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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정말 지독한 오후

[도서] 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저/김소정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우리는 수많은 일들의 기로에 서 있다.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았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순간순간의 결정에 따라, 혹은 오랜 시간의 고민에 따라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우리는 자주 후회하고 그때 어떠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그 때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장소에 가지 않았더라며. 어떠한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만약의 기로에 서서 드는 생각은 후회라는 감정이다. 다시는 같은 이유로 인한 후회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후회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결정적인,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을 뻔했다고 하면 두번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는 않으리라.

 

만일 우리가 그날, 바비큐 파티에 가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정하에 이 소설은 시작된다. 바비큐 사건이 있었던 날로부터 두 달 후. 파티에 참석했던 이웃들은 서로를 피하고,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 클레멘타인과 샘, 에리카와 올리버, 티파니와 비드.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던 여섯 명의 사람들이다. 클레멘타인과 에리카는 오랜 친구로 이웃에 살고 있다. 어느 날 티파니와 비드가 에리카와 올리버 부부를 초대하면서 클레멘타인과 샘까지 초대했다.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조금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파티가 열리는 날 어떠한 일이 생겼다.

 

모두들 죄책감에 그날의 일들을 떠올리기를 두려워한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에리카와 클레멘타인의 십대 때부터 이어져 온 불편한 우정이 각자의 시점으로 표현되고, 파티후  티파니와 비드 부부의 딸 다코다는 그토록 좋아하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고, 클레멘타인과 샘의 딸인 홀리 또한 어린이집에서 배가 아프다며 호소한다. 결정적으로 에리카는 그 날의 일들을 잊었다.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소설은 한 챕터에 바비큐 파티가 열리던 날, 그 다음 챕터에 파티가 열렸던 날의 3개월 뒤의 각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날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리안 모리아티 소설의 특징 답게 파티가 열리던 날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독자들에게는 아직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되는 어떤 금기가 깨졌던 것일까. 왜 에리카는 그 날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며, 클레멘타인과 샘은 서로가 각방에서 지내는 것일까. 아이들은 왜 상처를 받은 것이며, 절친한 사이라고 생각되었던 클레멘타인과 에리카는 서로 불편해 보이는 것일까. 작가는 독자의 궁금증을 아주 서서히 풀어준다. 너무도 느리게. 과정을 읽어가며 다른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며 불안에 떨게 만든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서로가 생각하는 친구에 대한 감정들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친하지만, 뭔가 불편한 감정들. 그 감정들은 단시간에 쌓인 것이 아니었다. 십대 때부터 이어져 온,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표출하는 순간이었다. 차라리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표현했더라면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감정들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으리라. 편의에 의해 유지되는 관계처럼 보였다.

 

그 날 이후로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탓을 한다. 그 일이 일어난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렵게 이어져오고 있던 관계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그날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서로를 피해다녔고, 마주서서 이야기하길 꺼려했다. 그것만이 자신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처럼. 차라리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했더라면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 비가 내렸는지도 모른다. 함께 모였던 사람들이 슬픔을 느끼도록. 비는 그들의 눈물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바비큐 파티가 열렸던 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침울해 했다. 비는 그들의 감정을 대변했을 것이다. 비로소 햇빛이 하늘에서 비쳤을 때 진실이 하나씩 드러났다. 풀리는 응어리들. 외상후 스트레스로 서로를 외면하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 시작했으니까. 그날의 일들을 하나씩 기억하며 말하기 시작했으니까. 아픈 일들을 꼭꼭 담아두면 더 병이 되고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제 비가 그치고 햇볕이 따스하게 비쳤다. 오래도록 비가 내린 후의 햇빛을 만났을 때의 기분이 그들에게도 느껴졌다.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피하지만 말고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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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엊그제 급 일이 생겨서 이 두꺼운 책을 가지고 갔습니다. 지하철 왕복 1시간여를 요하고 막상 동행한 자리에서 서너 시간을 대기해야해서요. 문제는 넘 피곤한 상태라 몰입이 더디어 90여 페이지 읽었다죠. 제목처럼 정말 지독한 오후였습니다. 제 한계를 뛰어넘는 늦은 시간인데다 타도시를 가자니 정신적 피로까지 누적되서요. 앞부분을 좀 지나면 실마리가 풀리겠지요. 오늘 읽어야해요.

    2016.12.15 11: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지금 다 읽으셨겠지요?
      연말이라 여러모로 바쁜 와중에 있습니다.
      바쁜 연말이라도 건강 잘 챙기며 지내야 할것 같습니다. ^^

      2016.12.20 12:38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묘한 책이란 생각을 했어요. 사실 잘 읽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 생각했어요. 저도 여자이긴 하지만... 여자들의 진짜 마음은 정말 모르겠어요.

    2016.12.15 15: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친구인척하는 거, 정작 중요한 일에는 고개를 돌리고 싶어하는 것.
      리안 모리아티만의 심리가 드러나는 작품이었었죠. ^^

      2016.12.20 12:39
  • 파워블로그 언강이숨트는새벽

    일단 추천만 하고 ㅡ 리뷰는 나중에 와서 읽어야겠어요. ㅎㅎㅎ
    읽고있는데 처음부터 방향을 잡고 읽음 영향이 가서.. 저 다 읽고 올게요!^^

    2016.12.16 01: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새벽님 리뷰도 보러 가야겠어요.
      어떤 느낌으로 읽으셔나 궁금해요. ^^

      2016.12.20 12:39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