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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붉은 손

[도서] 보이지 않는 붉은 손

클라이브 해밀턴,머라이커 올버그 저/홍지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원래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가 시장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이다. 그런데 자유경쟁시장을 상징하는 이 용어에 ‘붉은’이란 형용사를 붙이니 당장 그 느낌이 확 달라진다. 뭔가 음험하고 위험하다고나 할까? 물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영어로 ‘invisible hands’이고, 이 책의 원제는 ‘Hidden hand’이니 색깔에 대한 느낌은 우리말 번역판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제목을 다시 봐도 여전히 우리말 제목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과 ‘숨기고 있는 것’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는 고의성이 없는 형용인 것에 비해, 후자는 목적이 뚜렷한 의도적 행위이니 말이다.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 이후 냉전 시대는 끝났으며 공산주의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 몇 년을 돌이켜보면 그건 순진한 착각이었을 뿐, 더 은밀하게 그리고 더 교묘하게 공산주의는 득세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것은, 중국 때문이다. (나는 ‘우한코로나’라고 부르는) 코비드19 사태와, 일대일로, 동북공정 등을 통해 중국이 국제 사회를 주무르는 행태가 드러나면서 어떻게 저리도 중국이 이 사회 구석구석,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홍콩 사태를 보니 국제 사회의 압력이란 게 무력하기만 했고, 코비드19의 근원지를 조사하는 것 역시 WHO가 차이나 머니에 매수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며, 우리나라에 대해서 중국이 보인 태도는 거의 내정 간섭 수준의 횡포.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중국의 오만함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인사는 의외로 적었던 이유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간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떠돌던, ‘음모론’으로 매도되던 영상들이 실상은 중국 공산당에 의해 공격받거나 차단되었던 뉴스였음도!

 

...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면서도 동시에 중국 내에서는 이러한 플랫폼을 차단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민주주의의 개방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중략)... 중국 공산당은 서구 진영의 소셜 미디어에서 시쳇말로 ‘50센트 군대’라고 불리는 대규모 인터넷 댓글 부대를 동원하기도 한다. 이 댓글 부대 요원들은 민간인으로 가장한 정부직원들이다. ...(중략)... 제작자가 동영상에 붙는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게 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트위터에서 홍콩 시위 사진은 툭하면 ‘민감한 내용’이라는 딱지가 붙어 보이지 않게 된다. 이는 중국 공산당과의 조율을 거쳐 중국 댓글 부대가 떼로 몰려가 신고를 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국가가 대규모 군중을 동원해 콘텐츠를 공격하는 행위에 대처할 능력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pp.287-288)

 

  위에 대한 실제 사례가 바로, 2019년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의 예고편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댓글란이 ‘가짜 뉴스’, ‘fake news’라는 댓글로 도배된 사건이었다. 바둑 영화가 중국의 댓글 부대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웃프게도 백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신의 한 수」라는 보수우파 성향 유튜브 채널을 안다면 납득이 되는 대목이다. ‘신의 한 수’라는 타이틀만 가지고 기계적으로 ‘가짜 뉴스’라는 댓글이 달렸다는 점에서 아마도 바둑 영화와 보수 성향 채널을 섬세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작동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댓글 부대가 작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 외에도 보수우파 유튜버들 영상에만 유달리 노딱(노란 딱지=수익 창출 금지 표시)이 많이 붙는 것을 두고, 보수우파 유튜버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운영자가 좌파이기에 검열을 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더랬다. 그리고 이런 의혹이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만 할 수도 없는 것은, 무장 테러리스트들의 계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던 트위터, 페이스북, 스냅챗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이유로 계정을 무단삭제/영구정지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이런 SNS기업들을 좌파 성향이라고 의심하는 근거들이기도 한데, 어쨌든 이런 식으로 한쪽 정치 진영에게만 수익 창출을 제한하거나 채널을 삭제해버리는 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시스템이 운용하는 인공지능의 약점을 매크로 작업이 파고들어 초래한 결과라 해도 그런 식으로 약점이 악용된다면 분명 개선해야할 부분이고 그대로 운용되기에는 부작용이 크다.

 

  그런데, 최근 국제 정세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책이 출판될 무렵부터는 ‘숨겨진 손’이 그 정체를 숨기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굳이 본심을 숨기는 피곤함을 감수하기 싫을 정도로 자신감이 붙은 것일까? 아니면 장쩌민 파와 시진핑 세력 간의 권력 투쟁으로 중국 공산당 시스템이 흔들리는 것일까? 공공연하게 위세를 부리고 내로남불식 트집을 잡는 바람에 전 세계적으로 반중감정이 높아져 버린 걸 보면 전략적으로는 실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어쩌면 중국인 대다수가 '샤오펀훙'화되어버려서 은밀하고 완벽한 조종술을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다. 우선 뒷부분으로 갈수록 소소한 오탈자가 눈에 뜨였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동 저자의 책 『Silent Invasion』을 책 표지 안쪽 저자 소재에서는 ‘소리없는 침공’으로, 추천사에서는 ‘조용한 침략’, 그리고 서문에서는 ‘은밀한 침공’이라고 서로 다르게 소개해서 잠시 헷갈렸다는 것이다. 편집 과정에서 조금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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