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와인은 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 음식의 경우 맵거나 간이 세거나 하기 때문에 소주나 맥주를 선택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왠지 와인이라고 하면 와인 자체가 고가이기도 하고 안주도 치즈나 스테이크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만나 가볍게 마시기에는 부담이 되었던 것도 와인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굳이 백화점 와인코너가 아니라 마트 와인코너에만 가도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부터 칠레나 미국과 같은 신세계와인까지 각각의 나라별로 컬렉션이 구비되어 있으며 와인마다 바디, 타닌, 산미, 당도를 포함한 정보들이 있어 여러 종류의 와인을 쉽게 접해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편의점에서까지 와인을 구매할 수 있어 와인이 우리 일상에 정말 가까이 와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종과는 달리 와인은 용어부터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고 사실 그 많은 와인 중에 좋아하는 맛을 찾는 게 너무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마스터 소믈리에이자 와인평가수업에 대한 강의를 하는 교수인 켄 프레드릭슨이 쓴 와인 지식사전은 와인에 대한 기초 지식과 특성 부터 소믈리에처럼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기술하여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로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책 곳곳에 와인을 접할 때 필요한 지식이 설명되어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와인의 라벨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 설명하는 챕터는 앞으로 와인코너에 가서 와인을 선택할 때 무척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책 중간 중간에 와인의 사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와이너리, 포도농원 등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와인의 향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 내용 중에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를 얻으려면 나무를 심고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글귀를 보면서 3년이라는 시간을 품은 뒤에야 맛볼 수 있는 와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스카도 다스티가 발효되지 않은 잔당이 남아 단맛이 난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와인의 기본적인 지식을 알게되는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와인은 어떤 종류였지?"에 대한 질문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지껏 마셨던 와인을 곰곰히 떠올려보며 제 취향의 와인이 어떤 스타일이었는 지 파악하게 되는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와인을 마시거나 소믈리에처럼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지 그리고 주로 어떤 부분을 느끼면서 테이스팅하면 되는 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제껏은 와인을 마실 때 그저 맛이 있는 지 없는 지만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바디감, 산미나 당도 그리고 타닌과 같은 부분을 생각하며 제가 좋아하는 취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여지껏 잘 알지 못해 선택하기 어려웠던 와인이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여러 나라의 많은 종류의 와인을 시도해보고 제가 좋아하는 와인의 종류를 찾아나가고 그와 페어링되는 음식들을 맛보며 저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