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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7인

[영화] 새벽의 7인

개봉일 : 1976년 09월

루이스 길버트

미국, 체코, 유고슬라비아 / 드라마,어드벤처,전쟁 / 청소년 관람불가

1975제작 / 19760903 개봉

출연 : 조스 애클랜드,니콜라 파젯,티모시 바톰즈,마틴 쇼,안소니 앤드류스

내용 평점 5점

  로랑 비네의 『HHhH』를 읽고 다시 떠올린 추억의 영화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앨런 버제스의 소설 『새벽의 7인(Seven Men at Daybreak)』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로랑 비네가 제시한 자료와 대조해보면 차이점도 제법 있고 영화적 요소를 가미해서 좀 뻔하다 싶은 전개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그런 차이점이나 뻔해 보이는 전개가 영화를 다 보고난 다음 마음에 남게 되는 깊은 울림과 여운을 깎아 먹지는 않으니 명화의 반열에 올려도 되겠죠.

 

 

(※ 스포일러 “많이” 있습니다!)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이 담긴 주제음악을 배경으로 나치의 훈장, 휘장, 군용 장검, 하켄크로이츠 깃발 등이 펼쳐진 탁자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탁자의 끝에는 히틀러의 두상이 놓여있고, 탁자 너머로 긴장한 표정의 하인 3명이 군복과 군화, 군용 코트를 금발의 독일인에게 입혀주고 있습니다. 바로 나치의 고위 장교이자 히틀러의 총애를 받고 있고 ‘히믈러의 두뇌’라고 불리우는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안톤 디프링)입니다. 그가 차를 타고 떠날 때 화면에는 ‘이것은 실화다’라는 자막이 뜨고, 이어 ‘이 일은 1941년 영국에서 시작된다.’라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영국에서 급작스레 호출을 받고 장군 앞으로 불려간 얀 쿠비시(티모시 바톰즈)와 요제프 가브치크(안소니 앤드류스), 그리고 카렐 추르다(마틴 쇼). 이들은 코드명 ‘새벽 작전(Operation: Daybreak)’이라는 중요 임무를 맡게 되는데, 바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에 대한 암살 임무였죠. 하이드리히는 체코의 레지스탕스 조직을 궤멸시켰고, 독일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영국 정보부의 분석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고도의 지혜를 갖춘 인텔리이자 흉폭하며 야망이 가득한 자’입니다.

 

 

 

  장군은 작전명만 내렸을 뿐 실제 작전 내용은 거의 전적으로 그들에게 맡깁니다. 마침내 비행기로 플센 상공에서 낙하한 이들. 하지만 공군에게 들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이 낙하한 지점은 플센으로부터 200km나 떨어진 곳이었고, 카렐은 총을 든 의문의 남자에게 끌려가 종적이 묘연하며, 요제프는 발목을 삔 상태입니다. 채석장 옆 오두막에 숨어 들어가 난감해 하는 얀과 요제프. 하지만 이들을 발견한 체코 남자 둘 중 한 사람의 도움으로 얀과 요제프는 프라하의 병원에 가게 되고 거기서 카렐과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카렐을 데려갔던 남자는 의사이면서 레지스탕스였던 거죠. 얀과 요제프는 궤멸되지 않은 레지스탕스 조직과 접선해서 작전을 진행하려 하는데, 야낙(조스 애클랜드)이 이끄는 레지스탕스 조직은 그들이 정말 망명 정부가 보낸 특공대가 맞는지 의심하며 증명을 요구합니다.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새겨진 하켄크로이츠 낙인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신뢰를 얻은 얀. 하지만, 야낙이 이끄는 레지스탕스 조직은 세 사람이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는 임무를 띠고 왔음에 경악합니다. 그런 거물을 암살했을 경우 독일이 감행할 후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그러나 결국 얀과 요제프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하이드리히가 베를린으로 떠나는 날 기차에 앉아있는 하이드리히를 저격하기로 합니다. 불행히도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다른 기차가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저격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레지스탕스 조직은 영국의 망명 정부에 요청해 요원을 더 파견해달라고 하고, 새로운 요원들이 도착하는 동안 얀은 레지스탕스 조직의 안나(니콜라 패젯)와 사랑에 빠집니다. 아내와 재회했던 카렐 추르다는 작전을 위한 비밀 통신 중에도 아이를 품에 안고 있을 정도로 가족에 대한 마음이 각별해지구요. 힘든 시기에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 마리 부인(다이애나 코플랜드)의 집에서 다같이 노래를 부르던 이들은, 하이드리히의 저택 하인으로부터 심각한 소식을 듣게 됩니다. 하이드리히가 히틀러의 친서를 받아 베를린으로 떠나게 된다는 거였죠. 일주일 안에 하이드리히 암살 계획을 짜야하는 상황. 위험이 너무 크다며 반대하는 야낙을 설득한 얀과 요제프는 출근하는 하이드리히를 직접 타격하기로 하고 기관총과 수류탄을 준비합니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지금은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서양에서는 이 때까지도 세관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뿌리깊은 경멸감이 남아있었나 싶었습니다. 밀고자가 되는 카렐 추르다의 전쟁 전 직업을 세관원으로 설정한 걸 보면서 말이죠. 하지만, 카렐 추르다가 애국심은 별로 없고 그냥 현상금에 혹해서 배신한 것이라는 『HHhH』에서의 설명과는 달리,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위험이 닥칠 것을 두려워해서 밀고자가 되었다는 설정은 그런 전형성을 상쇄해주기도 했고 영화적 분위기에도 더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근본부터 나쁜 놈’이 아니라 누구나 흔들릴 수 있는 나약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에요.

  장르상 전쟁영화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분위기는 블록버스터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암살에 성공은 해도 그 전개가 통쾌하거나 ‘정의는 마침내 구현되었다’라는 느낌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워낙 희생이 컸기 때문인데요, 야낙의 레지스탕스 조직이 애초에 우려했던 것처럼 나치의 보복은 상상을 초월해서 본보기로 마을 하나를 폐허로 만들어버립니다.(심지어 그 과정을 ‘SS 다큐멘터리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촬영해놓기까지 하더군요. --;)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을 오빠 아타가 나치에 체포되는 걸 막기 위해 연습실마다 문을 열어 보며 땀과 눈물 범벅이 된 잉드리시카의 얼굴이나, 성당에 피신한 7인의 특공대가 죽어가는 장면, 나치에 생포되는 걸 피하기 위해 두 친구가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이어 울려 퍼지는 총성에 움찔하는 카렐 추르다, 눈물을 흘리며 성당 밖에서 그 모든 걸 지켜보다 쓸쓸히 몸을 돌려 거리를 걸어가는 안나와 잉드리시카의 모습... 어느 하나 애잔하지 않은 부분이 없고 가슴 아프지 않을 도리가 없는 장면들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 말미에는 암살 작전에 연루된 이들이 어떻게 되었나를 한 사람씩 보여주는데, 거의 대부분이 나치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고 나오죠.

  지금으로부터 반 세기도 더 된 오래 전의 비극임에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가슴에 무거운 돌을 하나 얹은 것처럼 착잡해지는 것은, 21세기 현대에도 지구 구석구석에 나치와 흡사한 광기의 세력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인권을 유린하면서 잔학무도한 폭력을 일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세계는 서로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게 불가능한 걸까요?

 

 

덧붙임 1) 소설 『HHhH』에서 ‘쿠비시는 케리 그랜트와 토니 커티스를 섞어 놓은 잘생긴 미국 배우 같은 외모 덕에 어딜 가든 여자를 사귈 수 있었다.’라고 묘사되었는데, 사진으로 보기에는 너무 어려 보여서 별로 그런 느낌은 들지 않더라고요. 

 

요제프 가브치크와 얀 쿠비시의 실제 모습(사진 출처: 소설 『HHhH』)

 

 

▲ 영화에서 얀 쿠비시 역을 맡은 티모시 바톰즈(왼쪽)와 요제프 가브치크 역의 안소니 앤드류스(오른쪽)

 

  티모디 보텀스의 경우, 모성 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용모의 배우이기는 한 것 같구요...

 

덧붙임 2)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를 연기한 안톤 더프링은 1989년 5월 19일에 향년 72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사망했다고 하네요. 1916년생이니, 실제 하이드리히(1904년생)와는 동시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발의 짐승’으로 불렸던 하이드리히를 연기하면서 어떤 기분이었을지...(배우는 그냥 연기를 했을 뿐이겠죠? 너무 배역에 깊이 빠지다간 히스 레저처럼 될지도... --;)

 

▲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왼쪽)를 연기한 안톤 디프링(오른쪽)

 

  『HHhH』에서 묘사된 ‘키가 훤칠하고 금발인 하이드리히는 깍듯하게 행동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는다.’가 그대로 구현된 듯한 배우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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