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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드의 물고기 책

[도서] 굴드의 물고기 책

리처드 플래너건 저/유나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쓸때 자기가 살아왔던 문화를 이야기하고, 역사를 말한다.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의 역사를 아는 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를 통해서도 알지만, 세세한 사항은 책에서 얻는다. 그 책이 역사 인문서 일수도 있고, 때로는 문학 작품이 그 역할을 한다. 소설 속 인물을 통해서 그때 그 사람들의 의식을 아는 것이다. 시대적 배경이 과거인 이야기를 읽다보면 역사 책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시선이 필요한 것이다. 역사가들이 보는 시선, 작가들이 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 역사를 공부한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큰 이슈에 대해서지 한 나라의 세세한 분야까지는 알지 못한다. 공부했더라도 금방 잊어버리기도 하는 법. 문학 작품을 읽으며 세계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게 좋다. 이야기에 심취되어 즐겁게 접한다고 봐야 옳다. 예전에 보았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버리진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랬고, 리처드 플래너건의  『굴드의 물고기 책』에서도 우리는 한 나라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 내밀한 역사다. 숨기고 싶은 과거일수도 있지만, 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회자되는 게 또한 역사다.

 

리처드 플래너건은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 미얀마간 철도 건설에 얽힌 이야기를 하더니, 이번 책에서는 유형수이자 화가인 윌리엄 뷜로 굴드라는 인물을 내세워 물고기 화첩과 태즈메이니아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태즈메이니아는 19세기 영국의 식민지 였으며, 새로운 유형지였다. 잔인한 역사를 허구와 실화를 물고기에 비유해 이야기한다. 어두운 과거를 파헤치기 위한 방편으로도 쓰였고, 때로는 역사를 잊기 위한 방편으로 쓰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평생을 유형지 감옥에서 지내야 하는 그에게 물고기를 그리라는 작업이 주어졌다. 밤이면 바닷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감방에서 물감은 있지만 잉크가 없어 자신의 갈빗대에서 나오는 핏물을 펜에 묻혀 그리기도 했다. 물고기 그림을 그리면서 그는 그곳에 세라섬의 감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기 시작했다.  

 

인생이란 역사화에서 관습적으로 묘사되는 식의 전보도 아니고, 적절한 순서에 따라서 열거되고 이해되는 사실의 연속도 아니다. 그것은 변형의 연속이다. 어떤 변형은 즉각적이고 충격적이며, 어떤 변형은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느리지만 너무나 철저하고 무시무시해서, 우리는 삶이 끝날 때쯤 노망든 자아와 어린 시절의 자아가 일치하는 순간을 찾아 기억을 헛되이 더듬게 된다. (333페이지)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지금 질질 끌고 다니는 이 거짓말이 언젠가는이 유형지에 남은 전부가 되지 않을까, 오래전에 사라진 이들을 후세가 멋대로 재단하려 들지 않을까. (중략) 그들을, 나를, 우리 모두를, 사령관의 가공할 허구라는 기계장치를 통해서 재단할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라는 듯이! 역사와 기록된 말이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듯이! (340페이지)

 

 

물고기를 그리다가 물고기가 되어 버린 굴드. 어쩌면 처음부터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일수도 있었다. 잔혹한 역사와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비틀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데 정작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그가 다시금 태즈메이니아의 역사를 말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몰살해버린 애버리지니의 어두운 과거는 날조된 역사였다.   

 

글로 쓰인 이야기는 앞으로 전진하고 문장은 벽돌 위에 벽돌을 쌓듯이 축조되어야 하지만, 끝없는 신비에 싸인 이 삶의 아름다움은 원형을 띤다. 해와 달, 끝없이 선회하는 구체. 흑인, 온전한 원. 백인, 이등분한 원. 삶, 제3의 원, 끝없이 돌고 도는. (384페이지)

 

위 발췌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글로써 전해지는 이야기는 역사를 재창조한다. 끊임없이 제시되는 반복된 역사 의식도 결국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도 같다. 고려의 역사, 조선의 역사 또한 기록물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하다. 일제 강점기도 마찬가지다. 잔인한 역사를 끝없이 들추어 내는 것도 끝없이 돌고 도는 삶에서 삶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을 건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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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해맑음이

    작가 이름이 어디선가 익숙다 느꼈는데,....<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쓴 작가네요^^
    굵직한 역사와 이야기가 절묘하게 버무려지는 것은 그 역사들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그 역사를 통해 인간 본연의 (긍정이건 부정적이건) 이중적인 모습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었기에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게 아닐까 싶네요^^ <굴드의 물고기 책> 읽어봐야겠네요^^

    2018.05.28 11: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저도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꾸 사람들에게 회자되어야 잊지 않고 머릿속에 새기는 것 같아요. ^^

      2018.05.28 13:52
  • 파워블로그 게스

    정말 주옥같은 문구네요. 저도 리처드 플래너건이 어서 귀에 익었다 했더니 ㅋㅋㅋ 몇달 채 되지도 않은 전에 읽었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의 저자군요. 이 저자라면 어떤 책이라도 믿고 읽을 거 같아요. 하지만 숨고르고 천천히 읽어야 할 듯.

    2018.05.28 14: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네. 서서히 읽히더라고요.
      천천히 읽어야 제 맛이 나는 작품이랄까요. 쉽게 읽히지는 않았어요. ^^

      2018.05.29 09:03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좋은 글이네요. 역사란 무엇이고 사람들에게 인생은 무엇이고 삶의 근본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란 생각을 했어요. 결국 원과 같은 아름다운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2018.05.28 18:5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문장들이 정말 좋더라고요.
      번역자의 노고도 있겠지만 리처드 플래너건의 작품, 앞으로도 계속 읽을 것 같습니다. ^^

      2018.05.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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