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톡방에서 마파예트부인의 <클레브 공작부인>을 읽기 시작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오갔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은 간질거리는 순간이라고 했다. 나는 겨우 토론 직전에야 완독을 했다. 다 읽고 나서 화가 났다. 진짜 절반 읽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끝까지 아무일이 안 일어나고 끝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책을 왜 읽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일어날 것이라 기다리면서 읽었던 제가 다 허무해 져서 해설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원래 클레브 공작부인은 정숙하고 아름다운 분이다. 적당한 곳에 시집을 갔고 남편과 문제없는 생활을 이어나가는데 멋쟁이 바람둥이인 누무르공을 본 이후 마음이 흔들린다. 그때 발신인과 수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 한 통을 읽고 마음대로 상대를 추측하고 오해가 생긴다. 이를 계기로 클레브 공작부인은 남편에게 진심을 털어놓고 정작 아무일도 없이 그저 마음만 설렜을 뿐인데 공작은 마음대로 부인의 간통을 마음대로 추측하고 병이나 버린다. 그렇게 황당하게 남편을 잃은 후 공작부인은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다.
이 이야기를 읽는데 한숨도 쉬지 않고 재밌게 읽었다. 다만 결론이 원하는대로 나지 않고 큰 사건이 없어 허무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긴장감을 통해 독자의 눈을 계속 사로잡은 라파예트 부인의 필력만큼은 인정해 줘야겠다. 그 간질거지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공작부인의 그 모든걸 글을 통해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