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DVD <웨스트월드(Westworld)>를 사려다가 품절되어버리는 바람에 놓치고 만 일이 있었는데, 어제 채널을 돌리던 중 발견한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 한 마디로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보기 시작한 지 5분도 안 되어 감이 왔죠. '이거 앞으로 본방 사수해야겠어'라고...
안소니 홉킨스, 에드 해리스, 제프리 라이트, 제임스 마스던, 탠디 뉴튼, 벤 반즈, 지미 심슨, 클리프턴 콜린스 주니어 등등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진중한 분위기의 배우, 잘 생긴 배우, 심각한 배우...(^^;) 자꾸 나오는 바람에 계속 '어, 저 사람도 나오네, 저 사람도, 쟤도...'라고 할 수 밖에 없었구요, 게다가 마이클 크라이튼 원작의 분위기를 21세기에 맞게 업그레이드시킨 초호화 슈퍼울트라급 세트의 규모라니. 아아, 대체 이런 어마어마한 미드를 방송해버리면 난 어쩌라고...(시간 쪼개어서 정기적으로 TV시청할 여유가 없건만, 안 볼 수가 없게 만들어버렸으니...T_T)
원작인 <웨스트월드(WestWorld)>는 1973년에 마이클 크라이튼 각본/감독으로 제작되었더랬죠. 율 브리너, 리처드 벤자민, 제임스 브롤린(이분은 <맨 인 블랙 3>에 나왔던 조시 브롤린의 부친) 등이 출연했는데, 다른 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율 브리너의 얼굴에서 가면이 벗겨지고 안쪽의 로봇 회로가 드러나는 충격적인 영상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답니다. 비록 극장의 큰 화면이 아니라 조그만 TV화면(그것도 당시엔 흑백의 브라운관 화면...^^)이었음에도 얼마나 놀랐던지...
그런데, 그 <웨스트월드>를 이제 미국의 HBO채널에서 드라마로 제작해서 우리나라 스크린채널과 동시방송을 한다는 겁니다. <로마(Rome)>와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으로 재미를 본 HBO채널, 이 <웨스트월드>를 통해 대하서사극과 판타지뿐 아니라 SF까지 평정하려나 본데요, 저로서는 그나마 10부작이라니 다행이긴 하지만 문제는 10부작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같다는 거죠. <왕좌의 게임>이 현재 8시즌까지 예정되어 있고, <CSI>의 경우 15시즌(특집 2편까지 포함시키면 16시즌...--;)을 끌었던 전례를 본다면 인기도에 따라 이 시리즈도 몇 년을 끌지...?
놀라운 건 고작 2회까지 방송되긴 했지만, 현재 2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매긴 imdb평점이 무려 9.2점입니다.(3만여명의 투표 결과 7.1점을 기록한 원작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도 100만여명이 투표해서 평점 9.5점의 위용을 자랑하는 <왕좌의 게임>보다는 아직 아래로군요...)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자체가 로봇의 오작동으로 일어난 반란과 그로 인한 인간 고객들의 죽음을 다룬 내용이기는 했지만, 이번 건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내용도 '인간 진화의 궁극적인 도달점이 어디까지이며, 인공 생명이 자아정체성을 갖게 된다면 그들을 수단으로 관리해도 되는가'로 확장된 듯 하고, 무엇보다 장소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나 그랜드캐년을 통째로 전세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넓고 광활합니다. 어찌 보면 쥬라기 공원같은 공룡 테마 파크를 성인용 버전으로 살짝 비튼 것 같기도 한데, 서부시대를 그리도 좋아하는 미국 남성들을 보면서 인간남자의 본성과 로망이란 게 결국 살인과 약탈, 강간 같은 것으로 귀결되는 것일까 의문도 들구요.
스크린채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시간 6분짜리 1회 영상을 무료 공개해뒀는데, 1회에 너무 많은 걸 보여줬다 싶기도 하지만 2회와 비교해보면 앞으로 클라이막스까지 얼마나 시청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면서 들었다놨다할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앞에 선 마음이라 당분간 금요일 밤이 기다려질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