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웃님이 은행잎 그림자 사진을 포스팅한 걸 보고서, 몇 주 전에 찍었던 사진이 생각났답니다. 쓸데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걷다가(제가 스몸비 족은 못 되고 스콤비(=sky+zombie, 제맘대로 만든 합성어 ^^) 족의 경향이 약간 있는지라...) 제 눈에 띈 은행나무의 기이한 모습...
▲ 헐~, 묵혀 두고 있던 사진을 찾고 보니 벌써 한 달 전에 찍었던 것이네요. 어쨌든 6월 12일이면 초여름인데, 은행잎 사이로 보이는 저 둥그런 아이들, 은행 열매 맞죠?
▲ 사진이 너무 어두워 보여 좀더 밝게 찍힌 사진을 하나 더 올려봅니다. 사실 이 사진을 먼저 찍었는데, 날짜를 넣지 않아 다시 찍은 게 저 위의 사진이죠.
갖고 있는 나무도감을 찾아보니까 분명 열매는 10월에 맺힌다고 되어 있던데 ‘어이 이런 일이...?’ 싶어 여기저기 뒤적거려 봤네요. 딱히 초여름의 은행 열매에 대해 설명해둔 책이나 백과사전은 못 찾았지만, 수정과 무관하게 열매 맺는 경우가 없지는 않죠. 마치 양계장의 암탉이 수탉 없이 혼자서도 알을 낳는 것처럼요.
예전 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확인해보니 「겉씨식물의 생식」이란 부분에서 은행나무의 수꽃과 암꽃은 4월에 꽃가루받이를 해서 130~140일이 지난 9월경에 수정한다고 나오더라고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수정과는 무관하게 은행 열매가 성장한다는 얘기도 나오고요. 다만, 유정란과 무정란을 구별하는 확실한 방법이 병아리가 부화되어 나오느냐 아니냐인 것처럼, 저 은행열매가 실제 수정되었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싹이 트는지 아닌지로 알 수 있겠죠.
▲ 한 달쯤 지나서 또 하늘 쳐다보고 걷다가 그 옆의 은행나무에 더 많은 열매가 달린 걸 보고 찰칵~ 제 산책길의 은행나무들은 암나무와 수나무가 골고루 심어졌는지 열매가 달린 아이들과 안 달린 아이들이 거의 비슷하게 보이더군요. 한 달 새 그야말로 가지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열매가 많아졌는데, 쟤들이 이제 가을이 오면 노랗게 익으면서 가을의 향기(or 악취...^^:)를 풍기겠네요.
▲ 장맛비에 벌써 땅에 떨어져버린 열매들도 몇 개씩 눈에 뜨였는데요, 비에 떨어진 은행잎의 누런 색을 가을 단풍으로 물든 은행잎의 색깔과 비교하면 너무 불공평하겠죠? 썩지 않은 열매는 얼핏 풋살구나 매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은행나무는 겉씨식물이고 살구나무와 매실나무는 속씨식물 장미과에 속하니 결코 친척 관계로 엮을 수는 없고요...
그나저나 벌써 장마가 끝이 나는 모양입니다. 그간 비 덕에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었는데,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면 어찌 될지 좀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