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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양과 강철의 숲

[도서] 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저/이소담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오랜만에 피아노 조율을 해야되겠다 생각했다. 처음 피아노를 구입하고 조율을 받은 때가 생각난다. 피아노 조율사가 오셨는데 한두 시간을 들여 조율을 해주셨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무언가 기구를 꺼내 피아노를 만지던 모습이 생각난다. 땀을 뻘뻘 흘리시며 조율을 해주시던 분에게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건넸을 뿐이었다. 피아노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수많은 나무들로 구성되어진 것에 놀랐었다. 그 뒤로 몇번의 이사를 하며 몇 번의 조율을 받았고, 지금은 누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없어 조율 받은 지도 꽤 됐다.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조율을 받아야 하고, 피아노 상태를 보며 피아노를 대하는 사람에 대해 파악하는 걸 보고 난 그저 부끄러웠다. 우리집 피아노를 조율하러 오신 분이 얼마나 우리를 한심하게 바라볼 것인가. 여태 몇 년동안 조율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이 당연할 것 같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운명적으로 만나는 순간이 있다. 고작 열일곱 살의 도무라에게 피아노가 그처럼 운명적으로 다가왔던 순간처럼. 선생님의 부탁으로 한 남자를 체육관의 피아노 앞으로 안내한 일이 그러했다. 피아노 앞에 조율하시는 분을 모셔드리고 그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피아노의 뚜껑을 열던 순간에 그는 숲 냄새를 맡았다. 그래서 그 자리를 뜰 수 없었다. 피아노 안의 해머, 해머가 두드리는 현. 해머는 펠트로 만들었다. 숲에서 잘라낸 나무로 만든 피아노. 고향의 숲 냄새, 그것은 고향에 두고 온 그리움과도 닮았다.

 

숲 냄새가 났다. 가을, 밤에 가까운 시간의 숲,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 나뭇잎이 바스락바스락 우는 소리를 냈다. 밤이 되기 시작한 시간의 숲 냄새. (7페이지)

 

소설의 첫 문장이다. 피아노에서 숲냄새를 맡은 사람은 좀 특별해 보인다. 도무라는 학교 체육관에서 조율을 했던 이타도리 소이치로를 따라 조율을 배우는 학교를 가게 되었고, 이타도리 씨가 있는 피아노 악기점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가 조율사로서 야나기 씨를 따라 처음 조율하러 갔던 집이 있었다. 쌍둥이 자매가 사용하는 피아노를 조율하는 일이었다. 얼굴은 똑같은데, 자매의 피아노가 달랐다. 피아노 치는 사람에 따라 피아노의 온도, 습도, 음이 발랄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피아노의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는 일은 드물다고 본다. 도무라의 조율은 특별해 보인다. 조율사로서 숙련된 기술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치는 피아노에서 묻어나오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졌다. 소리를 구분해내고 피아노 치는 소리에서 사람을 구별해낸다. 그 사람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지금의 마음 상태를. 변화된 마음까지 감지할 줄 안다.

 

 

 

피아노는 연주되고 싶다. 항상 열려 있다. 혹은 열리려고 하고 있다. 사람에게도 음악에도. 열려 있지 않으면 여기저기 녹아있는 아름다움을 발굴해내지 못한다. (29페이지)

 

피아노에 대한 사랑이 그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간절하게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그에 대한 노력을 하는 것만이 그를 성장하게 만든다. 쌍둥이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구분해 내는 것. 피아노가 원하는, 연주하는 사람이 원하는 피아노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피아노 안에서 찾은 감각과 조화를 소리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했고, 피아노로 처음 피아노 소리를 들었을때의  그 숲을 재연하고자 소망했다. 피아노의 음색과 피아노를 치는 사람의 음색이 맞춰지는 순간을 소망했던 것이다.

 

피아노가 훌쩍 성장한 순간. 아니, 한 인간이 성장하는 순간이었어. 그런 순간을 본 기분이야. (205페이지)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요한 숲 속에서 울려 퍼지는 청아한 피아노 소리. 피아노에 속해 있는 나무의 냄새는 숲 속의 냄새를 닮은 듯 자신의 소리를 찾아갔다.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울려퍼지는 파장은 컸다. 피아노는 깊은 내면의 소리와 맞닿아 있었다. 피아노를 치면서 자신이 치고 싶은 음색을 찾았던 한 소녀. 조율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피아노를 찾았던 도무라의 이야기가 잔잔한 피아노 소리로 나타났다. 피아노는 숲의 냄새와 함께 그렇게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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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스민

    조율사 이야기군요. 네. 펠트죠. 저희 집 피아노 한 개의 라가 안 되어서 남편이 열어 조금 고쳤는데 세게 쳐야 소리나요ㅠㅠ

    2016.12.27 14: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우리집 피아노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던데,, 소설에서처럼 구제불능인 소리를 내는 피아노면 어떡하지요?
      피아노 주인을 얼마나 탓할 거예요? ㅋㅋ

      2017.01.06 09:19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피아노를 잘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음악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리..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악기를 가르쳤는데 다행히 즐거워 하네요.
    피아노를 받을 기회가 제법 있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그것도 짐같아서요.
    그래도 피아노를 잘 치면... 집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청아한 소리가 기분을 좋게하니까요. 피아노 소리에 인간의 성장을 생각하다니...

    2016.12.28 13:5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이십대때 피아노를 몇년간 배웠어요.
      그마저도 그만두어서 겨우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아는데,,, 피아노 잘치는 사람 보면 부럽더라고요. ^^

      2017.01.06 09:20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순한 소설이었는데 어딘지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가령 문맥이 하아 이런다던지...조율사라는 직업을 통해 커튼, 양탄자 이런 것들도 영향을 끼치는구나...
    어떤 경우에 듣고 보면 아하 하는데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처럼요.

    2017.01.04 19: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그러게요.
      피아노 음을 방해하는게 커텐이나 양탄자도 들어있다는 사실이 의외였어요.
      피아노가 예민하긴 해서 습기 많은 곳에 두면 안되거든요.
      휴~~ 우리집 피아노 벽에 딱 달라붙어 있어 걱정이에요.
      조율해야 하는데... ^^

      2017.01.06 09:22

PRIDE2