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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도서] 안락

은모든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여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 왔다면, 이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노인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간다. 꼭 나이가 들어서 죽음이 찾아오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최근 시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아무래도 연로하시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지는 건 당연하고, 조금만 방치하면 폐렴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팔순의 시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므로 시어머니께서 우리집으로 오셨다. 참고로 시어머니는 치매 5등급이다. 다른 건 큰 문제가 없는데 췌장암 수술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셔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신다.

 

집중치료실에 계신 시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삶을 정리한 듯한 말씀을 하셨다. 집중치료실 입원 수속을 할때 간호사가 물었다. 친 자녀들에게 연락해 비상상황이 발생시 인공호흡기를 낄 것인가,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 알려달라고 했다. 물론 인공호흡기를 끼어야 할 정도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자식들에게는 숙제로 남았다. 이에 대해 들었던 생각은 과연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였다. 치매에 걸려 자식들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프지 않고 조용히 잠을 자듯 죽으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묵직한 질문을 건네며 우리의 생각들을 일깨웠다. 자식의 입장에서야 삶을 좀더 연장했으면 하고 바랄테지만 당사자인 할머니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으면 차라리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게 옳은 일일수도 있지 않을까.  

 

아흔이 다 된 할머니는 파킨슨 병을 앓고 있었고,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했다. 자식들에게 알려 어느 날짜를 잡았다. 할머니의 선택을 찬성한 사람도 있었고, 그럴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막는 자식들도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스스로 결정했다면 그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들이 모인다. 평소처럼 할머니를 만나러 온 것처럼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굉장한 일이다. 어느 정도 죽음을 생각해 보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할머니의 결정에 따를 수 없다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할머니가 직접 담근 자두주를 나눠마시며 가족들이 함께 모여 있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서른 즈음의 학교 영양사로 있는 지혜다. 은사님의 장례식에서 우연히 이삭을 마주하고 그에게 향하는 마음을 품었던 지혜는 특별한 언급도 없이 연락이 없던 이삭과 연락도 없는 삶을 살았다.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할머니의 선택에 대한 이모들과 다른 가족들의 생각은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주인공 지혜의 생각을 빌어 할머니의 선택에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나를 말한다. 사랑하는 가족 모두와 이야기하며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죽음을 준비하다보면 생이 달리 보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보인다. 수많은 질문 들속에 해답이 있다.

 

짧은 소설임에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쉽게 읽히는 것 같지만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안고 있다. 책을 읽고 책 속의 생각에 빠져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누군가의 삶을 아니 나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삶이라는 주제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작은책 시리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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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goodchung

    주변에 병에 걸리고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죽음의 문제도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2018.12.27 13:5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존엄사에 대한 책이네요. 이런 문제도 미리 미리 마음으로 결정해놓아야하는데 말이지요.

    2018.12.27 19: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작은 책이라는 말이 예뻐요!! 주머니속에 쏘옥 넣을 수 있는 책이어서 들고 다니면서 읽어도 되겠네요!!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2018.12.27 20:06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