두가 의존하고 있는 환경적인 자원 제한을 존중하면서 해당 국가들이 자국민들에게 풍족한 생활을 주는데 성공 또는 실패했는 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NEF 행복수는 환경적 조건이 너무 크게 반영되어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OECD에서 발표하는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2012년 34개 회원국 중 3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적 수준이 행복의 중요한 기반이 되기는 하지만, 단순한 양적 수준이 아닌 질적인 분배와 복지 수준이 국민의 행복도를 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흔히 삶 속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행복’을 꼽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행복한 삶을 원하는 만큼, 우리들은 행복하게 살아가지 못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사회적 현실을 분석하고 성찰함으로써 행복한 삶,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을 찾고자 한다.
저자는 우리가 잊고 지내는 현실들, 우리를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외롭게 하는 현실들을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분석함으로써,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행복한 사회를 향한 지적, 정신적 에너지를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조망한다. 그러기에 저자의 시선은 빈곤, 불평등, 자본의 독점화, 노동문제와 비정규직, 성장과 복지, 계급투표, 교육과 주거, 출산율과 고령화 등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이 책의 장점은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영역 제반에 대하여 다양한 통계수치와 그림 자료를 활용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주장은 한결 설득력이 있다. 가령 소득 불평등에서는 소득 분배 지표로 널리 사용되는 지니계수, 5분위 배율 그리고 상대적 빈곤율 세 지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분배 불평등이 심화되는 경향을 한 눈에 알 수 있음을 말할 것도 없다.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략) 실업자들이 많고 저임금의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다. 게다가 부의 불평등이 커지면 노력에 대한 대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세상을 불만을 품게 되고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 248쪽
그렇다면 저자의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다. 저자에 의하면 값싼 노동력 덕분에 시장에서 독점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대기업들이나 부동산 등을 이용해 지대나 금융 소득을 얻는 부유층들이 더 많은 부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이나 보험료를 내고 이 돈으로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시장에서 불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 부를 공정하게 재배분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의 노동 가치를 사회와 국가가 인정해 주고 보상해 줌으로써 누구나 사회의 기본적, 일반적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중략) 어려운 사람들까지도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 252쪽
나아가 저자는 보편적 복지는 단지 먹고사는 문제만이 아니라 차별적이고 경쟁적인 문화를 완화시키는 데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행복한 사회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시선은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낮은 곳으로 향하면서 비전은 먼 미래를 내다본다. 그는 "눈앞의 만족이 아니라 미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모두 함께 자유롭고 평화롭고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호소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좀 더 행복한 사회를 물려 주자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현재 전북대학교에서 사범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환경운동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다방면에 걸쳐 사회적 활동도 활발하게 실천하고 있다.
그가 제한된 지면에 우리 사회의 행복도와 이를 가로막는 여러 장애에 대한 통찰,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안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은 그간 부단한 고민과 성찰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혜안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