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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RAGE)

[도서] 분노(RAGE)

밥 우드워드 저/이재학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첫 번째 이미지는, 미디어 종사자 다수가 미워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몇 년 전 케이블채널에서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던 미드 『워킹 데드』에는 트럼프를 닮은 인물이 도끼로 끔살당하는 장면이 나왔더랬다. 청년임에도 트럼프처럼 벗겨진 머리를 한쪽에서 빗어올린 머리카락으로 덮은 헤어스타일이라 누가 봐도 딱 트럼프처럼 보이게 연출되어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미국 영화인들도 어지간히 트럼프를 싫어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트럼프에 대해 잘 모른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의 실체가 어떤지 알게 되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왜냐고? 이 책의 저자 밥 우드워드가 정말로 객관적인 눈으로 트럼프를 관찰하고 묘사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타난 트럼프의 모습은, 대체적으로 그간 언론이 다루었던 괴팍하고 고집스러우며 변덕스럽고 좌충우돌하는 이미지 그대로이다. 능력있는 사람들을 끌어다 잘 이용하고는 이용 가치가 떨어졌다 싶으면 가차없이 창피를 주며 해고해버리는, 그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 (The Apprentice)』에서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 이렇게 전형적인 그의 이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런 두꺼운 서적을 읽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 이면의 모습, 무대 뒤에 가려져 있는 실체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는 이 책을 아주 꼼꼼하게, 주의깊게, 그리고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저자가 그리고 있는 상황들 사이사이에서 아주 잠깐, 주변 사람을 온통 윽박지르고 욕하고 비난하며 덤터기 씌우는 것 같은 모습 사이로 언뜻 비치는 배려심과 심사숙고 같이 모순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2020년 1월 28일 백악관에서 우한코로나 발생에 대해 논의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그간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 자주 접하던 숱한 인물들 - 매트 포틴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제임스 매티스, 렉스 틸러슨, 스티브 배넌, 마이크 펜스, 마이크 폼페이오 같은 인물들을 기용하고 정책을 밀고 나가고, 그러다 상황이 틀어지면 무자비하게 해고하는 상황들이 반복된다. 그런데, 그런 미치광이 스타일의 트럼프를 읽다 보면, 문득 의심이 드는 거다. 자기밖에 모르고, 변덕스럽고, 상황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인물들을 기용할 수 있었을까? 그 중에는 가족이 트럼프를 극히 싫어하거나, 트럼프와 손잡고 일하는 것에 대해 내켜하지 않는 인물들도 있었다고 씌어있다. 그런 이들조차 트럼프 행정부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면, 과연 트럼프는 언론들 표현처럼 미치광이 정치가인 걸까? 서술된 상황과, 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뒷배경에는 묘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을 출판한 가로세로연구소는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즈음에 트럼프의 재선을 희망하며 책 선전을 했더랬다. 하지만, 이 책이 트럼프의 재선에 도움을 줄 만한 책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드러난 상황과 숨겨진 뒷배경의 모순에 대해 곰곰 복기해볼 정도로 깊게 파고든다면 뭔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바이든의 리더십이 의심받고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현 상황과, 소셜미디어에서 강제퇴출당했던 서러움을 되갚으려는 듯 트럼프가 출범시킨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MTG)」의 스팩주 주가가 폭등한 뉴스를 보며, 트럼프가 보수파 미국민에게는 어떤 이미지인지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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