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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입니다. 그래서인지 해가 굉장히 빨리 지는 느낌이던데요... 음력으로는 11월 20일이라 중동지니까 팥죽이나 끓여먹을까 했는데 집근처 마트엘 갔더니 팥이 없더라고요. 사람들이 팥죽 끓여먹으려고 다 사 간 건지...^^ 어쨌거나 저는 못 끓였지만 어머니 덕에 동지팥죽은 먹었답니다.

 올해는 햇빛이 좋았는지, 태풍이 비켜간 덕인지 농사가 잘 되었죠? 비록 팥은 못 샀지만 지금 베란다에 사과는 그야말로 그득 쌓여있습니다. 마트에 갈 때마다 먹음직스런 빨간 사과에 매료되어 판매대 앞을 그냥 못 지나치거든요. 발갛게 잘 익다못해 검붉기까지 한 사과를 보면 도저히 발걸음이 떼어지지가 않는 겁니다. 마치 귀엽고 사랑스런 애기 뺨을 쓰다듬듯이 비닐봉지 위로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사과 봉지를 집어들고야맙니다.

 그럴리야 없지만 요즘 사과만 보면 넋이 나가서 사과를 사들고 오니 저 자신 혹 사과중독인가하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ㅋㅋ 사과가 중독성이 있을리가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마트에 가서 빨갛게 잘 익은 사과만 보면 좋아 어쩔 줄을 모르다가 결국 그 유혹에 넘어가서 최소 1봉지, 어떨 땐 두 봉지를 사고야 맙니다.(사과 과수원 하시는 분들, 저 괜찮은 소비자인 거죠? ^^#) 사과에 별나게 반응하는 여자를 빗대어 놀리는 표현 중에 ‘백설공주 과(科)’라는 우스개를 들었던 것같은데... 아, 백설공주는 사과를 먹다가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으니 사과를 보면 경기 들리는 여자가 백설공주 과겠네요. 그럼 저는 백설공주의 계모 과인 건가요? ^^;

 한때는 마트에 사과라곤 붉은 줄무늬의 부사 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사과가 좀더 다양한 색감으로 나오는 것같습니다. 저 어렸을 적엔 사과가 그야말로 다양한 색깔, 다양한 식감으로 팔렸더랬죠. 요새 제사상에 흔히 올리는, 애기 머리만한 커다란 부사가 사과의 대표 주자가 된 건 과일 농사의 효율성에 바탕을 둔 선택이겠지만 다양한 입맛의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제한되는, 반갑잖은 경제 논리일 겁니다.

 빨갛고 새콤한 맛으로 위세를 떨쳤던 건 홍옥이었구요,

 

 자잘한 부사같이 생겼던 게 국광이었던 것같은데, 사실 국광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품종이어서 잘 모르겠네요. 제가 기억하는 국광은 검붉은 색에 작은 갈색 반점들이 박혀 있는 외형이었는데, 그다지 즐겨 먹었던 것같지는 않습니다. 껍질 깎기가 좀 힘들었다는 것만 기억나네요...

 어렸을 적 가장 군침 삼켰던 사과 품종은 골든 델리셔스였는데요, 어르신들은 ‘골덴’이라고 부르셨어요. 노르스름한 빛깔이 너무 잘 익으면 부분적으로 약간 발그스레한 황적색을 띠기도 했는데, 껍질조차 아주 얇았더랬죠. 껍질을 깎아 입에 넣으면 바나나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달콤함과 향이 일품이었습니다.(아, 당시엔 바나나가 요즘같은 싸구려 과일이 아니라, 문병갈 때 필수인 귀한 과일이었어요.) 사진은 백과사전에서 찾아낸 건데, 어째 사과보다는 배를 연상시켜 좀 아쉽군요.

 

 델리셔스는 붉고 노란색이 섞인 사과였는데, 아마 요즘 제가 훅 가버리고 있는 사과 품종이 델리셔스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붉은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침을 꼴깍 넘어가게 하는 시각적 끌림 효과를 상승시키는 맛난 사과이긴 한데, 골든 델리셔스한테 살짝 밀렸더랬죠.

 인도 사과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골든 델리셔스가 다소 수분감이 덜한 달콤 바삭한 식감이었다면, 인도 사과는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고이는 그야말로 달달한 사과였는데요, 색깔은 마치 풋사과처럼 푸른 연두색을 띠고 있어서 외형에 대한 맛의 반전이 기가 막혔답니다. 역시 백과사전에 실린 인도 사과의 사진은 제 기억과는 다른 색깔이네요.

 그 외에 홍로라는 사과가 있었구요, 후지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 기억나는데,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요즘의 부사가 그 시절엔 후지라고 불렸다네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과가 푸른 색의 '축'이란 이름을 가진 사과였는데, 요새 혹 이걸 아오리 사과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올해 들어 저 발그스레 반짝거리는 사과들을 쌓아놓고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바라는 게 하나 더 있다면, 부디 먹거리에 대해 모두들 좀더 애정을 가지고 환경친화적으로 다루어 주셔서, 제가 저 맛있어 보이는 껍질을 깎지 않고 그 옛날처럼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천으로 닦은 다음 껍질채 버석 하고 깨물어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기를... 무농약 사과라는 게 물론 나오기는 하지만, 요즘 뉴스들을 보면 친환경이라고 인증받곤 뒤에서 장난을 치는 양심불량들이 의외로 종종 나타난다는 거죠. 얼마 전엔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납품했던 식자재들이 실상은 친환경이 아니었다는 기사도 나왔던지라... 제발 먹는 거 갖고 장난 좀 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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