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독에 중독된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위험한 몸이 되어버린다. 도대체 그런 독을 먹인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계속 의심하고 슬퍼하고 고뇌한다. 불륜을 계속하는 아내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하고 여러 가설을 세우는데 주변에서 본인과 같은 독을 먹은 자들이 많은지 황당한 죽음이 계속된다.
죽음을 한없이 가볍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생명을 경시하는 느낌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렇게 작가는 죽음을 누구에게나 닥찰 수 있는 일이라고 얘기하며 죽음에 있어서 마주칠 수 있는 재밌는 상황을 놓아주고 끊임없이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이 누구인지 독자에게 맞출 기회를 제공한다. 솔직히 누가 범인인지가 중요한 소설은 아닌 듯하다.
사장이 이미 죽은 목숨이 되므로 인해 겪는 여러 생각 파편과 주변에서 픽픽 쓰러져 시체가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우리는 인생 속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가 만든 상황에 푹 빠져 독자가 여백을 채워 넣고 그 속에 자신만의 철학을 넣을 수 있다. 또한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까지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