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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서기실의 암호

[도서]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은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태영호 국회의원이 북한 외교관으로 일하다가 탈북하기까지 목도했던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북한 고위공직자였던 분답게 그간 언론에서 다루었던 북한 뉴스와는 차원이 다른 부분이 많아 읽으면서 여러 번 놀라고 감탄했다.

 

  특히 북한 핵 위협이 날로 커지는 시기에, 북한의 핵 개발이 실은 1950년대부터 준비된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북한이 애초에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주장을 내세운 이유가 미국과 중국의 의심을 사지 않으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점은 기가 막히다 못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중국과 소련을 등에 업고 공산독재체재를 백 년 가까이 유지해오고 있지만 그 누구도 믿지 않으면서 악착같이 생존을 모색한 북한의 치밀한 공작에 등골이 서늘해질 지경인데, 과연 현재 대한민국 자유우파들은 저 집요하고도 편집증적인 북한을 상대할 정신 자세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것일까?

 

  김씨 가문에 소고기와 유제품을 공급하는 목장이 따로 있고 그 목장에 들여갈 소와 소의 정자까지 구입하기 위해 덴마크를 방문하는 대표단이 있다는 얘기에는 그저 한숨만 나온다. 궁전 바닥에 깔 목재 타일의 구입이나 덴마크 생맥주를 사기 위한 방문, 그리고 ‘미스 코리아 감’에 해당되는 표현인 ‘(중앙당) 5과 대상‘에 대한 짤막한 언급까지 나오면, 국가라고는 도저히 지칭할 수 없는 유사국가 북한이 어떻게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지 이해불가이다. 하긴, 김정일이 김일성에게 “수령님, 우리가 전쟁에서 지면 이 지구를 깨버리겠습니다.”라고 했다니, 김씨 일가에게 북한이라는 곳은 그냥 자신들만의 왕국이자 사유재산일 뿐...

  외교관 자녀들은 조국에서 초등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정작 김정일이나 장성택같은 권력의 핵심들은 자기 자녀들을 다 외국에서 공부시키는 걸 보면, 우리나라 좌파들이 그렇게 반미반일을 외치면서 정작 자기 자식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도쿄에 집을 사던 작태가 오버랩되면서 이 나라 좌파들이 지향하는 국가는 어떤 형태일까 상당히 의심스러워지기도 했다.

 

  다만, 그럼에도 북한의 외교술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으로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수로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스위스와의 미팅에 대응한 외교술이나, 미사일 기술 수출 문제로 협상하는 척하며 이스라엘을 지렛대로 미국을 움직인 일을 보면, 오히려 지난 5년 이 정권의 외교술보다는 훨씬 더 노련하고 기민했던 것 같다. 본문에서도 서술되었듯, 생존을 위한 외교이다 보니 절박하고, 절박하니 강한 것일까? 그리고 왕조국가이자 독재국가의 특성 상 한 자리를 20년이든 30년이든 지킬 수 있으니 전문성을 기르기에 유리하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순환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공무원 시스템에서 느꼈던 한계를 돌이켜보면, 참고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이한 것은, 사상과 이념에 경도된 자들이 서구 선진국에도 의외로 꽤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이해할 수 없게도 북한 외교관의 담배 밀수 사건을 보고도 자기네 정부가 조작해 선량한(?) 국가 북한을 비방하는 거라고 분개하는 스웨덴인이나, 자신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물려받은 유산 일부를 북한에 기부하겠다고 나섰던 친북주의자 영국인 허드슨의 경우를 보면, 북한의 실상을 모르는 나이브함일까? 나름 좌파사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오해를 바탕으로 북한에 호의적인 국가들도 제법 있는 듯하다.

 

  자신의 경험담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 쓰다보니 다양한 내용이 실려있고 분량도 상당하지만 심층적 내용이 진솔하게 서술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럽, 특히 북유럽이 북한을 보는 시선에 대해 상당히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북한 외교관이라는 직책이 있었기에 조명할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닐까 한다.

  북한 바로알기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 읽어둬야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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