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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불급 영상물인 관계로, 청소년은 스크롤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스포일러 “무척 많이”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보신 후에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

 

  지난달에 길거리에서 종종 괴상한 영화 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죠? 주로 휴대폰 대리점 유리창에 붙어 있는, 좀비 얼굴과 배우 주지훈의 얼굴이 반씩 보이는 섬찟한 포스터 말입니다.

 

 

 

  정확히는 주지훈이 든 칼에 좀비 얼굴이 반사된 것이 마치 반씩 합성된 것처럼 보이는 거였는데요... 어쨌든 덕분에 1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킹덤(KINGDOM)』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조선 시대에 좀비라니 어울릴까 싶었는데, 먼저 본 이들로부터 호평이 많아 저도 한 번 봤죠.

 

 

  시작 장면부터 정말 독특하더군요. ‘저게 대체 뭐지?’하는 호기심으로 화면을 지켜보다가...

 

 

  엇, 저거 생크림? 아냐, 이건 조선시대 배경 드라마잖아! 그럼 백김치? 모양이 너무 아닌데...?

 

 

  그럼 매작과? 붕어빵?

  어, 아니구나... 염한 거네. 

  ‘저런 걸 보고 먹을거리부터 연상하다니, 역시 나는 굶주린 조선 백성의 후손임에 틀림이 없어.’라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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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6시간을 순삭했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끝내면 어쩌라고!!!'를 외쳤죠.... 

  『워킹 데드』를 돌이켜보았을 때 6부작은 시작에 불과할 거란 짐작을 안 했던 건 아닙니다만 정말 야속하더군요. 2시즌 나올 때까지 우찌 기다리노...

  그리하여 괜히 imdb.com과 공식 홈페이지를 기웃기웃해보았는데요, 현재까지 imdb.com에서는 4,672명 투표에 평점 8.4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각 편당 제작비가 178만 달러(=20억 원) 이상 들어서 전체적으로 예산을 초과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완성도 면에서 그럴만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좀비 영화이면서도 웅장한 왕궁과 수려한 자연 경관, 화려한 의상이 어우러져 묘하게 대비되는 효과가 있거든요. 곤룡포를 입은 좀비 킹(!)부터 벌써 느낌이 남다르지 않나요?


 

  그나저나, imdb에는 배두나의 이름이 제일 위에 올라가 있더군요. 영상에는 주지훈, 류승룡 다음에 배두나의 이름이 나오는데 말이죠. 배두나는 경상 지방에 역병이 창궐하는 근원지가 되고마는 동래 지율헌의 의녀 '서비'로 분해, 역병의 근원이 되는 생사초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의지가 강하고 총명하며 선한 인물로 그려지며, 마지막 에피소드로 미뤄볼 때 시즌 2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주인공은 세자 이 창 역의 주지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러 정황상 광해군을 모델로 한 게 아닐까 싶은 것이, 왜에 의한 두 번의 전란이 언급되었고, 어린 계비의 회임으로 인해 세자 자리가 위태로운, 후궁의 몸에서 난 왕손이란 것 때문이죠.

 

  하지만, 그를 쫓던 조학주 대감의 아들 범일이 '그저 왕의 아들로 운좋게 태어났을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으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왜란 동안 광해군처럼 분조를 이끌고 싸우는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만약 전란 동안 광해군처럼 나서서 싸웠다면 궁궐 밖으로 나갔을 때 그렇게 철없이 굴지는 않았을 것 같으니까요.

 

 

  조학주 대감(류승룡).

  권력을 위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간악한 자라고 해야할 터인데,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이 나라의 근간이 유림이라? 그런 유림이 이 나라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소? 처참한 전란이 두 번이나 이 땅을 휩쓸었소. 그 때 왜 우리가 그리 무기력하게 당했는지 아시오? 논어니 맹자니 입으로만 나불대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허약한 유림이 이 나라를 이끌었기 때문이오."라고 말할 때에는 이분이 뭔가 혁명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막연한 기대감마저 생기는데요, 그러나, 그 후로 계속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모습으로 생사여탈권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니 개혁파로서의 비전 같은 건 개, 아니 좀비에게나 줘버린 듯...


 

  무영(김상호)

  마흔에 무과에 겨우 급제하여 세자 이 창의 호위무사가 되었지만 나름 실력이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세자가 성질 내느라 던진 벼루를 척 받아서 곱게 내려놓는 걸 보면 말이죠. 뒷바라지한 부인이 임신으로 인해 입덧을 하자 세자에게 올려진 각종 간식 - 배, 석류, 매작과를 슬쩍 했다가 그걸 빌미로 세자에게 발목을 잡혀 결국 세자를 수행하여 동래까지 가게 되는데요, 목숨을 걸고 세자를 지키는 충직한 면모를 보이지만, 논리적으로 봤을 때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영신(김성규)

  지율헌에서 서비와 함께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나병 환자 마을인 수망촌 출신의 미스터리한 인물입니다. '튀어오르는 괴물의 미간을 정확히 적중시키는' 총 솜씨로 인해 무영에게 의심을 받지만, 6화에서 군졸들의 사격술 교관 역할을 하는데요, 이 때 착호군(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해 결성되었던 조선의 실존 부대) 출신인 것으로 안현 대감에게 보고되죠.


 

  안현 대감(허준호)

  경상관찰사 출신으로 3년 전 전란 때 오백의 관군으로 삼만 왜군을 무찌른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궁궐에서 어린 창이 버틸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준 스승이기도 하구요. 3화에서 노모의 삼년상을 치르는 모습이 잠깐 나오지만, 동시에 조학주 대감이 "안현 대감은 절대 내게 반기를 들 수 없는 사람이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라고 자신하기도 하는, 뭔가 복잡한 관계가 짐작되는 분이죠.


 

  조범팔(전석호)

  해원 조씨의 권력 덕에 동래 부사로 부임했다가 부임 첫날 역병으로 좀비 괴물이 된 백성들에게 된통 혼이 난 어리버리 양반인데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제대로 된) 관료가 되기에는 많이 모자란 사람입니다. 이방의 설득에 넘어가 '남은 배가 있겠지?'하며 그냥 배를 타고 떠나버리는 통에 희생자가 많이 나기도 했죠. 자신을 구해준 서비에게 고마움을 넘어서 연애 감정을 느끼는 듯 한데, 그게 또 나름 이 드라마의 자잘한 유머 포인트 중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계비 조씨(김혜준)

  연기 논란이 많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괜찮았어요. 악녀로서의 카리스마보다는, 철딱서니 없이 제멋대로 자라 안하무인인 부잣집 딸 느낌? 철 모르는 아이가 약한 생물들을 잔인하게 괴롭히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자신의 안위와 만족을 위해서는 눈 하나 깜짝않고 아랫사람들을 죽일 것 같은 잔인함이 도드라지는 망나니 중전의 이미지였는데, 조학주 대감 옆에서도 기죽지 않고 통통 튀는 느낌이 꽤나 되바라져 보여서 나름 섬찟했던 것 같네요. 임신했다가 아마도 유산한 것 같은데, 그 사실을 아버지인 조학주 대감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의외로 철두철미해보입니다.

 

 

  조범일(정석원)

  조학주 대감의 외동아들로 세자에게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인물이지만, 아마도 배우 정석원이 필로폰 투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탓인지 2화에서 지율헌 헛간의 결투 끝에 세자에게 목이 댕겅... 4화에서 아비 조학주 대감 앞에 놓인 상자 안의 잘린 목 씬으로 잠시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건 출연한 거라고 볼 순 없겠죠? 어쨌든, 조학주 대감이 세자 창을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고 벼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배경과 복잡한 인연으로 얽혀 좌충우돌 각자의 최선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가는 대서사의 막을 열다 보니, 이번 시즌에서는 엄청난 떡밥들이 투척되어 있어서 그것만 간단히 정리해봐도 꽤 되더군요. 위에서도 몇 가지 언급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면,

 

 

 

1) 상주 땅에 도착했을 때, 왜 영신은 수망촌으로 가던 길에 안현 대감의 운포늪 전투 충렬비를 향해 침을 뱉았을까요?

    제 추측엔, 안현 대감의 그 전투에 얽힌 중요한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그 직후 영신이 찾아간 수망촌의 무덤들. 과연 그 무덤과, 운포늪 전투와 안현 대감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안현 대감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수망촌 사람들을 좀비 괴물로 만들어 왜군을 격퇴했던 것이 아닐까요?

3) 왜 조학주 대감은 '안현 대감은 절대 내게 반기를 들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할까요?

    그가 쥐고 있는 안현 대감의 비밀은 운포늪 전투나, 좀비 괴물과 관련된 게 아닐까요?

4) 조학주 대감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왜 안현은 세자를 돕는 걸까요?

    실은 돕는 게 아니라 배신을 위한 포석인가요?

5) 안현 대감은 6화에서 세자를 잡으러 올 내금위장의 전서구 밀지를 보여주며 세자 일행에 조학주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때 세자의 일행이라고 해야 무영, 서비, 영신, 범팔, 이렇게 4명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과연 조학주 쪽으로 계속 단서를 남기는 첩자는 누구일까요?

    제가 보기엔 논리적으로 봤을 때, 무영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단서로 남겨지는 쪽지의 시작은 '동래'부터였지 않나요?

    세자를 서울에서 동래까지 수행할 때 옆에는 무영밖에 없었어요. 서비와 영신, 범팔은 동래에서부터 알게 된 사이라...

    그런데, 목숨을 걸고 세자를 지키던 무영의 행적과, 첩자질은 도무지 매치가 안 된다는...

6) 무영의 부인이 임신한 몸으로 계비 조씨의 무연고 임산부 쉼터에 있는 이유가 뭘까요?

    무영이 먼 출장길을 떠나면서 임신한 부인을 거기 가 있으라고 했다는데, 정말 그랬을까요?

7) 왜 조학주 대감은 2화의 회상 씬에서 왕의 사망을 알리는 이승희 의원에게 "3년 전 그 때처럼 그렇게만 하면 되는 것이네"라고 했을까요?

    3년 전이면, 극 속에서 전란 때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8) 서비가 마지막 화에서 (좀비 괴물이 낮에는 꼼짝하지 않았던 이유가) '햇빛이 아니었어. 온도였어!'라고 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해가 떴음에도 엄청난 좀비 무리가 달려오는 건 흐려서라는 거죠... 

    그러면, 좀비들은 더워지면 활동을 못한다는 뜻인가요? 이건 정말 좀비로서는 유례없는 설정인데요. 온도가 낮아지면 활동성이 떨어지는 게 과학적이고, 또 질병은 온도가 떨어지면 발병율이 떨어지거든요. 겨울에 역병이 돌았다는 사례는 역사책에서 본 기억도 없구요. 그럼, 여름이 되면 이 드라마는 어찌 되려고...?




  마지막으로, 6화를 정주행하고 나니, 이 드라마의 제목에 대해 느낌이 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원래 '킹덤(Kingdom)'을 사전에서 찾으면 '왕국, 왕정, 왕권, 분야, ~계'라고 나오죠. 하지만, 어째 이 '킹덤'은 그 '킹덤'이 아닌 것 같네요. 왕국 '킹덤(Kingdom)'이 아니라, 'King(왕)'+'-dom(세력 범위, 신분, 상태)'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세자는 처음에 그냥 철딱서니 없는 왕자에 불과했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유생들과 손을 잡았고, 강녕전에 숨어 들어가 부친의 생사를 확인하려 했으며, 자신의 간식에 손을 댄 걸 약점으로 잡아 호위무사를 입맛대로 부려먹었죠.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골이 송연해질 '삼족을 멸한다'는 끔찍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영에게 써먹으며 그걸 농담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랬던 그가 동래를 거쳐 상주까지 가는 동안, 비참하게 살고 있는 백성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뉘우치며 성장해서 조금씩 리더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는 것, 그래서 마침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상주 목사에게 '누가 큰 백성이고 누가 작은 백성인가?'라고 묻는 그 장면, 그것이 바로 시즌 1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니었을까요?

  '왕다움(King-dom)'을 통해 제대로 된 나라 '왕국(Kingdom)'을 세우고자 했던 이야기. 그게 이 드라마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저는 전제군주제보다 자유민주주의를 훨씬 더 선호합니다.(무척, 한결, 월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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