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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로티

[영화] 파파로티

개봉일 : 2013년 03월

윤종찬

한국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2012제작 / 20130314 개봉

출연 : 한석규,이제훈,오달수,강소라,조진웅

내용 평점 4점

  작년쯤에 케이블채널에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작정하고 본 게 아니라서 앞부분은 놓치고 아마 중간부분보다 약간 앞에서부터 봤을 거예요. 그렇게 잘라먹고 봤음에도 엔딩 씬쯤에서는 가슴이 벅차올라 극 중 객석에 있던 이들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함께 쳤더랬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파바로티의 「Nessun dorma」도 다시 들었구요.

 

 

 

(※ 스포일러 “아주 많이”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베르디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이 흘러나오는 고급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와 똑같은 노래가 또다른 자동차에서도 흘러나오는데, 바로 나상진(한석규)이 몰고 있는 낡은 차입니다. 운전 중 걸려온 교장의 전화에는 나름 공손하게 응대하지만 전화를 끊고는 공휴일에 부른다고 성질을 내는 상진.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가려다 실수로 다른 차를 긁게 되는데 하필이면 깡패들이 탄 차입니다. 사고를 낸 쪽은 상진이라 연신 죄송하다고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데요, 하지만, 차 뒷좌석에서 내린 앳된 청년(이제훈)이 상진의 차 안을 들여다봤다가 상진의 차에서 흘러나오는 곡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인심좋게 ‘시간 없으니 명함 받고 보내드려라’고 합니다.

 

  그렇게 난리를 치르고 학교에 도착한 상진에게, 장덕생 교장(오달수)은 이번 전학생의 노래를 듣고 전율이 흐르더라며 잘 키워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 후배이자 전학생의 예전 담임이 들고 온 생활기록부를 본 상진은 이번 전학생이 사고를 치고 퇴학을 면하려 오는 게 아니냐고 합니다. 못마땅해하는 상진과, 기대에 부푼 교장. 그런데 문이 열리고 들어선 전학생은 바로 접촉사고 때 뒷좌석에서 내린 청년입니다. 그의 이름은 이장호.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서 자라다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고아소년이죠. 주먹이 센 그를 눈여겨본 보스(이재용)가 자신의 조직에 그를 끌여들였고, 외롭던 장호는 부두목 격인 창수(조진웅)를 형처럼 따르며 조직폭력배의 세계에 입문했던 겁니다. 창수는 아직 어린 장호가 주먹 세계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들어오긴 쉬워도 나중에 나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충고하지만, 갈데없던 장호가 조직원이라는 소속감을 누려보려는 것까지는 차마 막지 못합니다.

  장호가 조직폭력배의 일원인 걸 깨달은 상진은 교장의 부탁 때문에 마지못해 하면서도 노래 실력을 테스트해보려 하는데, 전화를 받은 장호가 다음에 받겠다고 하며 가버리자 부아가 치밀대로 치밉니다.

  그 뒤로 상진은 다른 학생들의 노래 지도는 하면서도 장호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화는 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교실에서 잠이나 자는 장호. 시비를 건 학교 일진을 한 방에 눌러버린 그에게 상진이 오히려 모욕을 주자 장호는 화가 나 학교를 뛰쳐나가버립니다.

  교장은 무단결석 중인 장호의 집 주소를 알려 주며 출근할 때 같이 데리고 오면 좋지 않겠냐고 부탁하고, 상진은 그런 교장에게 면박은 주면서도 막상 다음날 출근하면서 장호의 집으로 갑니다. 초인종 위에 붙은 ‘함부로 누르면 죽는다’라는 경고문 때문에 욕을 하면서 선뜻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는 상진. 잠에서 깬 장호의 부하들과 병을 들고 대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장호를 데리고 학교로 출근하지만, 여전히 장호에게 노래를 부를 기회는 주지 않습니다.


  조직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진상 손님과 시비가 붙어 경찰 조사를 받던 장호와, 그로 인해 경찰서로 불려간 상진은, 훈방 조치를 내려준 경찰로부터 비아냥을 듣게 되고, 그 때문에 경찰서 밖에서 다시 다투게 되죠. 결국 그날 상진은 장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합니다. 상진의 반주로 푸치니의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을 부르는 장호. 다른 방에서 그 노래를 듣던 상진의 아내와 아들은 감탄하고, 상진은 노래가 끝난 후에 아무말없이 자리를 뜹니다.

  한편, 대학동창회에 참석했던 상진은 동창이자 음대 교수가 된 경찬(배성우)이 자신의 뼈아픈 과거 - 이태리 유학까지 갔다가 목에 종양이 생겨 꿈을 접어야 했던 - 를 거론하며 비아냥대는 것에 화가 나 싸울 기세로 달려들지만 주변의 만류로 인해 욕만 퍼붓고 가버립니다.

  얼마 후, 장호가 교장의 추천을 받아 대구 콩쿨 예선에 참가해 본선에 가게 된 사실을 알게 된 상진은 음악부장인 자신을 무시했다고 교장에게 화를 내지만, 장호가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연습을 하는 걸 지켜보며 생각에 잠기죠. 조폭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콩쿨에 나갔던 장호는 당연하게도 탈락하고, 화가 나 나비넥타이와 양복 상의를 집어 던지며 펄펄 뛰는 그를 관객석 뒤쪽에서 상진이 지켜봅니다.

  낙심해서 식당에 앉아 술를 마시던 장호에게 상진이 나타나 장호의 창법에 대해 마구 혹평을 하자 장호는 상진이 콩쿨에 와 자신의 노래를 들었음을 깨닫고 제대로 가르쳐달라고 호소하고 상진은 장호를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로 거듭난 두 사람.

  교문 지도하는 학생부장과 영어교사조차 꼼짝 못하게 하는 조폭 포스에 반해버린 숙희(강소라)의 도움으로 장호는 악보 읽는 법을 배우면서 상진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세종 콩쿨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장호는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 세종 콩쿨에서 대상을 탈 수 있을까요?

 

 

  사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다 보면 내용의 전개는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재능은 타고났으나 불운한 주인공 주변에는 발목을 잡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산재해있고, 그를 도와줄 은인/파트너/스승과는 대체로 오해가 쌓여 사사건건 대립하기 일쑤죠. 그런 오해가 어떤 계기로 인해 자연스럽게 풀리고 진심이 통하다 보면, 두 사람은 운명 같은 파트너쉽으로 거듭나 드라마틱한 기적을 이뤄내게 됩니다. 과연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오해가 쌓여 틀어지고 어긋나면 현실세계에서는 그냥 그렇게 매듭이 꼬인 상태로 헤어질 뿐 기적 같은 반전은 없습니다. 어쩌면, 바로 그래서 - 오해가 풀리고 진심이 통하는 일은 기적처럼 드물기에, 우리는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고 그 ‘기적’에 감동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동화 같은, 옛날 이야기 책에서나 보던 상황이 현실에서 펼쳐지는 것에 매료되어 가슴벅차하는 것인지도요...

 

  따지고 보면, 주인공인 장호와 상진은 처음부터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사람들이기는 했습니다. 장호는 하늘이 내린 목소리를 가졌지만 천애고아에다 조직폭력배이고, 상진은 촉망받던 성악가로 정상에 오르기 일보 직전에 급전직하해 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낙심한 음악교사였으니까요. 게다가 대단히 특별하게도, 깡패에다 싸움꾼인 장호는 상진에게 레슨을 받아 제대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저 좀 봐주세요, 제발 절 좀 키워주세요, 선생님’이라는 순진함까지 있습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 낙심해있는 상진 역시 찰진 욕이 입에 붙어 있는 까칠하고 퉁명스런 선생님이지만, 무단결석생 제자를 직접 픽업해 등교시키기도 하고 깡패 보스에게 ‘발목아지라도 내놓을 테니 애를 놔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제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선생님이었구요. 바로 이런 특별한 순수함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이 영화는 동화 같아 보입니다. 한 청년이 꿈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에 더해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바꿀 수 있는 스승을 만나는 것도,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키우고 싶은 제자를 만나는 것도 아무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겠죠. 그래서 리얼리티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영화는 참 그럴싸하게 여기저기를 잘 봉합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름다운 휴먼 스토리로 완성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가 실화라고 해서 관련 내용을 찾아봤는데, 실제 상황을 곧이곧대로 그렸다면 제가 영화 말미에 박수를 쳤을까 의문스러워서 그런 영화적 과장과 각색을 트집잡고 싶지는 않네요. 그런 장치들 덕에 긴장했고 몰입했으며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했으니까요.

  자연스러운 연주와 립씽크 연기를 보여준 한석규와 이제훈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지극히 영화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 놓은 윤종찬 감독의 연출에도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조연으로 등장한 숙희 강소라나, 교장 오달수, 그리고 교문 지도교사들의 능청스런 연기도 손발이 좀 오그라들기는 했지만 나름 재미있어서 영화적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덧붙임) 영화 제목 ‘파파로티’는 세계적인 테너 파바로티(Pavarotti)를 주인공 장호가 잘못 알고 있는 데에서 나온 것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장호가 스승인 상진을 아버지(Papa)처럼 따른 것에 빗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즉, 장호에게는 상진이 파바로티만큼이나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아버지 같은 존재인 거죠. 또 다르게 보자면, 상진에게는 자신이 다듬고 키워낸 장호가 ‘파바로티’보다 더 의미있는 ‘파파로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어느 쪽이든, '파파로티'는 상진과 장호 두 사람에게 '파바로티' 이상의 의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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