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프랑스 작가 루이 페르디낭 셀린은 의사이면서 작가로 활동했는데,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반 자전적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에서 사랑을 잃었을 때의 고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인용한 부분은 주인공 페르디낭이 미국에서 모국인 프랑스로 돌아갈 결심을 한 후 창부 모리와 헤어지는 장면이다. 페르디낭에게 모리는 “그녀와 헤어진다는 것은 뻔뻔하고 냉혹한 어리석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하던 애인이었다. 그러나 페르디낭은 미래가 없는 사랑을 끝내기 위해 그녀에게 헤어짐을 고한다.

 

“긴 이별이여, 페르디낭. 정말로 후회하지 않겠어요? 중요한 거예요! 이것만은 잘 생각해 보고…….”

 

열차가 역으로 들어왔다. 기관차를 본 순간 나는 더 이상 내 모험에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앙상한 몸만큼의 용기를 휘두르며 모리에게 입맞춤했다. 이번만은 고통을, 진정한 고통을 느낀 모두에 대하여, 나 자신에 대하여, 그녀에 대하여, 모든 인간에 대하여.


우리가 일생을 통하여 찾는 것은 아마 이것일 거다. 오직 이것뿐일 거다.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위해 맛보는 살을 에는 듯한 슬픔.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위해 맛보는 살을 에는 듯한 슬픔”이라는 페르디낭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힘든 순간에 주어지는 감정을 ‘특별한 선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도 한창 괴로울 때 탄생한다. 사랑을 잃었을 때는 신기할 정도로 감정이 풍부해진다. 인간적인 감정이 끝없이 표출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이별의 슬픔이나 아픔이 주는 풍요로운 감정을 인정하고, 그를 위로해가 위해 많은 노래들이 불려졌다. 그렇게 많은 노래 중에 샹송이나 엔카 같이 이별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압도적으로 많이 하는 장르가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실연이 주는 상실감은 빨리 떨쳐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괴롭겠지만 그때가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을 철저하게 느끼고 이별의 이유에 대해 곱씹어보아야 한다. 그러고는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게 좋다. 그런 시간을 보내야 성국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의 사람의 마음도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내면에 깊이가 생긴다.

 

- 사이토 다카시 《혼자 있는 시간의 힘》 174~176쪽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저/장은주 역
위즈덤하우스 | 2015년 07월

 

밤 끝으로의 여행

루이-페르디낭 쎌린느 저/이형식 역
동문선 | 2004년 10월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