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회문화재단에서 여러 동아리를 선택해 들어가는 이벤트가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작품을 다 같이 나누고 얘기나눠보는 재미를 느껴보기 위해 남미작품을 읽는 동아리를 선택했다. 그 동아리는 세계 곳곳 문학의 향기를 나누는 장기 동아리로 이렇게 남아 모임을 이어가는 소중한 인연의 시작을 마련해 주었다.
남미 여행은 따뜻한 나라로의 여행이었다면 겨울이니만큼 우리는 추운 나라 러시아로 떠나보기로 했다. 그중에 러시아의 단편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느끼고 또 어려움이라는 난관을 빠져나갈 수 있는 책, ‘체호프 단편선’을 선택했다. YES 북클럽에서는 체호프단편선 중 ‘귀여운 여인’을 표제작으로 한 책을 같이 읽었다.
체호프는 의사로서 소설가라는 부업을 한 작가지만 그걸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밀도 높고 강한 단편을 써 내려갔다. 짧은 소설 하나하나 동아리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체호프의 매력에 빠졌다. 특히 그 상황을 두고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매우 여운이 강하게 드는 내용의 이야기가 많아서 한 편당 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혼자 읽고 그냥 덮었으면 생각하지 못했을 소설 속 그냥 대수롭지 않게 보고 넘겼던 것들을 꼽아 주시면서 그게 인물이 결론으로 치고 나가는 발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소름이 돋은 적도 있다. 몇몇 편은 그냥 내 기준으로 해석했었을 뿐, 다시 이야기를 나누니 그 의도가 아니었던 이야기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읽기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체호프 단편선이 같이 읽기 입문서로 꽤 괜찮은 책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혹시 고전 모임이나 우리처럼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모임을 하신다면 체호프 단편선을 추천한다. 더욱 좋았던 건 가끔 가부장적인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갔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의 본성과 본능에 따른 행동 변화에 따른 이야기라 시대적 이해나 러시아 문화를 특별히 이해해야만 이 책을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었다. 그만큼 체호프는 세계 인류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을 잘 잡아내어 글을 쓰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