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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페리아 1977

[영화] 서스페리아 1977

개봉일 : 2019년 05월

다리오 아르젠토

이탈리아 / 공포 / 청소년 관람불가

1977제작 / 20190530 개봉

출연 : 제시카 하퍼,스테파냐 카시니,조안 베넷,플라비오 부치,미구엘 보스,알리다 발리

내용 평점 4점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반가운 비가 내렸던 주말이었습니다. 비와 함께 음산하게 불어대는 바람 소리를 들으니, 쏟아지는 빗줄기가 오싹하게 느껴졌던 영화 한 편이 떠오르더군요. 게다가 그 영화의 리메이크작이 올 봄에 개봉한다는 소식도 있었구요. 바로 오리지널 『써스페리아(Suspiria)』의 추억입니다.(뭔 추억씩이나...)

 

  솔직히 워낙 어렸을 때 본 영화(유적이 아니라 정말 어렸을 때 봤습니다. 초6이었나, 중1이었나...? 그런데 이제 보니 이 영화가 청불급이었다네요. 대체 어찌 본겨? )라 줄거리조차 희미해야 할텐데, 마치 얼마 전에 본 영화처럼 기억이 선명하네요.

 

▲ (사진 출처: imdb.com) 비밀스런 공간으로 통하는 문의 위쪽에 그려진 아이리스 그림인데요, 당시 제 방 옷장에 이와 비슷한 색감과 구도의 팬지꽃 그림이 있었거든요. 『써스페리아』를 보고나서부터는 옷장을 볼 때마다 아이리스 그림이 생각나더군요. 그렇다고 딱히 무섭지는 않았고 그냥 좀 묘하게 싸한 느낌 정도...?

 

  그 외에도 비를 맞으며 밤거리로 뛰쳐나갔던 여학생의 옷차림이나, 여주인공에게 호감을 표시하려고 커튼 너머로 남학생이 발레 손동작으로 보냈던 굿나잇 인사 장면 등, 그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기억나는 선명한 이미지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1) 그날이 일요일이었고(왜냐하면, 엄마가 목욕탕에 가자고 하셨는데, 제가 영화 보고 뒤따라 가겠다며 당시 서면에 있던 대한극장엘 쪼르르 갔거든요. 엄마는 제가 공포영화 보러 갔다 온 줄은 꿈에도 모르셨을 듯...),

2) 조조로 입장했으며,

3) 당시 1층 관람석은 텅 비어 있었는데 2층 관람석에는 관객이 딱 두 명(몇 줄 건너편에 휴가 나온듯한 군인 아저씨 한 명이 앉아 있었음요.) 있었던 것마저 기억이 납니다. 오싹하면서 무서운 장면을 볼 땐 몇 줄 건너편에 앉아 영화를 보는 것인지 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그 군인 아저씨를 흘깃 보면서 ‘괜찮아, 혼자 아니야’하면서 무서움을 달랬다는 건 믿거나말거나...

 

 

 

(※ 청불급 영화였던 관계로, 청소년은 스크롤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스포일러 “많이”, “스토리가 거의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영화는 수지 배니언(제시카 하퍼)이 독일의 유서 깊은 탄츠 무용 학원을 찾아가면서 시작됩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학원에 도착한 수지는 여학생 하나가 뛰쳐나오는 걸 보게 되죠. 의아해하면서 현관의 벨을 누른 수지는 돌아가라는 말을 듣게 되고 하는 수 없이 다시 택시를 타고 시내 호텔로 돌아가는데, 택시 차창 밖으로 아까의 뛰쳐나갔던 여학생이 춤추듯 달려가는 걸 보게 됩니다.(당시 제 눈에는 달아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비 맞는 걸 즐기며 현대 무용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그러나, 팻 힝글(에바 액센)이라는 그 여학생은 어찌된 셈인지 결국 다시 학원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 비에 젖어 학원으로 돌아와 자신의 방으로 간 팻. 이 때까지도 별반 공포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팻의 분위기도 무언가에 쫓겨 두려움에 떠는 분위기는 아니었구요.

 

  그러나, 어두운 창 밖에서 이상한 걸 본 느낌에 비가 쏟아지는 창 너머를 보려던 팻은...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쑥 들어온 팔에 의해 머리채를 잡혀 창에 얼굴이 짓눌려지며 발버둥치다가 죽게 됩니다.

 

  다음날 학원에 다시 간 수지는 '어제 올 줄 알았다'는 원장의 말에 실은 왔다가 돌아가야했던 사정을 얘기하고 마침내 입학하게 됩니다. 전날 밤 살해된 여학생으로 인해 좀 꺼림칙하긴 했으나, 어쨌든 수지는 다른 남녀 학생과 함께 열심히 무용 연습에 매진하는데요...

  

  수지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학생도 있고,


  사라(스테파냐 카시니)라는 여학생과도 친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학원. 학원 원장인 마담 블랑(조안 베넷)과 무용 교사 미스 태너(알리다 발리)는 어쩐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고, 요리사와 하인 역시 뭔가 수상해보이며, 밤이 되면 기숙사를 돌아다니는 발걸음 소리도 들립니다.

 

  어느 날 밤, 학원의 맹인 피아노 연주자 다니엘(플라비오 부치)은 맹도견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다가  갑자기 사나워진 맹도견에게 물어 뜯겨 죽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기숙사 방에서 머리를 빗던 여학생이 이상한 느낌에 빗을 보니 빗살 사이로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비명을 지르는 여학생.

  교사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구더기를 따라 다락으로 올라가 보니 보관 중이던 식료품이 상하면서 구더기가 생긴 것이었는데요(영화를 보던 저는 앞 장면에서 살해된 여학생의 시체가 혹시 다락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긴장했는데, 아니더군요... ), 덕분에 기숙사 방들의 방충 소독 작업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은 모두 무용 연습하던 홀에 모여 자게 됩니다. 

 

  중간에 커다란 커튼을 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자는 공간을 분리해두었는데, 이상한 것은 한밤중에 깨어보면 커튼 너머로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학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수상한 존재를 탐색하던 사라가 문을 하나 열었다가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철사 뭉치 위로 추락한 사라는 빠져나오려 몸부림치지만 얽혀있는 철사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고 맙니다.

  사라까지 실종되자 수지는 불가사의한 죽음들과 수상한 학원 분위기에 의문을 품게 되고 단서를 찾아 밀리어스 교수(루돌프 쉰들러)와 프랭크 맨델 박사(우도 키어)를 만나 봅니다. 그리고, 탄츠 발레 학원을 설립한 사람이 그리스 출신의 악명높은 마녀이자 '검은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엘레나 마르코스'임을 알게 되죠. 그날 밤, 사라가 남긴 메모를 발견한 수지는 메모를 단서로 학원을 돌아다닌 끝에 파랑, 빨강, 노랑, 흰색 아이리스 꽃의 그림이 있는 문을 지나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에 기이한 숨소리의 근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서움에 뒤로 물러서다 공작새 조형물에 부딪혀 그걸 떨어뜨리고 만 수지. 요란한 소리에 커튼 너머의 존재가 잠에서 깬 듯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공작 조형물의 뾰족한 꼬리 부분을 보고 수지는 그걸 칼처럼 손에 쥔 채 커튼을 젖힙니다만,....

 

 

  기이하게도 침대 위는 텅 비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느껴지는 그 무엇의 존재... 그 때 번개가 치면서 침대 위에 있는 그 어떤 존재의 윤곽이 드러나는데요...

 

  여전히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앉아있는 마녀의 윤곽을 본 수지는 가까스로 용기를 짜내어 공작 꼬리로 마녀를 찌릅니다. 찔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마법의 힘을 잃은 마녀는 그제야 메마르고 주름진 녹색 피부의 노파로 모습을 드러내죠. 대마녀가 죽어버리자 벽에 금이 가면서 부서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하고 원장과 교사, 학생 등 마녀의 수하였던 자들도 괴로워하며 쓰러지구요. 수지는 불타는 건물에서 홀로 빠져나오게 되고, 무시무시한 마녀의 소굴에서 빠져나왔음에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납니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가 그렇게 중요한 편은 아니라고 믿기에 스포일러임에도 불구하고 기억나는 내용을 몽땅 정리해보았는데요, 이 영화의 공포의 핵심은 바로 사이키델릭한 음악과 강렬한 원색이 강조된 화면입니다.

  4인조 록 밴드 고블린의 몽환적이면서도 불길한 느낌의 사운드는 음침하고 오싹한 화면과 잘 어우러지기도 했고, 또 별 것 아닌 장면을 혼란과 공포로 유도하는 효과마저 있었죠.

  그리고 붉은색이 대부분인 학원 건물과 내부 인테리어를 보노라면, 『트윈 픽스』나 『샤이닝』의 악몽같은 분위기가 바로 이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구요.

 

 

 

  물론, 요즘의 슬래셔 무비나 하드고어 무비들과 비교하면 분장이나 특수 효과는 그야말로 안습의 수준이지만, 영화 분위기 자체는 적절히 으스스하면서도 매혹적인 음산함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기에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 영화의 음악과 장면들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거겠죠.

 

  개봉했던 해에 꽤 흥행이 잘 된 공포영화라고는 하는데, 어찌된 셈인지 제가 보러 간 날에는 관객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래도, 미국에서 1977년 봄에 개봉했던 『스타 워즈(Star Wars)』가 우리나라에선 1년 뒤 여름에 개봉되었던 걸 고려해 보면, 『써스페리아』는 우리나라 개봉 시기가 외국과 거의 비슷했으니 당시로선 빛의 속도로 수입했다 할 수 있겠네요.

 

 

 

덧붙임 1) ‘써스페리아(Suspiria)’는 원래 ‘탄식, 한숨’을 뜻하는 라틴어라고 합니다.(이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제목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고, 분위기상 일종의 정신병과 관련된 제목이 아닐까 추측했다는...)

 

덧붙임 2) 제시카 하퍼가 밝힌 얘기에 따르면 대마녀인 ‘엘레나 마르코스’를 연기한 여성은 감독이 로마 길거리에서 발견한, 전직 매춘부였던 90살 먹은 노파라네요. 영화 크레딧 상으로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imdb.com에는 사진 없이 이름만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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