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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슬픔과 기쁨

[도서] 그의 슬픔과 기쁨

정혜윤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H-20000과 함께 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올해 노벨문학상은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돌아갔다.
스베틀라나는 어떠한 사건이 역사가 되려면 최소한 50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체르노빌 사고가 생긴지 30여 년이 흘렀다.

그녀는 전쟁, 재해와 원전 사고 같이 주요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과 애환을 인터뷰하고 기록했다. 그녀의 지난한 수고가 노벨문학상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것은
기록 문화의 가치를 높이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겠다.

그녀는 기록한 과거의 역사는 어쩌면 우리의 미래를 닮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보면 ‘미래의 연대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유도 미래 언젠가 또다시 닥칠 수 있는 인류의 재앙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1986년 벌어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되짚어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재앙과 그로인한 사람들의 고통을 돌아볼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혜윤 CBS 라디오 피디가 쓴 이 책 역시 기록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녀는 스물여섯 명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애환을 녹취하고 기록했다.
"이 책은 쌍용자동차 선도투 중 스물여섯 명의 구술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그리고 스물여섯 명의 이름 하나하나 나열한다.

나는 요즘 정혜윤 피디에 필이 꽂혔다. 그녀가 쓴 《침대와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와 같은 서평집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해고노동자의 슬픔과 기쁨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자문하는 성찰의 수단이다.

그녀는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도 발을 굳게 내디뎠다. 그녀는 우리 이웃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작가 공지영도 그랬듯이.

이 책의 구성에서 특이한 점은 마치 영상이 자연스레 옮겨가듯 노동자들의 인터뷰가 연줄 처럼 오버랩되면서 이어진다는 점이다.

2013년 6월 7일 한 모터쇼가 열렸다. 이름하여 H-20000. '20000'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개수를 가리키고, 'H'는 HEART 혹은 HOPE 혹은 사다리를 뜻한다. 그 모터쇼에 나온 차는
달랑 한 대였다. 해고 노동자들은 서른 명 가량 모여 코란도 한 대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했다. 낡은 부품은 새것으로 교체했다.

저자는 서울 광장에서 7분 가량 편집한 영상을 보면서 문뜩 깨달았다. 영상에서 본 것은 그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이 잃어버린 얼굴이었다. 그때 그녀는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간절히.

2005년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4년 뒤 2009년 1월 7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하이차는 자신들이 필요한 기술을 빼돌린 다음 의도적으로 먹튀했다.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책을 들면 해고노동자들이 어릴 때 자란 이야기, 자신들이 사랑한 가족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아름 펼쳐진다. 쌍용차에 입사하게 된 내력도 제각각이고, 월급을 받고 빚을 갚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며
선을 보고 결혼도 했다. 달콤한 생활을 맛보고 희망에 넘치는 인생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상하이차의 먹튀는 모든 것을 허망하게 파괴해 버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절절히 느껴볼 수 있었다. 회사측이 돈으로 혹은 감언이설로 매수하거나 유언비어를 퍼트려 분열시키는 획책은 말할 것도 없고, 산 자와 해고된 자들의 노노 갈등, 헬기와 경찰 등을 동원한 공권력의 폭력.
눈물이 났다. 그들의 슬픔과 기쁨에 가슴이 저민다.

2013년 11월 29일. 2009년 77일 파업에 참여한 110여 명에게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렇게 해서 노란 봉투 캠페인이 벌어졌다. 4만 7천 원씩 10만 명이 모이면 47억이었다. 33일 만에 9억 4천만원이 모였다고 한다.

그래, 아직 희망이 있다. 그들의 슬픔과 기쁨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곧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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