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어제 수영을 하고 수영장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들어오는 분들이 밖에 장대비가 내린다고 하더라고요. 가방에 작은 우산을 항상 휴대하는지라 여유있게 나왔는데, 웬걸, 햇빛만 쨍쨍하데요. ‘별 실없는 농담을...?’하며 주차해둔 차로 갔는데, 세상에, 차 유리창이랑 보닛에 누런 얼룩이 생긴 겁니다. 세차하고 겨우 하루 몰았는데...T_T 빗물 얼룩이 생긴 걸로 봐서는 지나가는 소나기였나봐요.

 

 

  대체 왜 이리 누런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다 범인을 찾았습니다. 바로...

 

 

  소나무의 꽃가루 때문이었던 거죠. 사진에 표시해둔 것처럼 잎집에서 바늘 모양의 잎이 2개씩 난 걸 보니 리기다소나무 아닌 우리나라 소나무였는데, 요 며칠 바람이 심했던데다가 비까지 내려서였는지 남은 꽃가루는 별로 없더라고요. 암꽃도 잘 안 보였고요. 대신 작년에 수정되어 열린 열매, 즉 솔방울은 많이 보이던데요.

 

  소나무 꽃가루, 일명 송홧가루가 심하게 날릴 땐 정말 장난 아니죠. 위 오른쪽 사진은, 지금은 폐간된 월간 『지오(Geo)』 1994년 9월호에 실려 있던 사진인데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지 않나요?

  소나무는 전형적인 풍매화입니다.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경우에 충매화, 바람에 날려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풍매화라고 하는데요, 충매화는 곤충을 유혹해야하므로 대개 꽃의 색깔도 화려하고 향기도 (좋건 나쁘건) 있으며 꿀도 있습니다. 하지만, 풍매화는 바람을 유혹한다는 게 소용이 없기 때문에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지는 않죠.

 

▲ 그래도 제 눈에는 귀엽고 예쁜 소나무의 암꽃(^^)입니다. 오른쪽의 수꽃은 제 타입은 아니라서...(^^;)(사진 출처: 『주머니 속 나무도감』, 2012)

 

  그리고 현미경으로 보면, 풍매화는 바람에 잘 날려갈 수 있도록 크기가 작아서, 충매화인 백합의 꽃가루와 풍매화인 잔디의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비교해보면 크기가 수십 배에서 백 배 정도 차이 납니다. 게다가 충매화는 곤충의 몸에 잘 달라붙기 위해서 꽃가루 표면에 가시돌기 같은 구조가 많구요.

 

▲ 왼쪽은 풍매화인 질경이의 꽃가루, 오른쪽은 충매화인 민들레의 꽃가루입니다. 배율을 달리 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민들레 꽃가루가 훨씬 큽니다. 그리고 꽃가루 표면을 비교해봐도 풍매화인 질경이쪽이 충매화인 민들레보다 좀더 매끈하죠? 민들레 꽃가루에 묻은 저 허연 이물질들은 배기가스 분진...--;(사진 출처: 『지오(Geo)』, 1994년 9월호 기사 「현대의 난치병 알레르기」)

 

 

  풍매화인 소나무 꽃가루의 경우엔 작을 뿐 아니라 2개의 공기주머니가 달려있기까지 합니다. 잘 익은 솔방울 안의 소나무 씨앗이 날개를 가지고 있는 걸 고려해보면 바람을 잘 타려는 게 집안 내력인가봐요.(^^)

 

▲ (왼쪽) 소나무 꽃가루의 현미경 사진, (오른쪽) 솔방울에서 꺼낸 소나무 씨앗(사진 출처: 『주머니 속 나무도감』, 2012)

 

  소나무처럼 풍매화의 꽃가루들이 날려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게 아닐까 걱정하신다면, 사실 꽃가루는 미세먼지 농도와 직접적으로는 상관이 없답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먼지로 정의되는데, 꽃가루는 작아봤자 40마이크로미터 정도거든요. 소나무 꽃가루는 거의 70~140마이크로미터 정도...

  다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소나무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적고 영양성분이 많아서 예로부터 송화다식이나 송화강정, 송화주 같은 음식 재료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소나무꽃 개화의 절정기가 5월인지라 가정의 달 5월동안에는 누런 먼지 같은 소나무 꽃가루를 자주 볼 것 같네요.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