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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란 게 끝을 보기 전에는 계속 보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시작을 안 하려고 합니다만, 가끔씩 그런 결심에도 불구하고 시청을 시작하게 되는 드라마가 있게 마련이죠. 얼마 전부터 Fox채널에서 새로 방영하는 미드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을 보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열심히 봤던 ‘닥터 하우스(House, M.D.)’를 통해 얼굴을 익힌 제니퍼 모리슨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된 게 원인이라면 원인이겠지요.... ‘하우스’에서의 여리면서도 원칙주의자에다 고집이 센 앨리슨 카메론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현상금 사냥군 겸 탐정으로 나오는데, 당차고 신체적으로도 강한 여장부의 모습이 제법 어울리네요. 동화를 현실에 비틀어 올리는 얘기가 CGV채널에서도 방영되고 있어서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베낀 건가 못마땅하게만 여겼더랬는데, 이 드라마를 가만히 보다보니 동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기본 플롯은 백설공주의 계모 왕비가 동화의 해피 엔딩을 망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어둠의 저주를 내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화 속의 모든 주인공들 - 백설공주부터 신데렐라, 피노키오의 귀뚜라미 등등이 현실 세계로 들어와 원래의 기억을 잃고 어둠의 왕비가 지배하는 마을에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연을 들려주죠. 그러면서 그들이 원래의 세계에서 어떻게 지냈던가에 대해서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막상 원전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원래 세계에서 지내던 이야기를 들여다보아도 그다지 동화처럼 행복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영화같은'이라는 수식어를 기구하고도 힘든 삶에 주로 갖다붙이면서 막상 '동화같은'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수월하고 행운이 넘쳐나고 술술 풀리는 경우에다 갖다붙이는데, 정말 동화는 행복하기만 하고 행운이 넘치고 술술 풀리는 경우로 가득차 있나요?

 백설공주는 계모에게서 미움을 받아 사냥군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사냥군에게 애원해서 도망치지만 난장이들의 집에서 신세를 지는 동안 청소와 빨래와 부엌일을 해야했죠. 일국의 공주였던 여자애가 하기에는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신데렐라는 어땠나요? 역시 어렸을 적에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와 의붓동생들의 하녀로 십여년 무임금의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했던 아가씨입니다.

 라푼젤은 태어나자마자 친부모 품을 떠나 마녀의 손에 넘겨져서 높은 성의 꼭대기에 갇혀 홀로 자라야했던 고아 아닌 고아 소녀였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저주 때문에 평생 몸조심을 하면서 살았지만 결국 100년간의 긴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는 바람에 아마도 100년간의 세대차를 극복하느라 결혼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빨간 모자는 사냥군이 구해주기 전에 늑대 뱃속에 들어가는 끔찍한 경험을 해야했으니 아마 트라우마가 상당했겠죠...

 죽은줄 알았다가 살아나고, 요정대모가 나오고, 마법과 마술이 등장하긴 해도, 동화 속의 주인공들도 쉽지 않은 인생을 견뎌내야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지만, 제법 심각한 갈등과 선택의 고뇌와, 번민과 고통이 가득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백설공주의 왕자님은 그냥 이야기의 말미에 튀어나온, 남부럽지 않게 자라난 귀하신 몸이 아니라 쌍둥이로 태어나 목동으로 살다가 한순간 운명이 뒤바뀌어 애통해하면서 사랑하는 친어머니를 떠나 왕자의 자리를 억지로 물려받은 청년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해피 엔딩의 달콤함을 선사하는 동화라는 게 사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얼마나 고통스런 삶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굳이 어둠의 왕비의 저주가 아니더라도 동화 속의 주인공들은 해피 엔딩을 맞이하기 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헤치고 고생을 견뎌내며 선택의 기로에서 지혜로움과 너그러움을 발휘했던, 인간 승리의 모범들이었던 거지요. 그러니, 이제부터 '동화같은'이라는 형용사에 대해 좀더 신중해야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적어도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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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파란토끼13호

    ㅎ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12.04.13 22:10 댓글쓰기
    • consel

      CGV채널의 '그림형제'는 좀더 액션스릴러적인데, 어쩐지 보다가 졸리더군요...^^ 이쪽은 좀더 달콤한 편이에요

      2012.04.15 23:44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