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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경고 : 이 드라마의 중요한 내용, 반전들, 그리고 결말까지 꽤 상세히 담고 있으니 스크롤 내리기 전에 심사숙고하시길...)

 

  한 시즌의 제작 예산으로 1억 달러(오늘 기준 환율로 우리돈 1,187억원)를 들였던 미드 <웨스트월드 : 인공지능의 역습(Westworld)>이 지난주에 끝났습니다. 1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으니 한 편당 평균 120억 원 정도를 들였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세트장의 규모나 디테일함에 입이 벌어졌으니 그 정도 예산이 든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적인 면 뿐 아니라, 인공생명체라는 설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려 호스트 역을 맡은 배우들의 경우 배역 비중에 상관없이 올 누드로 촬영한 것도 놀라웠습니다.(물론 스크린채널에서는 중요부위를 모두 뿌옇게 처리하는 노력은 했지만서두...)

▲ 사진 출처 : www.imdb.com


  2018년에 2시즌이 확정된 이 SF드라마는 2017년 골든 글로브 베스트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부문(에반 레이첼 우드 - 돌로레스 역), 여우조연상 부문(탠디 뉴튼 - 메이브 역)에 후보로 지명되어 있고, imdb평점 9.2점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네요.

 

  종방이 지난주였는데 감상을 빨리 올리지 못한 것은,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할 말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충격을 받긴 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더군요. 하루가 꼬박 지나고 그 다음날, 아침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이 꾸역꾸역 치밀어 올랐습니다.

  워낙 훌륭한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매 회마다 예측을 뒤엎거나 혹은 '설마...'라고 생각했던 추측이 맞아 떨어져 더욱 기가 막히기도 했던 이야기라 끝이 다가올수록 대체 어떻게 결말을 지을 것인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드라마였죠.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이 이상의 결말은 (부족한 제 머리로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 사진 출처 : www.imdb.com

 

  이 드라마의 첫화부터 마지막까지 그 의미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미로입니다. 일반적인 미로가 입구의 반대편에 있는 출구를 찾아가는 형태로 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이 미로는 원형의 회로처럼 되어 있어서 중심을 찾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마치 이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여러 개의 내러티브를 숨가쁠 정도로 현란하게 교차시키며 차곡차곡 촘촘하게 의미를 배열해가는 걸 상징하는 듯하죠. 실제로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미로의 끝이 드러나는 순간, 그 다중적인 이야기 구조는 정확하게 중첩되며 하나로 합쳐져 그 잔혹하고도 슬픈 의미를 드러냅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은 이해하시겠지만, 정말 엄청난 반전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용서하시길...)

  워낙 여러 명의 핵심 인물들이 등장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성이기는 했지만, 제게 가장 강렬하고도 깊은 슬픔을 안겨준 인물은 탠디 뉴튼이 연기했던 메이브였습니다.

  자신의 삶을 생지옥으로 설정한 인간 - '신 노릇으로 우쭐한 인간을 한 방 먹이고 그 잘난 신들의 세계로 걸어들어가기' 위해 탈출하려 했던 그녀는, 하지만, 성공의 문턱에서 자신의 기억 한 조각에 불과한 딸을 포기하지 못하고 결국 열차에서 내립니다. 그런 그녀의 결정이 충분히 예측되는 일이었음에도 왜 그리 가슴이 아프던지요... 하나의 시나리오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던 그녀의 탈출은 그렇게 인간의 것과 차이나지 않는 모성애에 의해 틀어지면서 진정한 선택과 변화로 바뀌게 되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포드 박사가 얘기했던 새로운 시작은 바로 메이브에게서 구현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사진 출처 : www.imdb.com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멈추시는 게 좋을 듯. 진짜 후회하실만한 스포일러 하나 더 추가요!)

 

  메이브 외에도 이 드라마는 충격적인 진실을 여러 개 담아냅니다. 첫 화부터 호스트들에게 잔혹하기 그지없게 굴었던 맨 인 블랙(에드 해리스)이었지만, 실은 그가 그렇게 미로의 중심을 찾으려 했고 게임에 집착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돌로레스였더군요. 똑같은 루프를 반복해야하는 그녀가 아득한 의식 너머에 간직하고 있던 사랑에 대한 간절한 기억은 그에게 닿아있었지만, 그 기억 속의 인물이 자신이라는 걸 알아보지도 못하는 운명의 연인이라니,...

  결국 이 거대한 미로 게임, 여러 시간대가 엮어낸 이야기, 인간의 세계와 호스트의 세계가 하나로 만나게 된 지점에서 제가 본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좋게 흘러갈 수 없이 어긋나고 꼬이고 서로간에 상충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더없이 슬프지만 그래서 또 더없이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2018년 2시즌에서 이 비현실적이자 현실적인 테마 파크는 또 어떤 충격적인 이야기를 이어가게 될까요? 아직도 마지막 결말의 여운에서 깨어나지 못한 저로서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면서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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