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싱글라이더

[영화] 싱글라이더

개봉일 : 2017년 02월

이주영

한국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2016제작 / 20170222 개봉

출연 : 이병헌,공효진,안소희

내용 평점 4점

  삶에 대한 것만으로도 생각할 게 너무 많아 죽음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겪고 보니 요즘은 죽음 너머에 대한 생각이 예전보다는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되었죠. 죽음이 무서운 것은, 삶을 끝내는 궁극의 고통 때문이 아니라 실상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홀로 떨어져 미지의 공간에 갇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구요.

 

  너무 잔잔할 것 같아 굳이 극장에 가서 볼 것까지 있을까 하며 넘겼던 이 영화를 TV에서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은, 죽음이 가져다줄 이별에 대한 공포를 조금은 위로 받았으되 그래도 슬펐기 때문입니다.

 

 

(※ 스포일러 “많이” 있습니다!)

 

  영화는 짤막한 시 한 편과, 파도 소리, 그리고 아이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타스마니아 섬’이라고 영어로 설명하는 아이. 차 안에서 영상을 보던 강재훈(이병헌)은 무표정하게 앞을 봅니다. 교통정체로 꽉 막힌 도로. 회사에 도착한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이 대량해고에 대해 쑥덕거리는 걸 가만히 듣고 있습니다. 라우터 증권사의 비상대책위원회는 그야말로 비상이죠. 법정관리에 안 들어간다는 사장의 말만 믿고 부실채권을 팔았던 재훈도 그 상황에 대한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기에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1조 3천억 원의 부실 채권, 4만 명의 피해자. 피해자 중 한 남자에게 뺨을 맞고 겨우 몸을 추스린 그의 눈에 엄마 손을 잡고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영어 조기 교육을 위해 호주로 유학 보낸 아들 생각이 난 그는 집으로 돌아와 아이가 보낸 생일 축하카드를 몇 번이나 펼쳐본 후 꾸역꾸역 회초밥을 먹지만, 아내로부터 일주일쯤 더 있다가 귀국하겠다는 메시지를 받고는 전화를 걸어 말다툼을 합니다. 그리고 책상 앞에서 휴지조각이 된 1억 원짜리 약속 어음 몇 장을 보다가 통장과 함께 봉투에 넣고 여권을 꺼내어 물끄러미 보죠. 술을 들이킨 후 컴퓨터에 사과문을 써내려가던 그는 약통에서 약을 꺼내 술과 함께 삼킵니다. 아내와 아이의 사진을 보던 그는 인터넷 지도 검색으로 아내와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주소를 손등에 쓴 다음 비행기표를 예매합니다.

  얼마 후, 비행기 좌석에 앉은 그의 모습이 보이고, 그의 방 침대에 놓인 휴대폰에는 본사 영업본부장으로부터의 전화, 그리고 부재중 전화 3개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호주에 도착한 재훈은 손등에 적어둔 주소를 보며 버스 편을 확인하는데, 그 옆으로 배낭과 짐을 잔뜩 짊어진 젊은 여자(안소희)가 뛰어와 버스 안내판을 쳐다보더니 헷갈리는지 호주인 청년에게 버스 편을 묻습니다. 그녀가 얘기하는 교차로 이름이 자신이 가려는 곳과 같음에 재훈은 그쪽을 쳐다보다가 그녀와 같은 버스를 타고요. 버스에서 내리고도 한참을 헤맨 끝에 438번지를 찾아낸 재훈. 노크를 하지만 개 짖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자 그는 옆으로 돌아 집 뒤쪽으로 가보는데요, 뜻밖에도 집안에는 아내 수진(공효진)이 백인남자 크리스(잭 캠벨)와 함께 웃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재훈은 “호주로 보낸 건 아이와 아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선택은 아이와 아내를 위한다고 생각한 ‘자신’의 선택이었지 아이와 아내의 선택은 아니었죠. 그렇게 먼 장래를 위해 떨어져 있기로 한 선택 때문에 그가 놓친 수없이 많은 것들 - 아이와 함께 바닷가로 가서 놀아주기, 아내의 꿈에 공감하며 함께 꿈꾸어 나가기, 아이가 아플 때 가장 가까이에서 손을 잡아주고 곁을 지켜주기, 아이가 커가면서 배워나가는 것에 감탄하고 격려하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껴보기... 과연 무엇을 위해 그 소소한 작은 행복들을 모두 포기해야 했던 걸까요? 그렇게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뼈아픈 후회를 깨우쳐준 영화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라고 얘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더 사랑하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지켜보는 행복을 느껴보라고 하죠.

  마지막 장면에서 재훈은 아들 진우가 보내준 영상과 즐거운 웃음소리가 더해진 목소리를 떠올리며 바닷가 절벽에서 이제껏 한 번도 그렇게 바라본 적이 없는 바다를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요, 그 쓸쓸하면서도 홀가분한 자유라니...

  그 엔딩 장면을 보면서 제게는, 아마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를 것 같은데, 어릴 때 라디오에서 가끔씩 나왔던 최희준 선생님의 『하숙생』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희한하게도 영화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멜로디인데, 영화를 보고나면 이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멜로디와 가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부유하는 영혼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영화였지만, 남아있는 이들의 삶 역시 녹록치는 않아 보이는 그 인생이란 것의 무게감 때문에 가슴이 오랫동안 먹먹하게 되는 영화 『싱글라이더』였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