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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도서]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조해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젯밤 우연히 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드라마 스페셜이던가 했다. 중간 즈음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한 젊은 여자와 한 젊은 남자가 나오는 드라마 였고, 그 둘은 우연히 서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서로는 모르지만 시청자만 알고 있는 사실, 둘은 같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빚때문에, 한 달만 버텨보자며 들어온 고시원. 그곳은 햇볕이 들어오는 창 하나 없었고, 앞날에 대한 희망 한 자락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사치로 보일만큼. 서로의 상대방이 돈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졌을 것이다. 병원의 산소호흡기를 꼽고 있는 엄마, 오랜시간 동안 병원비를 대고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저 여자를 택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 한 마디가 참 가슴 아팠다. 아주 오래전 베스트극장을 보던 그런 감정들이 살아난 내용이었다. 이웃분들의 리뷰에서 간혹 만나곤 하던 연작 드라마 식의 감동적인 내용이 있어 반가움이 일었다.

 

간결하면서도 감정을 건드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읽었던 책 『아무도 보지 못한 숲』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과 상관없는 내용이었지만, 왠지 비슷한 감성을 느꼈던 것이다. 갈 곳 없는 삶, 가로막힌 듯한 삶. 모든 것이 암담한 삶인것 처럼 보여도 한가닥 희망을 안고 있는. 사랑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간직한 그 모습들이 묘하게 비슷한 감성을 느끼게 했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이 이런 느낌이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조해진 작가를 처음 만난 작품이 『로기완을 만났다』였다. 속으로 침잠하는, 얇은 책이지만 오래 붙잡고 싶은 책이어서 조해진 작가를 머릿속에 새겨 넣은 작품이기도 했다. 그 작품을 읽고 나는 리뷰 말미에 '좋은 작가를 만났다.' 라고 썼으니까.

 

이렇듯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신작을 써냈고, 출판사에서 '오늘의 젊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책이 나왔으니 더욱 궁금할 수 밖에.

 

미수라는 젊은 여자가 있고, 한 소년이 있고, 미수에게는 윤이 있다. 하지만 이들 셋 모두 함께 하지 못하고 서로의 주변에서만 맴도는 존재들이다. 마음에 품고 있지만, 그 앞에 당당하게 다가설 수 없는 사람들이다. 미수는 윤을 좋아하지만, 윤의 어떠한 진실 하나를 안뒤 모른척하는 그를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다. 소년은 M이라 부르는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주변에서 맴돌고 있으나 그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지 못한다. 미수는 어렸을때 죽은 동생 현수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들 셋은 모두 숲 가장자리에 그렇게 떠돌고 있었다. 깊은 숲속, 호수가 숨어있는 그 깊은 숲속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모두 구름 위에서 태어난다고, 구름 위 상자 같은 작은 방 안에서 얼굴을 완성하고 심장을 만들고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준비를 하다가 때가 되면 세상에 나오는 거라고 할머니는 얘기해 주었다.  (13페이지)

 

간절하게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버그나 몬스터의 배역 따위 없는 곳, 갚아야 할 빚도 없고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 하는 기억도 없는 곳, 칼이나 날카로운 유리 조각도 없는 곳, 사람이 상하지 않는 곳, 사라지거나 위장되는 자도 없는 곳, 그런 곳. 숲이라면 좋을 듯 했다. 호수가 있는 숲, M 외에는 그 누구도 가 본 적 없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M만의 숲이라면 남은 인생이 긴 낮잠으로만 소모된다 해도 기꺼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편한 마음으로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31페이지)

 

숲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존재다. 커다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곳, 자신의 숲 밖에서 버그의 삶이든, 몬스터의 삶을 살았다해도, 이들이 꿈꾸는 숲속엔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속에서는 서로를 찾는 오누이의 시선과 꿈만 있을 뿐이다. 깊은 숲속엔 그들을 품어줄 따스한 호수가 있고, 호숫가에는 역시 따스함을 품어줄 커다란 거인같은 여자가 앉아 있다. 목마른 그들에게 젖이라도 내줄 그런 따스한 품속에 안길 수 있는 여자가 손짓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할 수 있는 그 숲은 그들을 따스하게 품어줄 수 있다.

아무도 몰라야 하며, 보지 못하는 숲이다. 그 숲속에서 오누이는 그들의 삶을 꿈꿀수가 있게 되었다. 그들이 숨어 있는 깊은 숲속에 다른 어떤 것도 들어오지 말아야 할텐데. 조그만 염려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토록 찾아헤맸던 그들이기에, 삶이 힘들때마다 꿈속에서 만나왔던 존재이므로 그들은 그 숲속에서 편안할 수 있다. 그들에겐 안식의 숲이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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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는 처음 들어본 작가입니다. 이 작가의 책을 만나본적도 없는것 같구요
    하지만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되면 참 행복하지요. 더군다나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글로 다가오면 더욱... 행복해지지요.
    숲이 모든 것을 품어줄 수 는 없지만 숲이기에 가능한 따스함은 있을 겁니다.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2013.12.03 14: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조해진 작가는 <로기완을 만났다>로 알게 되었어요.
      꽤 글을 잘 쓰는 작가입니다.
      꿈님도 읽어보세요. ^^

      2013.12.10 11:49
  • 깽Ol

    블루님의 '로기완을 만났다' 리뷰가 좋아서 기억하게 된 작가였죠~
    그러다가 단편을 만났고 이 책까지 읽게 됐는데 '오늘의 젊은 작가'라는 타이틀에
    이보다 더 잘 맞는 작가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몽환적인 내용이긴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참 현실적이기도 하죠.
    현실을 벗어나고싶어서 숲을 맴돌았던 그들이었으니까요.
    표지도 참 예쁘고 앞으로도 조해진 작가를 관심작가로 둬야겠구나 했던 책이에욤.^^

    2013.12.03 20: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로기완을 만났다>가 참 좋은 글이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독자들이 조해진 작가를 몰라서 안타까웠어요.
      음,,, 깽이님에게도 관심작가,, 아주 좋은걸요.

      2013.12.10 11:50
  • 파워블로그 금비

    딱 민음사 스타일의 양장본, 디자인.
    책표지만 봐도 민음사에서 출판되었다는 게 가늠되네요.
    베스트 극장 스타일의 드라마 좋아했어요. 왠지 그런 분위기의 소설인 듯 보입니다.

    2013.12.05 12:4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이런 작품이 베스트 극장에 나오면 잘 맞지요.
      조해진 작가 글 잘써요. ㅋㅋㅋ

      2013.12.10 11:53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