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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집 유선방송 채널이 대폭 정리되면서 그 많은 케이블 채널들을 보려면 셋탑박스와 TV 양쪽을 다 켜야 하네요. 그런 수고의 댓가로 화질은 훨씬 짱짱하지만, 이것저것 눌러야할 게 더 생기니까 귀차니스트인 저는 더욱 TV를 안 켜게 된다는...(^^;) 정말 앞으로 TV는 DVD 보기 위한 플랫폼으로서밖에 안 쓸 것같습니다.

  귀차니즘 덕분에 발견하게 된 게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Agatha Christie's Poirot)>인데요, OUN, 즉 방송대학TV채널에서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방송되는 영드입니다.(요 채널은 국회방송과 더불어 아직 유선방송사에서 끊지 않은 채널)

▲ OUN에서 사용하는 오프닝 타이틀은 이런데요...

 

▲ 제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 아주 오래 전 MBC에서인가 이 영드를 심야에 방송했던 것같은데, 아마 그 때의 오프닝 타이틀은 이것이었던듯...

 

  문제는, 그저께 시즌 12의 4번째 에피소드 '네 개의 시계(The Clocks)'로 이 영드가 당분간 종영했다는 겁니다. 물론 13시즌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게 5개 밖에 안 되는데다, 언제 방송 예정인지 모른다는...(--;)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에서 처음 등장한 포와로는 벨기에 경찰에서 은퇴하고 영국으로 건너와 활동하게 된 탐정으로 설정되어있죠. 여기서 (셜록 홈즈 탐정의 절친 왓슨에 비유할만한) 헤이스팅즈 대위가 묘사한 포와로의 모습은, 5피트 4인치가 채 되지 않는 왜소한 체구에 콧수염을 뻣뻣하게 잘 관리하며 달걀 모양의 머리를 갸우뚱하게 기울인, 멋쟁이 신사입니다.

  제게 특히 인상깊었던 포와로의 특징은, 단서를 조합해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때마다 즐겨 쓰던 '회색 뇌세포'라는 말과, 반짝거리게 광택을 낸 에나멜 구두, 잘 손질된 수염, 약간의 결벽증과 자기자랑 같은 건데,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포와로 역의 배우는 바로 이 영드의 주연배우 데이빗 서쳇(David Suchet)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제가 포와로 탐정 역을 맡은 세상의 모든 배우를 아는 건 아니지만, 세 명은 알거든요. 앨버트 피니, 피터 유스티노프, 그리고 데이빗 서쳇.(^^;)

  1974년작인 영화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Murder on the Orient Express)>에서 포와로 역을 맡았던 앨버트 피니의 경우, 살해당한 피해자 래체트 역의 리처드 위드마크는 기억나는데 막상 포와로 역을 맡았던 그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습니다.(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다는데...--;)

  피터 유스티노프는 6개의 작품에서 포와로 탐정을 연기했고, 제가 기억하는 건 1978년작 <나일 강의 죽음(Death on the Nile)>인데요, 이 영화에서 범인을 몰아붙일 때엔 탐정다운 집요함이 좀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푸근한 미소를 띤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 보여서 좀... 무엇보다 포와로 탐정으로서는 키가 너무 컸죠.(1.82m...^^)

  그런데, 데이빗 서쳇은 일단 키가 1.7m라 셋 중 가장 작고(ㅋㅋ 그래도 원작의 5피트 4인치(=162.56cm)가 되기에는 너무 크네요), 미소 지을 때와 달리 평소 눈매는 몹시 날카롭습니다.

 ▲ 눈빛 정말 강렬하지 않나요? 이 분 영화를 처음 봤던 게 아마 커트 러셀 주연의 <파이널 디시젼(Executive Decision)>이었던 것같은데, 그 땐 비행기를 장악한 테러리스트로 나와서 오싹했다는... 그리고 전에 제가 포스팅했던 <판타스틱 우체국(Going Postal)>에서도 '리처 길트'라는 악역을 맡았더랬죠. 아무래도 너무 강렬한 눈빛이라 카리스마 있는 역할이 주로 섭외될 듯합니다.

 

 듣자니, 그의 연기를 눈여겨본 아가사 크리스티 집안 누군가가 포와로 탐정 역으로 추천을 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이분, 완벽한 포와로로 빙의되기 위해 포와로가 등장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얼마나 연구했던지 시리즈 초기엔 정수리 머리칼을 일부러 이발하기도 했고(나중엔 나이 들어 자연히 숱이 적어져서 이발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공원 벤치에 앉기 전에 손수건을 까는 것같은 결벽증이 묘사되어야한다고 감독과 논쟁을 벌이는 바람에 시즌 초에 쫓겨날 뻔도 했답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이 시리즈는 영국에서 1989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25년동안이나 방송되었는데요, 특이한 건, 방송되지 않은 해도 몇 번 있어서 25시즌이 아닌 13시즌으로 종료되었다는 거죠.(그래서 에피소드는 다 합쳐야 70개입니다.)

 

 ▲ '포와로가 나오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 70개나 되었나?' 하면서 책장에 꽂아둔 추리소설을 다시 챙겨봤는데, 30권 남짓 있네요. <커튼(Curtain)>은 읽었는데 제가 안 갖고 있는 걸 보니 동생 건가봐요.

 

  찾아보니, 예스24에서 <Agatha Christie's Poirot : Complete Cases Collection>을 판매하긴 하는데('컴플리트'라고 되어있으니, 70개 에피소드 전체 수록인가보죠?), 우리말 자막이 지원될 리 없는 지역코드1번인데다(집에 코드프리 플레이어가 있으니 영어자막으로 보면 되긴 하겠지만...) 가격이 무려, DVD는 498,600원, 블루레이는 569,600원!!! 질러버리기 좀 부담스럽군요. 그래서 마지막 시즌 5개가 방송되는 그 날(이 언제일지도 모르지만...^^)까지,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린 저 구닥다리 책을 다시 한 번 독파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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