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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

[도서]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

좌승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부 보수층을 제외한 이들에게 역사의 죄인으로 취급되는 대통령이 이승만과 박정희가 아닐까 한다. 역사에 있어 공(功)과 과(過)를 두루 살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어찌된 셈인지 요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운동권의 시각으로 역사가 재단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시각에서는 국가의 초석을 다지고 경제발전을 이룬 것이 업적이랄 수도 없고, 그냥 노력하는 국민이 있었기에 누가 해도 이루어낼 수 있는 당연지사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의 제목은 이미 서거한 대통령에 대해 ‘살아있는’이라는 형용사를 더했다. 물론 여기서의 ‘살아있는’은 ‘경제학’을 가리키고 있기는 하다. 책 제목에서 짐작하듯,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루어낸 경제발전의 원리와 의의를 다루고 있으며, 현재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에 빠진 선진국 경제가 돌아봐야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박정희 경제학의 핵심은 아마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 운동’으로 요약되지 않을까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를 관통하는 아젠다로 ‘신상필벌의 차별화 정책’을 들고 있다. 일종의 수월성 정책으로, 성공하는 이에게는 더 많은 지원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에게는 지원을 줄이거나 탈락시킨다는 식이다. 심지어 원호대상자 지원에 있어서조차 자립, 자활 의지가 있는 대상자만을 지원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는 사례(p.117)를 보면 놀랍기만 하다. 아마, 복지와 분배를 우선시하는 지금 분위기로는 용납할 수 없는 정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조세 정책이나 복지 정책을 보면, 근로 의욕을 꺾어버리거나 역차별적 요소가 많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친 경쟁은 사회를 피폐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경쟁 없는 평준화된 사회는 사회 구성원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까? 그리고 평준화된 사회라는 게 과연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이 책의 3부에 나오는 새마을 운동을 읽으면서 작년 이 무렵에 자주 갔던 대학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이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았다. 무려 45번까지 이어지는, 개조식으로 정리된 글이었는데, 풀어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과거 한국은 마른 나무인 장작을 땔감으로 쓰는 온돌 난방 국가라 나무 소비가 엄청났고, 그 결과 18세기부터 산림부족현상이 이어졌다. 한반도 기후는 가을부터 봄까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어 수시로 산불이 나 나무 성장에 불리하고 삼림 자체가 타버리는 경우도 잦았다. 해방 후에도 지리산과 개마고원 일부를 제외하면 숲은 계속 감소했고, 6.25전쟁까지 터지자 남아있는 산림마저도 파괴되어버려 UN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산림은 복구불가라고 했다.

  당시 월드뱅크는 개발도상국들에 나무 심는 자금을 지원했으나 개도국의 경우 중간에서 자금을 유용하거나 착복하는 사례가 많았고, 돈 대신 묘목을 주면 대충 심고 관리를 하지 않아 나무 뿌리의 활착률이 10%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경우에도 월드뱅크의 지원금이 나왔는데, 묘목 대신 석탄과 시멘트 탄광을 개발하는 데에 써서 처음에는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장작으로 난방을 하고 나무로 집을 짓는 한국에는 나무를 심는 것보다 땔감과 건축자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공해줘야 한다는 논리로 월드뱅크를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고, 연탄 보급과 시멘트 주택 공급으로 실제 산림 훼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다음 단계로는, 화전민들의 교육열을 자극하고 일자리를 공급하여 화전민들을 정착촌으로 이주시켰다.(국가운영 묘목농장 취직, 양봉장 지원, 도시 이주 희망자는 환경미화원으로 고용)

  이런 사전정비 후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활착률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들끼리 교차 검사를 하게 했다. 예를 들어, 경상도 공무원은 전라도로, 전라도 공무원은 경상도로 보내는등 타 지역으로 보내어 교차 검사를 하게 하자, 공무원들간에 경쟁이 일어났다. 활착률이 높은 지역 공무원들에게는 특진과 성과급을 주고 낮은 지역 공무원들은 성과평가를 떨어뜨리자, 자신이 속한 지자체가 성과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타지역 점수를 깎아야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어설프게 술 한 잔 접대 받고 타지역 점수를 잘 주면 자기 조직 평가가 망가지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검사했다. 그 결과 활착률 100%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월드뱅크는 활착률 100%라는 숫자는 믿을 수 없다며 사기라고 평가했지만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일단 묘목 공급 시, 이동과 심는 과정에서 묘목이 죽는 걸 감안해 110%를 공급했고, 공무원들은 그 중 10%는 지정 장소 아닌 곳에 심어서 키웠다. 타지역 공무원이 활착률을 점검하러 오는 시기가 되면, 나무를 심었던 지정 장소에 미리 가서 활착에 실패한 나무를 제거하고 여분의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해풍과 돌산으로 나무가 자라기 힘들었던 포항 영일 지구까지 녹화사업이 완료될 정도였다.

  당시 묘종이 아카시나무 같은 외래종이라 욕을 먹기도 했으나 아카시나무는 뿌리혹박테리아의 질소고정으로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고 수명이 짧아, 나중에 수명이 다한 후 자생 활엽수림으로 대체되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1차 계획은 아카시나무, 2차는 소나무 등의 중형목, 3차는 경제성이 좋은 대형종으로 10년씩 3차로 미리 계획된 초장기 프로젝트였음에도, 정치적인 일로 인해 2차까지만 진행되었다.

  1982년 UN식량농업기구는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라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월드뱅크가 믿을 수 없다고 했던 활착률 100%의 성과는 과연 누가 해도 이루어낼 수 있는 당연지사였을까? 다른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국민성의 문제로 모두 10%도 안 되는 결과를 냈던 것일까? 한국 국민이 성실하고 헌신적이며 똑똑해서 그렇다고 나름 뿌듯해하기로 하자. 그리고 다시 질문해보자. 똑같은 한민족인데, 왜 북한은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능력과 성과에 따른 차별화가 만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평하게 모두 같이 나누자는 포퓰리즘적 분배 정책 역시 만능일수는 없다. 아마도 그 둘 사이 적당한 선에서 균형을 잡고 조정해가는 일의 반복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과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현재 상황을 참고하면서 미래에 끼칠 영향까지 고려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우리나라는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를 백안시하면서 탐욕스런 분배에 경도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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