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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생존하기

[도서] 똑똑하게 생존하기

칼 벅스트롬,제빈 웨스트 공저/박선령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요 몇 년간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져 이제는 어떤 뉴스를 보면 ‘저 뉴스의 의도는 무엇일까?’부터 생각하게 되었다. 기억을 돌이켜 보면, 그 조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확실한 시발점이 된 것은 아마도 코비드19 - 우한코로나 사태 때부터가 아닌가 한다.

  그때, 초기에는 인터넷과 유튜브에 의학저널명까지 거론되며 심각하게 위험한 질병으로 소문이 퍼졌지만, 정부에서는 국민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는 식으로 몰고 갔다. 당시 뉴스의 댓글란에는 정책에 호응해 ‘별것도 아닌 걸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음모론으로 모는 쪽과, ‘정부가 사태를 숨기기 위한 의도로 심각성을 숨기는 것이다’라는 쪽으로 갈려 열띤 논쟁이 이어졌더랬다. 의사들은 왜 해외입국을 막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버티는, 전문가 집단과 정부가 반대로 얘기하는 기이한 상황을 목도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기류가 바뀌고 이번에는 정부 당국의 대응이 심각해지면서 여론은 또다른 방향으로 양분되어 격론을 이어갔더랬다.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변이가 일어나 치명률은 떨어지는 가운데, 당국은 오히려 처음과 다르게 마스크를 강제하고 모임 인원마저 제한하는 식으로 방역을 강화했다. 그러면서도 마스크 국외 반출에는 손을 놓았고, 백신은 불필요하다며 백신 계약에 대해서는 느긋하게 손놓고 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인 이들은 치명률이 떨어지는데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했고, 출퇴근 지하철에서는 전염의 위험이 없는데 명절 가족 모임에서는 전염 가능성 때문에 4인 이상 모이면 안 되느냐고 성토했으며, 팬데믹 종식을 위해서는 백신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어쨌든 그런 이해할 수 없는 방역 상황을 3년이나 지켜보면서 이제는 뉴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

 

  인터넷과 각종 SNS를 통해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 정보는 귀중한 자원이자 동시에 쓰레기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진실을 호도하는 각종 헛소리를 걸러들을 수 있는 비판적 안목을 길러준다는 유튜브 소개 영상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하여 헛소리를 제대로 분별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게 되었느냐...

  이 책의 저자는 두 사람 다 생물학자여서인지, 상당히 다양한 사례를 끌고 들어오고 분량도 방대하다.(흠, 어쩌면 이 문장도 '헛소리'일 수 있다. 나의 ‘생물학자’에 대한 편견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호도하는...^^)

  앞부분에서 거짓과 기만, 인과관계를 호도하는 각종 헛소리의 약간 쉬운 사례들을 보며,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한 몇 가지 요령과 주의점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진실을 가려내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2018년 여름 질로우라는 부동산 사이트가 집값 변화와 출산율 변화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2010~2016년에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도시에서 25~29세 여성의 출산율 하락 폭이 컸다는 것이다.’(p.109)라는 사례를 보면 과연 팩트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집값이 비싸서 결혼도 하지 않고 애도 안 낳는다는 얘기는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곧잘 떠들고 있는데, 막상 이 질로우 보고서에서는 그렇게 ‘인과관계’로 단정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결론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다른 가능성들 - 고소득 전문직이라 30세 이전에는 자녀를 갖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살 수도 있고, 지역별로 상이한 문화적 가치관이나 육아 비용이 이런 관계를 설명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소개하면서 ‘상관관계’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받은 다른 매체에서는 직관적이고도 선정적인 헤드라인을 뽑아 보도하는데, 바로 우리나라에서처럼 ‘집값이 비싸서(원인) 출산을 미룬다(결과)’는 식의 인과관계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로 슬쩍 비틀어졌을 때 과연 우리는 그 차이를 감별해낼 수 있을까? 작정하고 내놓은 왜곡과 조작을 가려낼 수 있을까? 거짓말을 밝히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만들 때에 비해 훨씬 더 큰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이 교묘한 선동 도구가 널려있는 시대에는 점점 진실을 분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책을 읽어봄으로 해서 거짓을 분별해내고 진실을 가려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고는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가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주어지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상대의 의도대로 선동되고 여론몰이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명심해야겠다. 저자들의 말대로 이는 ‘좌파나 우파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생존을 위해서 적절한 헛소리 탐지가 필수’이기 때문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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