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는 독립적인 소녀지만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가난한 캐나다의 모습은 625시절의 우리 나라와 다르지 않다.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 장애인 여동생을 이용하고 동물이나 할 수 있는 짓을 행하고 다 커서는 멀쩡한 사회 일원으로 크는 것을 봐라보아야 한다.
로즈는 그런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공부를 필사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녀는 페드릭이라는 부잣집 청년을 만나고 신데렐라 같이 결혼을 통해 성공을 이룬 거지에서 상류층 여인이 된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 같은 결말을 맺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그 삶 속에 환멸을 느꼈고 결국 바이올린으로 예술적 재능을 펼치면서 가난한 삶을 영위하는 가족들 안에 매력을 느끼고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즐긴다. 불륜은 너무도 강렬한 경험이어서 그런지 그녀는 그 삶 속에서 헤메이다가 결국 가족을 지켜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저 가난한 가족들과는 관계를 지속하는 아이러니가 내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어쩌면 그녀가 본디 가지고 있던 문화에 대한 습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부자인 남편을 혐오하는 그녀의 마음도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어떤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생활의 평안을 위해서 그 정도의 자존심을 접고 들어갈 수 있는데 왜 굳이 그런 선택으로 본인을 복잡한 인생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게다가 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란 것을 스스로 알면서 파멸을 향해 나가는 느낌이었다. 가난 속에서 본인의 힘으로 살고자 노력한 로즈와 앨리스 먼로가 겹쳐 보이면서 과연 그녀는 어떤 삶을 살고자 했을까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