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채널에서 1시즌 6개 에피소드에 이어 2시즌 7개 에피소드를 주말 특집으로 방송하고 있군요.
'닥터 후(Doctor Who)'로 영드에 눈뜬 후, 영국이 이렇게 SF에 정통했었나(소설로는 인정할 수 있겠는데, 드라마로는 역시 헐리우드 빼곤 얘길 못해서...) 새삼 감탄했던 미니시리즈 중 하나가 ‘프라이미벌(Primeval)’입니다.(가끔 케이블 채널에서 ‘프리즌 브레이크’의 도미닉 퍼셀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틀어주는데, 그건 초대형 괴물 악어 나오는 영화이구요...)
원래는 XTM채널에서 1시즌과 2시즌이 방송되었지만 인기에 힘입어(?) CGV채널로 자리를 옮겨 3시즌이 방송되었고, 지금은 폭스 채널에서 시즌을 이어주고 있네요. 하는 김에 최종시즌까지 쭈~욱 해주면 좋겠습니다만... *^^*
시즌 1을 보면서 등장하는 공룡들에 홀딱 반해 '시공간의 틈'이라는 개념에 필이 꽂혔는데, 영국 사람들, 은근히 '시공간의 틈'을 애호하는 면이 있는 듯합니다. '닥터 후(Doctor Who)'와 '토치우드(Torchwood)'에서 이미 '카디프'란 장소가 그러했는데, 이 '프라이미벌'에서는 '이상지점(anomaly)'라고 불리우는 시공간의 틈이 모든 에피를 관통하는 중요 소재이죠.
기회가 되면 '프린지(Fringe)'와 '프라이미벌'을 한 번 비교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는데, 사실 '프린지'보다 '프라이미벌'에 대해 먼저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직수입한 '프라이미벌' 시즌 3 DVD의 정주행을 완료한 덕분인 듯합니다.(네, 저 드디어 코드 프리했습니다... *^^*)
( ▲ 28.49달러 주고 구입했습니당~ 선적료랑 배송비 더하면 38,536원정도? )
'프라이미벌'은 여러 모로 미국의 '프린지'와 비교할만한 영국 드라마입니다. '프린지'가 다차원우주 -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의 약간 엇비낀 시공간으로 또다른 우주가 있다는 전제를 깐 미스터리SF수사물이라면, '프라이미벌'에서는 이 시공간이 하나의 흐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프라이미벌'의 기본 얼개는 이 세상에 '이상지점(anomaly)'이라고 하는 반짝이는 빛덩어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이 세상의 각 시간대를 잇는 문이라서 그 빛덩어리로 걸어들어가면 다른 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이상지점이 언제 나타날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생긴 변화는 이 세계의 역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시즌 1 말미에 벌어진 어떤 사건으로 여주인공인 클로디아 브라운이 사라진 대신 똑같은 외모에 활달한 성격의 제니 루이스가 등장하고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ARC(Anomaly Research Centre)라는 기관이 나오게 됩니다. 즉 선사시대의 사소한 변화가 먼 미래인 현실에 다른 결과를 야기하게 된 거죠.
처음엔 이야기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선사시대의 다양한 공룡들이 이상지점이라는 관문을 통해 현재 시대로 넘어와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고, 영국 정부에서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이상지점을 잘 관리하면서 이 세계로 넘어온 생물들을 무사히 돌려보내는 동시에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특별 팀을 가동하게 된다는 내용이었거든요. 이런 류의 드라마가 그렇듯이 정부는 친절하게도(?)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이상지점의 존재를 극비에 부칩니다.
그러다가 시즌 1 끝에서 뭔가의 변화로 클로디아 브라운이란 존재가 사라지게 되어 닉이 충격에 빠집니다. 그 전까지는 괴생물체 넘어옴 → 돌려보내거나 잡아 가둠 → 사건 해결 이란 방식이었는데, 이젠 또다른 위험이 드러난 거죠. 그래서 시즌 2 들어서부터 이런 이상지점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되는 동시에, 닉의 실종되었던 아내 헬렌이 본격적으로 음모의 배후인물로 등장합니다.
시즌 1,2가 과학적 이론으로 무장한 SF미스터리로서 충실했다면 시즌 3부터는 음모론과 액션이 버무려진 모험활극으로 변모합니다. 헬렌은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한 나름의 아젠다(문제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인류를 말살하려한다는...--;)를 갖고 무리수를 두는 인물인 반면 정부 내 크리스틴 존슨이라는 여성 관료가 생물 무기로서의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되는 프레데터 괴물(영화 '프레데터'랑은 무관합니다. 내용 흐름으로는 영화 '에일리언'과 일맥상통하죠.)을 연구하려다 인류 파멸의 문을 열게 된다는 음모론이 등장합니다. 아마 교수인 닉 커터 대신 합류한 대니 퀸이란 인물이 형사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비슷한 과학적 설명으로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 탓에 변화의 위기감을 느낀 탓인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닉의 죽음은 충격적이었지만 시청률 관리를 위한 시리즈의 변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 생각이 이제야 슬슬 드는군요.(역시 분석은 중요해... *^^*)
어쨌든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시청률이 잘 나왔는지 시즌 1은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는데, 시즌 2는 7개, 시즌 3는 10개로 늘어났습니다.(아직 국내 미방영인 시즌 4는 7개, 시즌 5는 6개인 것은, 그러면,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증거...?? ^^;)
이런, 너무 길어진 감이 있네요. 등장 인물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따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