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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경우는 전에도 제법 있었지만 요즘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눈에 많이 뜨입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드라마 역시 성공하리란 건 아무도 보장할 수 없죠. <블레이드(Blade)>의 경우, 2004년 <블레이드 3>까지 나온 후에 2006년에 미드 <Blade: The Series>가 방송된 적이 있지만 꽤 괜찮은 연출과 스티키 핑거즈의 호연(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보다 더 강렬하고 잘 어울린다는 평도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1으로 막을 내려야했고,... 

 

 

  <터미네이터> 시리즈 역시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아 2008년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연대기(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를 론칭해봤으나 시즌 2에서 끝나고 말았습니다(그래서 그 뒤로 존 코너와 카메론이 어찌 됐냐고요...T_T). 

 

 

  imdb.com의 평점이 6.6점과 7.7점이었던 이 두 작품보다 일찍 문을 닫으리라 여겨졌던 <한니발(Hannibal)>은 매즈 미켈슨의 섬찟하면서도 매력적인 한니발 렉터 박사 연기 덕에 무려 평점 8.6점을 기록했지만 그래도 3시즌에서 막을 내렸고, 대중적인 인기가 좀 뒷받침되지 않을까 싶었던 <드라큘라(Dracula)> 역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1시즌 10개 에피소드의 뒷얘기를 잇지 못했더랬죠.(심지어 사라 코너 연대기보다 낮은 평점 7.4점을 받았다는...)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를 드라마로 가공하는 건, 인지도가 확보되어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하지만 동시에 바로 그 점 때문에 핸디캡을 안고 들어가야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방송된 <웨스트월드 : 인공지능의 역습>을 모두 챙겨본 제 의견으로는, 일단 이 미드의 경우 20세기의 원작을 21세기에 맞춰 엄청나게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기대치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당시로는 파격적이었던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 사용되긴 했어도 '기술적 오류로 인해 위험해진 유원지'라는 단편적인 이야기(따지고 보면 <쥬라기 공원>은 이 이야기의 복제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를 미드 <웨스트월드>에서는 보다 깊이있게 다루고 있거든요.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의 위험성을 넘어, 삶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던지고 있으니까요.

  이미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얘기가 진행될수록, <웨스트월드>의 세계는 인간이 컴퓨터가 만든 가상현실 속에서 꿈꾸는 건전지 신세였던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반대 버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즉 로봇들이 자신이 속한 세계의 참모습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창조자인 인간이 설정한 배역대로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선택과 운명에 의한 진짜 삶이라고 착각한다는 거죠. 자신의 의지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엔지니어들에 의해 계속 통제되고 행동을 제어당하며, 추억이나 과거의 기억은 단지 기술자들이 이식한 시나리오일 뿐...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인공지능로봇들은 '로봇'이라고 불리지 않고 '접대자'를  의미하는 '호스트(host)'로 불립니다. 이들은 인간 고객을 맞아 실감나는 체험을 제공하는 접대용 로봇으로만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추억하고 모성애를 발휘하고 탐욕과 이기심마저 그대로 흉내내는 존재라면, 과연 인간과의 차이가 뭘까요? 단지 본질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로봇이기 때문에 인간 고객에게 학대당하고 살해당하고 고문당해도 되는 걸까요? 조악한 인형 모양을 해서 인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고전적인 로봇 형태의 존재들이라면 차라리 역할 놀이로서 수긍이 갈지도 모르겠습니다.(그래도 어쩌면 너무한다 싶을지도... 매트릭스 시스템의 기원을 그렸던 영화 <애니매트릭스>를 볼 때도 인간이 로봇들한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호스트들은 인간과 너무 똑같거나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어서, 그들을 괴롭히고, 죽이고, 놀리고, 동정하는 인간들이 더 비인간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그러고보니 어느 과학 연구에서 로봇의 외형이 인간과 유사한 정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어느 한도 이상으로 높아지면 오히려 불안감이 커진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죠.)

  현재 imdb 평점 9.1점을 달리고 있는 <웨스트월드(Westworld)>는 미국에서 1시즌 마지막 에피소드 방송을 코 앞에 두고 있는데, 과연 원작 영화에서처럼 로봇들이 오작동으로 인간들을 살해해서 전체 테마 파크가 위험에 빠질지, 아니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놀라운 반전들처럼 또다시 새로운 반전을 통해 충격을 안겨줄지 기대됩니다. 찾아보니 2017년 2시즌 방송은 이미 확정되어 있고, 궁금한 건 과연 앞으로 몇 시즌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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