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니에르노 작품을 접했다. 그 첫인상은 한마디로 당황스러움이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작품 스타일이었다. ‘집착’은 매우 짧은 책이다. 이 책이 한 권의 책이 된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넓은 행간과 짧은 글 구절 구절들이 마치 글문처럼 된 시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신기한 것은 순식간에 읽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이 허무했다. 뭐야, 이렇게 시시하다니. 그것도 그럴 것이 셰상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든지 겪었을 법한 집착을 아주 적절하게 잘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분했다. 이 짧은 글을 샀다는 것과 이 글에 줄을 그어버렸다는 사실.
단순한 열정은 <지박>만큼 아깝지는 않았다. 반값인 헌책으로 구입한 것도 있겠지만 일단 그 구조는 앞서 읽은 집착보다는 틀이 있고 안정적인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과연 상을 탈만큼 위대한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아무래도 회의적이게 된다. 회원분들은 여성이 가진 시각으로 이 모든 상황을 통과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려주셨다. 이렇게 자신의 성이 가진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표현하는 권리를 갖고 출판을 하고 물을 건너 한국 사람에게도 읽히는 건 본인 인생 자체를 예술을 뽐낼 대상으로 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